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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정치 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뉴욕의 막강한 민주당 의원을 경선에서 꺾다

버니 샌더스 지지를 받는 민주사회주의자다!

  • 김도훈
  • 입력 2018.06.27 18:41
  • 수정 2018.06.27 18:45
ⓒScott Heins via Getty Images

막강한 조 크로울리 하원의원(민주당-뉴욕)이 진보적 정치 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에게 6월 26일 패했다. 2018년 경선에서 나온 가장 뜻밖의 결과다.

크로울리는 하원 민주당 전당대회 회장이며, 낸시 펠로시(민주당-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가 은퇴할 경우 미래 민주당을 이끌 인물로 꼽혀왔다.

큰 지지 기반이 없었던 28세의 라틴계 후보 오카시오-코르테스는 가장 좌파에 가까운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그녀의 승리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하원 민주당 전당대회 회장이며 유력 하원 의장 후보로 꼽히던 크로울리를 14번 선거구에서 꺾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크로울리가 예비 선거에서 강력한 도전을 받은 것은 14년만이었다.

공화당 전 원내 대표였던 에릭 캔터가 버지니아에서 티 파티 출신 도전자 데이브 브랫에게 2014년 6월에 패배한 이래 가장 역사적인 의회 지도자의 패배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오늘밤 세상에 커뮤니티보다 기부자들을 우선시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지지자들에게 26일 밤에 한 말이다.

패배 인정 성명에서 크로울리는 11월에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권은 퀸스와 브롱스에서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에 대한 위협이며, 우리가 올해 11월에 하원을 되찾지 못한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를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 단합된 민주당으로 힘을 합쳐야만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 의회를 막을 수 있다.” 크로울리의 말이다.

26일에 무대가 없는 브롱스의 당구장에서 열린 오카시오-코르테스의 파티는 조촐하게 시작했으나 크로울리를 이길 것이 분명해지자 곧 사람들이 불어났다. 9월 13일 예비 선거에서 뉴욕 주지사 앤드류 쿠오모(민주당)에 도전할 진보 후보인 배우 신시아 닉슨, 주 법무장관에 도전하는 법학 교수 제퍼 티치아웃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진보의 힘의 승리로 귀결된 이번 선거는 전국적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는 거의 받지 못한 채 시작되었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직접 유권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소개했고, 선거 규칙이 복잡하기로 악명높은 주에 출마하기 위한 절차를 조용히 밟았다. 작지만 열렬한 진보 활동가 집단이 그녀의 출마를 열렬히 반겼다.

그러나 대부분 크로울리의 재선을 기정 사실로 여겼다.

다양한 주민들이 사는 뉴욕의 14번 선거구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며, 오카시오-코르테스는 11월에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에서는 세인트 존 대학교의 교수 앤서니 파파스가 출마한다.

“우리 선거구에는 유색인종이 많고, 노동계급이며 이민자가 많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변인이 없었다.”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2세인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이번 달에 허프포스트에 한 말이다. 중산층 아일랜드계인 크로울리(56)는 거의 20년 가까이 의원직을 지켜왔다.

한 번도 선출직에 당선된 적이 없는 밀레니얼 세대 진보주의자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출마하고 있는 여성들의 승리 물결에 동참했다. 조지아의 스체이시 에이브럼스, 텍사스의 루페 발데스 등이 그 좋은 예다.

그녀의 진보적 공약에는 최저임금 15달러,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몇 년 간 민주당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주류에 가까워진 공약이다. 이민세관 집행국(ICE) 폐지와 연방 직업 보장 등 보다 급진적인 제안도 내놓았다. 

ⓒScott Heins via Getty Images

 

이번 결과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과 동맹 단체들에 있어 최대의 선거 승리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샌더스의 2016년 대선 선본 소속이었으며, 샌더스 선본 출신이 만든 좌파 단체 저스티스 데모크라츠는 그녀를 가장 먼저 지지한 측이었다. 샌더스가 선본 이후 만든 단체 아워 레볼루션도 그녀를 지지했다.

