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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이 사업수익 빼돌려 거액 비자금 조성했다

김영배 전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적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일부 사업수입을 몰래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임직원 격려비로 유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비자금 중 일부는 고위 임원들이 횡령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임직원 격려비로 전용한 금액만 연간 15억원 안팎이며 전체 비자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1일 경총에 따르면, 경총 사무국은 김영배 전 부회장 시절부터 일부 사업수입을 이사회·총회에 보고·승인 없이 별도로 관리하면서, 이 가운데 일부를 격려비란 이름으로 임직원에게 지급해왔다. 송영중 상임부회장은 지난 5월30일 손경식 회장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한겨레

 

경총은 그동안 90여명에 이르는 임직원에게 공식 급여와 별개로 격려금(특별상여금) 명목으로 월 기본급의 300% 정도를 연간 3~4차례로 나눠 지급했다. 한 직원은 “통상 3월 초, 5월1일 근로자의 날, 7월 창립기념일, 연말 등에 맞춰서 기본급의 50~100%씩 노란 봉투에 넣어 현금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경총은 올해도 지난 2월 말 총회 직후 격려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5월초 예정됐던 격려금은 송 부회장의 제지로 지급되지 않았다.

경총은 올해 직원 급여 50억원과 임원 급여 10억원에 현금으로 지급되는 격려금 15억원을 합쳐 총 75억원을 인건비로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총 이사회·총회에서 승인된 2018년 사업계획에 반영된 인건비 예산은 54억여원에 불과하다. 경총 내부적인 인건비 지출 예산과 실제 승인받은 인건비 예산의 차액(최대 20억원)은 사업수입에서 빼돌려 조성한 자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총은 일부 사업비를 인건비 등으로 전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경총은 <한겨레>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경총의 성격과 재정 규모 때문에 다른 경제단체 수준으로 직원들에게 연봉을 지급하기가 어려워 교섭위임 등 용역사업, 기업안전보건 회계 등에서 일정 부분을 분담해서 해마다 월 급여의 200~300% 내외 수준의 특별상여금을 비정기적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총은 이런 사업비 전용이 언제부터 얼마나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결산 및 회계처리 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경총의 비자금 조성은 크게 두가지 경로로 추정된다. 하나는 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 관련 사업비를 전용하는 수법이다. 경총은 지난 4월말 기업안전보건회계 결산 때 기업 회비 8억5천여만원 중 쓰고 남은 3억원가량을 임직원 격려비로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송 부회장이 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등 회계 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재를 거부해 무산됐다. 송 부회장은 이후 감사팀에 문제점을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감사팀은 “이사회·총회의 보고·승인을 거치지 않는 등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둘째는 기업들의 단체교섭 위임 사업과 관련해 받은 수입을 빼돌리는 수법이다. 경총은 2013~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들의 단체교섭을 위임받는 대가로 ‘특별회비’를 받았는데, 정확한 수입·지출 현황이 베일에 싸여 있다. 정관상 회비는 매출액과 종업원 수 등에 맞춰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책정하는데, 단체교섭 위임 사업 관련 수입과 지출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경총은 “송영중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내부감사에서 특별상여금 지급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 방식을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손경식 회장도 내용을 보고받고 향후 총회에서 회원사에 정확히 설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총 안팎에서는 김영배 전 부회장이 10년 넘게 재임하면서 자금과 인력을 직접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사업비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적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인건비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 비자금이 유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법상 사단법인인 경총의 관리감독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다.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과 관계자는 “바쁘다 보니 경총에 대한 지도·감독과 점검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며 “고용부는 경총의 정관 변경 등 주요 사항을 사전 승인하고, 허가 요건 미준수와 법 위반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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