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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은 '홍준표 나무'가 25개월 만에 뽑혔다

경남도의 ‘채무 제로 달성’을 기념해 도청 들머리에 심었던 나무였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2016년 6월1일 경남도청 들머리에 심었던 ‘채무제로 기념식수’가 27일 뽑히고 있다. 최상원 기자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2016년 6월1일 경남도청 들머리에 심었던 ‘채무제로 기념식수’가 27일 뽑히고 있다. 최상원 기자 ⓒ한겨레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경남도의 ‘채무 제로 달성’을 기념해 도청 들머리에 심었던 나무가 25개월 만에 뽑혀나갔다.

경남도는 27일 오후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뽑아 폐기했다. 경남도는 기념식수를 뽑은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심지 않고, 잔디를 깔았다. 하지만 기념식수 앞에 설치된 표지석은 그대로 뒀다.

경남도는 이날 “기념식수가 말라죽었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폐기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 기념식수를 뽑아낸 자리엔 우선 잔디를 심고, 이후 화단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 모든 것은 경남도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김경수 도지사 당선자 쪽과 의논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홍준표 적폐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하는 등 기념식수 제거를 여러 차례 경남도에 요구했다. 경남도 역시 되살릴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거하면 뒷말이 나올 것을 우려해, 지방선거 이후로 제거 시점을 미뤄둔 상태였다.

앞서 2016년 6월1일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이후 3년6개월 만에 1조3488억원에 이르던 경남도 빚을 모두 다 갚았다”며 ‘채무 제로 선포식’을 열고, 이를 기념해 도청 들머리에 풋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20년생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뒤 징비록을 썼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되어,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누가 도지사로 오든지 사과나무를 보면 빚을 낼 엄두를 못 낼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해서도 ‘채무 제로 달성’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경남도는 27일 경남도청 들머리에 있던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제거했다. 앞서 2016년 6월1일 홍준표(왼쪽) 당시 경남지사가 ‘경남도 채무 제로 달성’을 기념해 나무를 심고 있다. 경남도 제공
경남도는 27일 경남도청 들머리에 있던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제거했다. 앞서 2016년 6월1일 홍준표(왼쪽) 당시 경남지사가 ‘경남도 채무 제로 달성’을 기념해 나무를 심고 있다. 경남도 제공 ⓒ한겨레/경남도 제공

하지만 사과나무는 몇달 지나지 않아 말라죽었고, 경남도는 같은 해 10월15일 사과나무를 뽑고 같은 자리에 40년생 주목을 심었다. 그러나 주목마저 말라죽자, 지난해 4월22일 비슷하게 생긴 또 다른 주목을 바꿔 심었다. 하지만 이마저 말라죽어 결국 27일 제거되면서 ‘채무 제로 기념식수’는 사라졌다.

박종철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홍준표 전 지사가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운 이른바 ‘채무 제로’는 진주의료원 강제 폐원, 무상급식 중단 등 경남도민의 눈물로 이뤄진 것이다. 철저히 심판받아야 할 일이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기념식수 제거는 당연하며, 표지석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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