보이스
2018년 07월 03일 17시 46분 KST

여성의 거절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남성들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

거절은 남성을 무력화시키는 패배가 아니라, '정상적인 인간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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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자고 했다가 거절당할 경우 여성보다 남성이 더 큰 상처를 받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4월에 25세 남성 알렉 미나시안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차량돌진 사건을 벌여 10명의 사망자와 14명의 부상자를 냈다. 그 날 미나시안은 2014년에 산타 바바라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총기 난사를 벌인 22세 남학생 엘리엇 로저를 칭찬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로저의 범행 동기 중 하나는 ‘여성들에게 거부당했다’고 느껴서였다.

미나시안은 ‘인셀의 반란’(incel rebellion)을 촉구했다. 여성과 섹스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위로하는 ‘비자발적 순결자’(involuntary celibates)를 자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언급이었다. 성적 좌절 때문에 일부는 여성에 대한 강간과 살인에 대한 공상을 품기도 하며, 섹스가 마치 무슨 물품이라도 되는 양 ‘섹스의 재분배’를 논하기도 한다.

인셀 커뮤니티와 여기서 일어난 폭력적 사건들은 극단적 예이지만, 여성의 거절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정말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몇몇 여성들은 아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내가 트위터에서 몇 년 전에 만났던 사람이다. 시간을 좀 같이 보낸 뒤 나는 그에게 끌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말하자 그는 분노하며 소리 지르고, 내 집에 와서 제대로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거절했다). 그리고 피날레로 폭력적인 문자를 잔뜩 보냈다.

나를 집 문 앞까지 따라온 남성들이 있었다. 처음 그런 일이 있었을 때, 나는 10살쯤이었던가?

이제 밤에 잡담을 나누면, 남성들은 그 결과로 뭔가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OK 큐피드 사이트에서 몇 년 전에 한 남성이 말을 걸었다. 조금 답을 해주다가, 바빠서 다음 날에야 사이트에 다시 들어갔다. 그는 잘 대해주려 했을 뿐인데 내가 무시했다며 나를 x년이라고 불렀다.

물론 여성들도 거절당했을 때 힘들어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보다 내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도록 사회화되었다고 섹스 세라피스트이자 UCLA 데이비드 게펜 의대의 정신과 임상 강사인 킴벌리 레스닉 앤더슨은 말한다.

“상대가 잠수를 타거나 거절당할 경우, 자기 탓으로 돌리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 자기가 뭔가 잘못했다(‘첫 데이트에서 같이 자는 게 아니었어’, ‘6 사이즈 진을 입을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고 생각하곤 한다.” 레스닉 앤더슨이 허프포스트에 이메일을 보내 설명했다.

반면 남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경험을 외부화하라고 배운다.

“젊은 남성들은 상대의 거부에 악의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고 스스로 확신한다면 공격적인 반응을 정당화하기가 쉽다.”

그런데 그들이 어떤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는 것일까? 많은 남성은 자신이 여성들의 신체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고, 여성의 “No”는 그저 “Yes”로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픽업 아티스트 포럼에서는 성적으로 좌절을 겪었던 남성들이 자신들의 이른바 ‘정복담’을 공유하고 “no.”를 마지못해 말하는 “음, 알았어. 우버는 네가 불러.”로 바꾸는 팁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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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스트로스의 2005년 베스트셀러 ‘더 게임’에서 묘사한 픽업 아티스트와 유혹의 문화는 죽지 않았다. 인터넷의 더 어두운 구석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스트로스 자신은 더 이상 픽업 게임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했다. “나는 일부 사람들이 [이 게임에] 빠져드는 것을 보았고 그건 그들의 어두운 면을 부추긴다. 그들은 원래 나쁜 사람들이었지만 게임 때문에 더 나쁜 사람이 된다.” 2015년 쿼츠에 한 말이다.)

연애 코치 켄 블랙맨은 유혹의 테크닉들을 차용했다. 십대와 이십대 때 블랙맨은(“나는 키가 150cm고, 돈이 많거나 잘생기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매력적이거나 외향적이지도 않았다.”) 거절에 너무나 익숙했으나, ‘더 게임’의 핵심 원리를 익히게 되었다.

“당시 나는 분명히 여성들을 대상화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생경한 존재였다. 나는 그들을 인간이라기보다는 게임에 가깝게 대했다. 나는 내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의 연속들만 찾고 있었다. 반면 나는 남성을 결코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 남성과는 관계를 맺고 연결을 이어갔을 것이다.”

20대 후반에 블랙맨은 여성과 섹스할 방법을 파악하려는 걸 그만두고 진짜 관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거절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것이 계기였다.

: 여성은 남성과 섹스를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여성이 섹스하지 않기로 선택할 경우,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거절당해도 남성은 괜찮다.

