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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6일 09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6일 09시 54분 KST

사실상 해고 수단이었던 이 방법이 법원의 제재를 받게 됐다

첫 판결


희망퇴직 등을 거부한 노동자에게 전혀 해보지 않은 새 업무를 하라고 인사를 내는 것은 ‘수단이 적합하지 않은 부당전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처음 나왔다. 경영상 필요할 뿐 아니라 수단까지 적합해야 회사의 전보 인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징계나 직장 내 괴롭힘,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던 회사의 자의적인 인사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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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전직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에스케이텔레콤(SKT)이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은 2015년 12월 강아무개씨 등 4명을 스마트워치, 키즈폰, 인공지능 스피커 등을 방문 판매하는 다이렉트세일즈(DS)팀으로 전보 발령했다. 1989~1996년 입사한 이후 기술·마케팅 업무를 담당해 온 강씨 등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업무였다. 앞서 같은 해 3월 강씨 등은 특별퇴직(희망퇴직) 등을 권유받았으나 거절했다. 강씨 등은 그해 정기 인사평가에서 처음으로 C등급을 받았는데, 이들은 이런 전보 발령이 “저성과자 퇴출용”이라고 주장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전직이라며 원직 복직 판정했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도 부당전직을 인정했다. 특히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는 지난 2월 “사용자의 정당한 전보 발령에 요구되는 업무상 필요성을 판단할 때, 경영상 필요성, 인원 선택의 합리성, 수단의 적합성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수단의 적합성’을 추가적인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경제적 수익성과 업무능률 증진 등 전보의 목적과 근거, 명분 등이 인정되더라도 전보 발령이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어야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강씨 등이 영업 관련 업무 경험이 전혀 없어 DS팀의 설치 목적에 적합한 인력이 아니며, 실질적인 교육 없이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면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스스로 퇴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저성과자를 전보 발령할 에스케이텔레콤 쪽의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목표에 따른 수단이 적합하지 않다’며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위법한 전보라고 판단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탁선호 변호사는 “회사는 ‘수단의 적합성’을 고려하게 되면 인사재량권이 크게 축소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교육이 아닌 퇴출 목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