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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를 향해 야유가 쏟아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마무리로 월드컵을 더럽혔다”

  • 김원철
  • 입력 2018.06.29 10:55
  • 수정 2018.06.29 11:08
ⓒCarl Court via Getty Images

일본이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1982년 스페인 월드컵 ‘히혼의 수치’를 먼저 알아야 한다. 당시 서독 대표팀과 오스트리아 대표팀의 추태를 일컫는 말이다. 서독은 승리가 필요했고, 오스트리아는 2점 차 이내 패배면 충분했다. 전반 10분 서독이 골을 넣었다. 나머지 80분 동안 양팀은 공만 돌렸다. 관중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야유를 퍼부었다. 이 경기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29일(한국시각)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 폴란드의 2018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두고 외신들은 ’36년 전이 떠오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반 15분 폴란드가 선제골을 넣었다. 다급해진 일본은 이누이 다카시를 투입하면서 골을 노렸다. 그러던 중 후반 29분께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 이후 일본은 라인을 모두 내려 뒤에서 볼만 돌렸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는 1승이 필요했을 뿐 다득점엔 뜻이 없었다. 결국 경기는 폴란드의 1-0 승리로 끝났다. 일본은 1승 1무 1패(승점 4)로 세네갈과 골득실, 다득점, 상대전적 등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면서 16강에 올랐다.

BBC는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마치 36년 전을 보는 것 같았다”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마무리로 월드컵을 더럽혔다”고 평가했다.

BBC는 여러 축구 해설위원들의 코멘트를 소개했다. BBC2 축구 해설위원인 마이클 오닐 북아일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은 ”일본을 좋아했지만 다음 라운드에서 난타당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잉글랜드 축구팀 주장이었던 테리 부처는 BBC Radio 5 live에서 ”입맛이 쓰다. 월드컵에서 나와선 안되는 경기였다. 이제까지 훌륭한 월드컵이었는데 이 경기가 오점을 남겼다”고 말했다.

BBC Radio 5 live 해설가 코너 맥나마라는 ”일본은 페어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저 경기를 페어플레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이건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해친다”고 말했다.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의 평가는 노골적이었다. 더 선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최악의 경기였다”라며 ”일본 감독은 서툰 전략으로 자기팀을 할복(hara kiri)시킬 뻔했다. 주전 6명을 교체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경기를 펼쳤다. 선제골을 허용한 채 동점골을 넣기 위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30분을 남겨두고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의 성난 야유가 경기장에 가득찼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일본이 ‘페어플레이’룰 덕분에 16강에 올랐다. 가장 비스포츠적인 방식으로 10분을 보냈는데도 말이다. FIFA, 참 잘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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