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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5일 18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5일 18시 10분 KST

한때 '갓틸리케'였던 그의 일침이 궁색하기만 한 이유

한때 그는 슈틸리케가 아니라 ‘갓-틸리케’였다. 늪축구의 장인으로 불렸다.

VCG via Getty Images
huffpost

울리 슈틸리케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 대한 비판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경질된 후 잊혀질만 하면 ·외신과 인터뷰를 해서 비슷한 소리를 하고 있는 그다.

24일 독일 ‘빌트’ 인터뷰에서는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서 큰 실수를 한 장현수(FC도쿄)에 대해 ”독일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하고, 유럽에서 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국 축구 팬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밖에도 이런저런 말을 했는데 그 중 세 가지 내용이 인상적이다.

″나는 승률이 67%인데도 쫓겨났다. 한국을 러시아 월드컵 진출로 이끈 승점 15점 중 13점은 나와 내 스태프들에게서 나왔다.”

″한국인들의 정서나 한국의 축구협회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항상 그런 걸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에서 무언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곧바로 희생양이 바쳐져야 한다. 이건 문화적으로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축구에서 희생양은 항상 감독이다.”

″우리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었다.”

한때 그는 슈틸리케가 아니라 ‘갓-틸리케’였다. 늪축구의 장인이었으며, 신예 발굴을 위해 전국팔도를 뛰어다니던 열정 가득한 독일인이었다. 그는 한때 승률 73%까지 기록하며 명장 같은 면모를 보였다. 2015 아시안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16경기 연속 무패·9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경질된 지 1년이나 지난 지금, 그가 대표팀에 대해 하는 나름의 ‘일침’들은 궁색하게만 들린다. 그의 인터뷰엔 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으나, 일단 그 자체가 자기 옹호와 무책임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그의 인터뷰를 뜯어봤다.

우선 그에게 승률 67%를 안겨준 국가들을 살펴보았다. 골닷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이 34경기를 치르며 맞붙은 상대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평균 랭킹은 95위였다. 슈틸리케가 한국을 이끌면서 거둔 25승 중 14승이 FIFA랭킹 100위권 밖으로 밀린 팀을 상대로 한 것이었고, 나머지 11승 중 9승도 50위권 밖에 있는 팀으로부터 얻은 것이었다.

PETER PARKS via Getty Images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승률이 67%나 되는 것이 아니라 67%밖에 안 된다는 해석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16경기 연속 무패, 9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도 이런 팩트와 연결지어 봐야 할 듯하다.

자 다음. 슈틸리케는 ”한국을 러시아 월드컵 진출로 이끈 승점 15점 중 13점”이 자신의 공이라고 했다. 하지만 승점과는 별개로 결코 잘 치른 경기라 볼 수가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당시 이란, 시리아, 우즈베키스탄, 중국과 카타르를 상대했다.

예선 첫 경기 중국전은 후반 중반까지 3-0으로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 ‘공한증’의 나라 중국 아니었던가. 그런데 끝나기 직전 중국 선수들은 갑자기 공한증을 극복했는지 2골을 몰아쳤다. 수비가 전부 허물어지기 직전 다행히 경기가 끝났고 슈틸리케호는 겨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겨우 이겼어도 어쨌든 이긴 게 중요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팬들은 갓틸리케께서 또 한 번 늪축구의 마성으로 우리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동시에 승리의 기쁨을 안겨 줄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벌어진 일들은 다음과 같다:

국가적 상황이 좋지 못해 어수선하던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
공한증이라던 중국에 결국 0-1 패배
월드컵행 향방이 갈린 카타르전에서 2-3으로 패배

처음에는 전국팔도를 돌며 신예를 발굴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해외파로만 굳어진 선수 구성, 소속 리그에서도 뛰지 못하는 선수 발탁, 가장 중요한 전술의 부재와 그로 인해 빚어진 불안한 수비력과 이도저도 안 되는 공격 등 종합적인 문제가 얽혀 벌어진 참사였다. 이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는 그를 경질했다.

끝으로 슈틸리케는 ”한국인들의 정서나 한국의 축구협회의 역사를 보면 한국에서는 감독이 희생양”이라고 했는데, 스포탈코리아는 여기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만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나라, 어느 팀이든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건 축구만 그런 것도 아니다. 야구 감독도 팀 성적이 좋지 못하면 경질될 수 있고, 배구 감독도 농구 감독도 다 마찬가지다. 팀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뉴스1
지난 2017년 5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전격 경질된 프로야구 한화 김성근 전 감독.

슈틸리케는 지난 18일 한국-스웨덴전이 끝난 후 독일 ‘ZDF’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3패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한국의 3패를 예측한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 축구를 해 왔던 입장에서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가 이렇게 당당하게 할 말은 아니다. 여기에 대한 그의 책임 소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신태용호의 행보는 모든 사람들을 썩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애초 슈틸리케의 지휘 아래에 있을 때는 ‘월드컵 3패‘를 점치지도 못할 뻔 했다. ‘일침’인 양 한국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이 궁색하게만 보이는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으로 날아갔다. 텐진 테다FC 감독석에 앉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 등의 성과는 있을지라도, 약팀과 연승으로 자찬하던 대표팀의 미래까지는 책임지지 못했다.
- 스포탈코리아(2018. 6. 19.)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