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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에서 '밥 없는' 비행기가 줄줄이 이륙하고 있다

기내식 대란.

ⓒDANIEL SLIM via Getty Images

기내식 공급 부족 사태로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여객기 출발이 줄줄이 지연되고, 일부 항공편은 아예 식사가 실리지 못한 채로 출발하고 있다. 승객들이 기내에서 예정됐던 식사를 제공받지 못해 항의하는 사태가 우려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기내식의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할 수 없는 소규모 업체와 무리하게 계약을 맺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아시아나항공과 승객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첫 비행기를 시작으로 짧게는 30분 미만부터 길게는 4시간까지 국제선 여객기 출발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기내식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서다. 오후 4시 기준 지연된 항공편은 총 24편이다. 지연 항공 편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오늘 이후에도 운항 지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비행기에는 기내식이 아예 실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 중국 상하이로 출발하는 OZ365, 일본 오사카로 가는 OZ114, 중국 칭다오로 향하는 OZ713 등 중국·일본 등으로 향하는 단거리 국제선에 대거 기내식이 실리지 못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12시간가량 비행해야 하는 OZ541에는 두번째 식사 일부가 탑재되지 않았다.

‘노밀’ 비행 사태가 일어난 이날은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계약한 소규모 기내식 업체 ‘샤프도앤코’가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한 첫날이다. 애초 아시아나항공은 이날부터 ‘게이트고메코리아’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으려 했지만, 지난 3월 게이트고메의 기내식 생산시설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근 샤프도앤코와 3개월짜리 단기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차질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샤프도앤코는 지난해 기준 직원 100명, 지난달 기준 하루 생산량 3천식 규모의 작은 기내식 업체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루 2만∼3만식이 필요하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부터 15년 동안 안정적으로 기내식을 공급해오던 엘에스지(LSG) 스카이셰프코리아에 계약연장을 대가로 금호홀딩스에 투자를 요구했다가 엘에스지 쪽 제소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대신 아시아나항공과 30년짜리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고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한 하이난그룹의 게이트고메코리아는 화재 사고로 생산 시작일이 늦춰지자 아시아나항공 쪽은 엘에스지와의 공급 계약 연장 대신 소규모 기업 샤프도앤코를 택했다.

엘에스지 스카이세프코리아 관계자는 “게이트고메 공장을 짓다가 불이 난 뒤, 아시아나항공 쪽 요청으로 3개월가량 더 기내식 공급을 연장할지를 두고 협의를 벌였다”며 “아시아나가 계약 연장이 아닌 ‘엘에스지→게이트고메→아시아나’라는 새로운 다단계 공급 계약을 요구해 협의가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게이트고메에서 아시아나 공급을 위해 엘에스지 인력을 수백명 채용해갔을 정도로, 기내식 공급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날 생긴 기내식 공급 차질 문제가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쪽은 “새 기내식 업체의 배달 등 운영상의 문제로 공급에 일시적으로 차질이 생긴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기내식 공급이 안정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내식이 실리지 않은 여객기의 승객들에게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안에서 면세품 구매 등에 쓸 수 있는 쿠폰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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