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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5일 09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05일 11시 29분 KST

문재인 정부는 왜 ‘종부세’ 카드를 꺼냈을까?

정부 성향보다 시장 흐름이 더 중요하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진보’, ‘보수’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동의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 전 세계 주요국의 주택가격지수를 발표했는데 이 지수에 따르면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우리의 보편적 인식과는 달리, 한국의 실질주택가격(Real price : 물가 변동에 따른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조사시작시점인 1986년보다 25% 내렸다. 물가에 따른 상대 가격이 아니라 절대 가격만 따져봐도 179% 상승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고 안정된 가격 상승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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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있었다. 가격이 폭등한다 싶으면 강력한 규제를 발동해 상승을 억제하고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 보이면 대출 규제 등을 풀고 수요를 지원해 가격을 방어하는 식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은 다신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은 호황을 맞았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기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부동산에 돈이 몰렸다. 부동산의 ‘불패신화’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각종 규제를 펼쳤다. 분양권 전매부터 시작해 양도세 제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등 정말 할 수 있는 정책은 다 취했다. (물론 여기에는 금리정책과 대출규제를 펼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노무현 정권 말 부동산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선 시기는 노무현 정부가 금융규제(LTV, DTI)를 시작한 시점 이후다).

결과만 따지자면 참여정부는 역대 최고로 집값이 오른 정권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 전국 아파트 가격은 33.8%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만 놓고 볼 때 56.6%나 올랐다. 하지만 이걸 무작정 ‘실패’로 놓고 볼 수는 없다.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같은 시기 전세계 집값 폭등과 비교해볼 때 한국의 부동산 가격상승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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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았다. 꺼질 줄 몰랐던 부동산 광풍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부동산 버블이 갑작스럽게 꺼지자 미국의 부동산, 금융 시장에는 대혼란이 찾아왔다. 그 유명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과 정반대의 방법을 취했다. LTV와 DTI를 완화해 수요를 촉진했으며 투기과열지구 등도 해제했다. 양도세를 면제해 거래도 촉진했지만 이미 식어버린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긴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2012년 한국경제신문은 “극과 극, 노무현 vs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 ”잡으려 하니 오르고, 띄우려 하니 내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일명 ‘강남 집값 때려잡기’에 중점을 둔 노무현 정부 때는 최고 49.84%까지 매매가가 상승했고 강남 부동산 활성화를 부동산 시장의 ‘성장 거점’으로 인식한 MB 정부 때는 줄곧 값이 떨어져 매매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바뀐 설명이다. 노무현 정부가 ‘집값 때려잡기’를 해도 부동산가격이 폭등한 게 아니라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정책을 도입한 것이며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도 ‘부동산 활성화를 해도 매매가가 떨어진’ 게 아니라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부동산 가격 폭락 속에 방어 정책을 펼친 것이다. 단순히 ‘보수 정권’ 이라서 집값을 올리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 ‘진보 정권’이라서 집값을 잡으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상황이 그랬다.

 

HUFFPOST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받았다.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빚내서 집 사라’였다. DTI, LTV 등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양도세도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법률을 3년간 유예하고 건물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낮춰 재건축도 유도했다. 결과는 성공을 거두는 것 같았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아파트 값은 큰 폭으로 반등했다. 빚을 내 집을 사느라 박근혜 정부 시절 가계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은 부작용을 맞았다. 단순히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문제는 아니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포트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절 전셋값은 2013년에는 10.2%, 2014년 8.5%, 2015년 15%, 2016년 10.5% 올랐다. 말 그대로 고공행진이었다. 박근혜 임기 동안 전국 평균 전셋값이 52% 이상 폭등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22% 올랐다.

여기에는 원인이 있다. 주택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금리에 LTV 규제까지 완화되자 사람들은 돈 벌 틈을 찾아냈다. 대출을 끼고 집을 구매한 뒤 바로 전세를 내주게 되면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다. 이후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남기고 바로 집을 팔아버린다. 소위 말하는 ‘갭투자’다. 이 갭투자는 2012년 2월 정부 보증의 저금리 전세자금대출 상품 출시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탄탄한 전세수요를 바탕으로 전셋값은 계속 상승했다. 갭투자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종의 성공신화처럼 이야기되었다. ‘나는 갭 투자로 300채 집주인이 되었다’ 같은 책이 서점에 내걸렸다. 전세금 시세는 내려갈 줄 몰랐다. 매맷값과 별 차이 없는 수준까지 오른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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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셋값이 올라 서민 주거환경이 악화되었다’ 이상의 문제가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촉발되었던 상황처럼, 집값이 떨어지게 되면 담보대출을 내준 은행도, 전세로 들어가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도 위기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갭투자에 뛰어든 이들 상당수는 충분한 자기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다.