또한 그녀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의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 된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30만 달러 정도를 모금하는데 그쳤으나 340만 달러를 모금한 크로울리를 꺾었다.

자신이 노동계급 출신이며 기업의 돈을 받기를 거부한 덕에 풀뿌리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나는 좌파측 후보가 아닌, 바닥 출신 후보다. 나는 뉴욕의 노동계급을 열렬히 옹호하는 후보다.” 그녀가 이번 달에 허프포스트에 했던 말이다.

공화당이 14번 선거구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공화당원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즉시 흡족해 했다.

공화당 의회 위원회의 매트 고먼 대변인은 “민주당은 전국 경선 조작에 수백만 달러를 썼지만 오늘밤 불쌍한 조 크로울리에겐 한 푼도 내주지 않았다. 펠로시 이후를 기대하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이제 리더를 잃었다. 오늘밤 낸시 펠로시보다 행복한 유일한 사람은 공화당 의회 위원회다.”라고 말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측은 기업 PAC의 돈을 받지 않았던 반면, 크로울리는 기업 PAC과 기업 직원이나 사주의 돈을 받았다. 오카시오-코르테스의 기부금 중 3분의 2 정도는 2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였으나, 크로울리가 모은 돈 중 소액 기부는 1%도 되지 않았다.

“나는 나 같은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은 정치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그들은 ‘아 잠깐, 기업의 돈을 받지 않아도 출마할 수 있구나. 나도 출마할까.’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가 허프포스트에 한 말이다.

크로울리의 패배에는 전국적 역류와 지역 정치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크로울리는 민주당 하원의원 중 네 번째 순위이며 동료들을 위한 모금 조성에도 앞장섰다.

퀸스 카운티 민주당 의장인 크로울리는 뉴욕 시의 정치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사람 중 하나이다. 그의 높은 지위 때문에 미국 정치계 최후의 진정한 정치 세력 중 하나로 간주되었으며, ‘퀸스의 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1998년에 크로울리의 출마를 권했던 크로울리의 전임자 토머스 맨튼이 그랬듯, 인구가 많은 퀸스에서 활동하려는 민주당원은 크로울리를 통해야만 했다.

인터셉트의 보도는 크로울리가 지위를 이용해 자신과 친구들이 이득을 보도록 했음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크로울리와 관련이 있는 변호사들은 퀸스에서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죽은 주민들의 토지를 처리하는 퀸스 카운티 유언 검인 후견 재판소에서 일을 많이 얻었다.

크로울리의 정치적 지위는 그에게 크게 보탬이 되었다. 6월 25일에도 크로울리는 우드사이드의 퀸스 도서관에서 공식 행사를 열었다. 참석한 퀸스의 고위 공직자들은 크로울리가 뉴욕 시에서 도서관 리노베이션 예산 650만 달러를 추가로 얻어냈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에 대한 노동계급 유권자들에게선 분노를 사기도 했다. 올라가는 집값에 대한 우려를 그가 무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크로울리가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워싱턴 교외에서 산다는 것 역시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Scott Heins via Getty Images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지난 주 퀸스의 이스트 엘름허스트의 기자회견을 하는 중, 일부 라틴계 지지자들은 스페인어로 “변화에는 예스, 정당 조직에는 노”라고 외쳤다.

퀸스의 범아메리카 민주 연합이 지지를 밝힌 이 행사의 발언자와 참석자들은 크로울리가 인근에 타겟 시설 건설을 허가했음을 지적하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크로울리가 2002년에 이라크전 찬성에 투표했음도 거론했다.

철저히 진보적인 시각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자 회견 뒤 허프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카시오-코르테스는 공화당과 함께 일할 기회를 반길 것이라 밝혔다.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는 두 분야는 드림 액트와 형법 개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받아들이겠냐고 묻자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주저했다.

“아마 아닐 것이다. 나는 아마 조건을 걸 것이다. 요구 사항을 내놓을 것이다. 그가 원한다고 해서 같이 사진 찍을 기회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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