“나에게는 마땅히 (여성과의 섹스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드디어 나는 여성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들과의 우정을 ‘섹스 아니다’라고만 보지 않고 굉장히 귀중하게 여길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자존감은) 여성의 승낙이 아닌 다른 것으로 구성되었다”고 전했다.

블랙맨은 섹스에 대한 암묵적인 약속 없이 플러팅 그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또한 거절을 모욕적이고 남성을 무력화시키는 패배가 아닌, ‘정상적인 인간의 경험’으로 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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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섹스에 긍정적인, 미 투 이후의 연애 문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이다. 물론 거절당하면 마음이 아프다. 2003년 연구에 의하면 사교적 거절은 육체적 고통과 관련된 뇌의 여러 영역을 활성화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노던 일리노이 대학교의 카운슬링, 성인 및 고등 교육 교수 수전 덱스-화이트는 그것이 ‘인생의 보편적인 일부분’이라고 말한다.

“거절에 대한 감정적 고통과 분노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거절 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살다 보면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자주 벌어질 것이다. 누구나 고급 사무실을 얻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대표팀 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거절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유독 힘들어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여러 해 동안 한 세대 전체의 자존감을 쌓아주려 노력했다. 그 결과 ‘No’라는 단어가 성인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세계가 만들어졌다.” 덱스-화이트의 말이다.

“모두가 트로피를 얻는다”는 조건화에 남성들은 섹스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온라인 게시판이 합쳐져, “미안, 난 우리가 안 맞는 것 같아.”라는 단순한 문자가 남성의 자존감에 대한 직격탄으로 느껴지는 세상이 생겼다.

여성 역시 거절 이후 힘들어하며 감정을 외부로 표출할 수 있다. 지난 5월 작가이자 커뮤니케이션 강사인 첼시 크리스틴은 대학 시절 거절에 잘못 대처했던 자신의 경험담에 대해 썼다.

그 남성은 친구의 친구였고, 그녀가 그에게 반한 것은 평범한 스토리였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크리스틴은 자기 머릿속에서 그를 실제 이상의 존재로 만들어갔다. 그가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되자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어느 날 밤 코너를 돌았다가 그가 다른 여성과 키스하고 있는 걸 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며 너무 심하게 울어 토할 것 같았다. 다음에 만났을 때 나는 몇 달간 느껴왔던 모든 걸 쏟아냈다. 어떻게 네가 감히 나를 차고 다른 사람과 사귈 수 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들의 우정엔 성적인 요소가 있었고 혼란스러웠다. 크리스틴에 의하면 자신과 남성 둘 다 심리 작전을 펼쳤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가 느낀 플라토닉한 감정을 처음부터 부정함으로써, 크리스틴은 픽업 아티스트들의 낡고 해로운 줄거리에 빠져 버렸다.

“그가 내 미래의 연애 판타지를 지지하면서 했던 말을 나는 무시했고, 미래의 가능성에 빠져버린 나는 그가 다른 사람과 사귀자 화가 났다. 여성 역시 건강하지 못한 감정을 분명 가질 수 있다. 특히 ‘no’를 ‘yes’로 바꾸도록 강요하는 연애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몇 년 뒤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다시 연락하게 되었고, 크리스틴은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를 공정하지 못하게, 부당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틴은 블랙맨이 배운 것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당신과 연애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해봤자 가망은 없으며, 육체적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이성과 관계를 쌓아가는 것은 가치 있다는 것이다.

“우정은 (사랑 대신) 위로 삼아 주는 상(賞)이 아니다. 우정은 당신이 원하는 사랑과 다른 형태일 뿐이다. 그리고 거절이 최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에너지를 연애 목표가 당신과 맞는 사람에게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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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닉 앤더슨은 환자들에게 거절을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길 권한다.

“거절당하면 물론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당신의 가치를 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거절을 통해) 당신은 스스로에 대해, 혹은 당신이 주는 인상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당신이 거절당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기보다, 블랙맨은 다른 시각으로 볼 것을 권한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고, 상대는 그저 그 초대를 거절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가 ‘연락하지 말라’고 말한 게 아니라면, 그녀가 기분 좋게 여길 만한 초대법을 배워라. 그녀가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한다면, 좋은 일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우정을 가꾸어라. 그녀를 거절하지 말라. 그녀의 90%는 섹스가 아니다. 그 90%에 실망한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 그녀는 흥미로운 인간이다.”

당신에게 흥미를 가졌으나 당신이 거절한 사람들도 많다는 걸 인식하라고 덱스-화이트는 말한다.

“연애 감정은 변덕스럽다. 어떤 사람이 당신을 완벽한 자기 짝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얼른 커피숍에서 뛰쳐나가고 싶을 수도 있다. 삶이란 원래 그렇다.”

 

* 허프포스트US의 기사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