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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강진 실종 고교생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지 않기 위해선 닮은꼴 사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뉴스1

전남 ‘강진 실종 고고생 사건‘에 대한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10년 전 숱한 의혹을 안고 간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 ‘서울 마포 네 모녀 살인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의 의심을 받아온 유력 용의자들이 사건 직후 자살을 한 점과 시신 유기 장소, 공범 유무 및 주변인 실종사건 연루 의혹 등 닮은 구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생한 강진 고고생 사건이 영원한 미궁 속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선 닮은꼴인 ‘네 모녀 사건’을 관심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종 후 숨진 채 발견

강진 고교생 사건 피해자인 A양(16)은 지난 16일 아르바이트 소개 때문에 아빠 친구인 B씨(51)를 만나 이동한다는 SNS 메시지를 친구에게 남긴 뒤 소식이 끊겼다.

이후 8일 만인 지난 24일 오후 2시57분쯤 강진군 도암면 매봉산 정상(해발 250m)에서 50m 아래인 200m 지점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네 모녀 사건’의 김모씨(45·여) 등 4명은 2008년 2월 18일 서울시 마포에서 종적을 감춘 뒤 실종 신고 22일만인 3월 10일 오후 11시쯤 화순군 동면의 한 공동묘지 인근 야산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시신 유기장소…부친 묘소 주변

시신 유기장소도 비슷하다. A양이 발견된 매봉산은 용의자 B씨 부모의 묘소가 있던 선산이다.

‘네 모녀 사건’의 용의자인 이씨는 전남 화순군 동면의 한 공동묘지에 시신을 유기했는데, 이곳은 이씨의 선친 묘소 주변이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부모 묘소 주변으로, 이들 사건의 용의자들이 이곳 지리에 밝아 자주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A양은 옷이 벗겨진 채로 발견됐지만 김씨 등 네 모녀는 옷을 입은 채 얼굴만 옷 등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유력 용의자 자살

또 다른 공통점은 유력 용의자들이 실종 신고 직후 자살했다는 점이다.

B씨는 A양 실종신고 접수 다음날인 지난 17일 오전 6시17분쯤 강진군 군동면의 한 철로 인근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은 같은 날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다.

용의자 이씨는 김씨 등 네 모녀가 실종된 지 22일 만인 2008년 3월 10일 서울 용산구 반포대교와 한남대교 중간지점 한강변에서 경찰의 추적을 받아오던 중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들은 피해 가족들의 실종신고 직후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다.

ⓒ뉴스1

◇공범 유무 등 의혹

강진경찰서는 B씨의 공범 여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이 오르막 경사가 60~70도에 달할 정도로 가파른데다, 용의자와 숨진 여고생의 체중이 비슷한 점을 고려할 때 누군가가 도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아직까지 정확한 사망지점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숨진 A양이 매봉산 아래 등에서 살해된 뒤 시신 유기장소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서울마포경찰서는 당시 수사 과정에서 이씨 외에 공범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자신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경찰은 살해된 김씨 아파트의 CCTV를 통해 실종 당일 밤 김씨의 집에서 대형 여행가방을 실어나른 남성과, 이틀 뒤 김씨 아파트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우고 달아난 남성 등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동일인물인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이씨는 약간 뚱뚱하고 체격이 큰 편인데, 주차장에서 달아 남성은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사실상 결론지었다.

◇사라진 사람들…경찰 재수사

전남지방경찰청은 A양 실종·사망사건의 용의자인 B씨와 2000년대 이후 강진 일대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과 연관성을 수사중이다.

강진에서는 2000년 6월15일 오후 2시께 강진읍에서 김성주(당시 8세·초교 2년)양이 하굣길에 실종된 데 이어 2001년 6월1일 오후 1시30분께에는 김하은(당시 6세·초교 1년)양이 사라져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이들 아동은 흔적이나 용의자 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번에 일어난 A양 실종·사망사건의 용의자 김씨가 전남지역 장기 실종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행적 등을 조사하고 있다.

마포경찰서는 당시 모녀 피살사건이 이호성씨의 범행으로 확인, 이씨의 동업자 조모씨(당시 36세)의 실종사건도 재수사에 나섰다.

이씨와 함께 순천 실내경마장 사업을 추진해왔던 조씨는 2005년 8월 3일 오후 6시쯤 광주시 서구 상무지구 모 호텔 앞길에서 이씨를 만났다.

조씨는 사업주체인 이씨에게 사업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투자자 모집에 나섰으나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조씨는 이날 이씨를 만난 뒤 친구·아내와 통화를 한 뒤 3년째 연락이 끊겼다.

조씨가 이씨를 만나러 나간 지 사흘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조씨의 아내는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은 조씨가 채무 문제를 고민했다는 첩보를 접하고 스스로 잠적한 것으로 판단, 사건을 종결했으나 가족은 이씨가 남편의 실종에도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수사를 요구하면서 재검토에 착수했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

시신유기 방법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이 많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강진 여고생 사건은 범행 동기는 물론 시신유기 방법·범행일시 및 장소·사망원인 등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A양과 B씨가 만나게 된 경위와 연락 방법, 유류품  여부 등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네 모녀 사건’은 이씨의 범행으로 사실상 결론이 내려졌다. 국과수 부검결과, 사인은 후두부 함몰 골절도 밝혀졌다.

범행 동기는 김씨의 빚 독촉 등 때문에 네 모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가 자살하면서 이 사건 역시 공범 유무와 살해된 김씨 명의의 계좌에서 인출된 돈 1억원의 행방, 실종자 조씨와 연관성 문제 등 많은 의혹을 남긴 채 묻혀졌다.

하지만 사인과 범행동기 등 최소한의 궁금증은 풀렸다.

경찰의 부실한 수색으로 시신이 뒤늦게 발견되고 용의자마저 자살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 단서를 찾을 기회를 잃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네 모녀 사건’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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