우려는 점점 현실로 드러났다. 매맷가 대비 전세보증금의 비율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역전세난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갭투자들의 물건이 경매로 나오기 시작했다.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앞선 두 정권과는 다른 부동산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 8.2 부동산 대책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규제 정책이 등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정책을 설명하며 갭투자를 거론했다. ”집을 투기수단으로 보는 신종 수법”을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이어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좀 불편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고 자기가 사는 게 아닌 집은 파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정책이 노리는 방향을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앞서 김현미 장관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은 분명하다. 가격 상승을 억제하며 또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한 주택 수요를 몰아내자는 것.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크게 세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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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대출규제다.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를 설정하고 이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가격의 40%까지로 낮췄다. 이 대출 규제 이후로 서울에 5억정도 하는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3억원 이상을 들고 있어야 했다. 실수요자들까지도 억제하는 말 그대로 강력한 규제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갭투자’를 막기 위해서 강하게 밀어붙였다.

두번째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다. 정부는 올해 4월 1일부터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투기 지역을 포함한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팔 때 기본세율(6~40%)에 추가세율(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은 20%포인트 추가)을 더한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되팔 때 얻는 시세차익 중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부과함으로써 투자 유인을 줄이는 정책이었다.

여기에 정부는 올 2월부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켰다. 부동산 산업 종사자들이 강남 부동산의 주요 상승 원인 중 하나로 바로 이 재건축 단지를 꼽고 있는 만큼 재건축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폭등을 초과이익 환수로 맞대응하겠다는 이야기다.

앞서의 정책은 모두 2017년 8월, 일명 8.2 부동산대책에 의해 발표됐다. 당시 이 대책이 나올 때만 해도, ‘종부세 빼고 나올 것은 다 나왔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시장은 ‘버티기’를 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매경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될 때도 자산가들은 매도보다 보유를 택했다”며 “몇백만원 세금 부담보다 앞으로 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새로운 카드가 필요했다.

 

정부가 꺼내든 또 다른 카드, 종합부동산세

지난 3일, 정부 산하 재정개혁특위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권고안을 확정했다. 처음 특위가 제안한 네 가지 안 중 가장 세수 증가 폭이 큰 3안이 최종 권고안으로 결정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세금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의 가격이 높아져 세 부담이 늘어난다)을 현행 80%에서 연 5%씩 인상해 2022년에 100% 반영되도록 하고 또 구간별로 0.05~0.5%p씩 올려 누진율을 강화하기로 했다. 예상 증가 세수는 1조881억원 수준이며 주택만 놓고 봤을 땐 897억원 정도다.

 

 

사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종부세 카드는 쉽게 꺼내기 힘든 일종의 ‘트라우마’였다. 바로 이전 진보정권이었던 노무현 정부의 발목을 잡았던 게 바로 종부세 카드였기 때문이다. 2005년, 탄핵국면을 잘 극복하고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자 노무현 정부는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종부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 과세를 강화하자 큰 반발에 부딪혔다. 실수요자의 수요까지 억제한다는 비난이 이어졌고 ‘세금폭탄’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이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지지율 하락의 트리거가 된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 주거 목적 1주택 장기보유자 과세에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의 과세기준과 세율을 크게 완화한다.

하지만 막상 개편안이 나오자 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라우마는커녕 ‘생각보다 세부담이 높지 않다’며 ‘세제 개편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주를 이뤘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도 이번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조세저항을 우려해서 결국은 ‘무늬 증세’를 하고 세금을 제대로 걷고 싶은 의지가 없다고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일부 언론은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고 거래량도 크게 줄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은 보유세 발표 이전부터 이미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라 이를 보유세 개편 때문이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게는 세부담이 현실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에서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과세는 고려되지 않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세율 인상으로 인해 다주택자는 최소 6.3%에서 최대 22.1%까지 세부담이 늘 전망이다. 다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종부세 대상은 물론 주택 수에서도 제외된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겨냥해 보유세를 인상하면서도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다주택자를 정부의 규제가 닿는 양지로 유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개편 말고도 또 다른 후속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5일 김현미 장관은 “공시지가의 낮은 현실화 수준, 가격별·지역별 불균형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며 “자문과 의견수렴을 거쳐 투명성·형평성을 갖춘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시지가는 과세표준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공시지가가 실거래가 수준으로 현실화된다면 보유세는 물론 재산세도 상승해 세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종부세는 ‘부자’를 향한 게 아니라 ‘시장’을 위한 정책

여태까지 나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 위주로(어쩌면 실수요자까지도) 수요를 제한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시세차익 목적의 부동산 거래를 차단한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인 재건축단지의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보유세 개편으로 다주택자에게 세부담을 가중시킨다. 한편 임대사업자들을 양지로 끌어내 정부 규제 아래 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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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정책은 흐름은 단순히 문재인 정부가 ‘진보 정권’ 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임기 초부터 부동산 가격의 오름세는 심상치 않았고 전세가가 역대 최고로 치솟으면서 서민주거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가 이미 현실에 반영된 상태였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철학도 부동산 정책에 분명히 작용한다. 문재인 정부는 김현미 장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였으며 집을 투기수단으로 삼는 행동이나 ‘갭투자’ 같은 시장교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올해 초에는 개헌안에 ‘토지 공개념’을 담았다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얼마만큼의 성공을 거둘지 아직은 미지수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동산 시장인 만큼 정책의 방향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흐를 수도 있고,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과도한 대출규제가 실수요자, 특히 소득이 낮고 자산이 없는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도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택공급물량 높이는 정책은 맞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문제인 공급물량 부족의 해결 없이 규제만으로 가격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되새겨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