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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6일 14시 43분 KST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러 번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을 때려 숨지게 한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이 사람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두 가지다. 첫번째로는 동물보호법이다. 이 법 제8조에서는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학대하는 경우 같은 법 제46조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최대 형량이 1년 이하로 비교적 가벼운 편인 데다가 명백히 ‘학대의 고의’가 있을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실제 선고되는 형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2016년 작두를 이용해 동물의 꼬리를 잘라 학대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법원은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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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강력한 조항이 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또는 문서를 손괴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우리 법은 반려동물을 ‘재물‘로 해석하기 때문에 타인의 개를 죽이거나 상해한 경우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길을 들이겠다’며 이웃집 반려견을 쇠파이프로 무차별로 구타해 숨지게 한 남성이 이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았다. 남성의 구타로 반려견은 목숨을 잃었지만 남성이 선고받은 형은 고작 벌금 200만원 이었다. 그래도 앞서의 경우보단 나은 상황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막기에 불충분하다. 재물손괴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물이 누군가의 소유여야만 한다. 게다가 재물손괴죄는 재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형량이 선고되기 때문에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인 경우에는 형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법이 동물을 ‘생명‘이 아닌 ‘재산‘으로 보는 탓에 동물에 대한 법적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19일 제주시 제주대 로스쿨에서 열린 ‘동물보호 세미나‘에서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법령과 판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홍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574만 가구가 개 632만마리, 고양이 243만마리 등 874만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며 ”반려동물 수는 꾸준히 증가해 10년 뒤에는 1320만마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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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이어 ”우리 민법상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에 해당한다”며 ”견주의 채무불이행시 반려동물은 민법상 ‘재산’에 해당되므로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어 반려동물을 압류금지대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캐나다 등에서는 이혼 시 반려동물의 양육권이 문제 되고 있는데 당사자 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양육권을 법원에서 다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반려동물은 원칙적으로 ‘물건’이므로 이혼 시 재산분할의 법리에 따라 해결하고 있지만 향후 자녀 양육권과 유사하게 양육권과 면접교섭권, 양육비 문제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움직임은 또 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려동물의 생명권과 반려동물 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해 민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규정이 명시된 민법 제98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법은 아직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해 누군가 반려동물을 죽여도 그 가치는 동물의 교환가치만큼만 인정되는 데 반해 해외에서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보는 법 개정이 늘어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