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6월 24일 14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4일 15시 04분 KST

[화보] 24일 00시, 마침내 사우디 여성들이 '합법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역사적인 순간.

Faisal Nasser / Reuters

24일 0시. 지구상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왔던 마지막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마침내 여성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그 시간 에스엔에스(SNS)에는 ’#사우디여성운전(Saudiwomendriving)’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첫 주행을 한 뒤 기뻐하는 사우디 여성들의 사진과 영상이 여럿 공개됐다. 한밤중 거리로 나선 여성들의 ‘첫 주행’이 카메라에 담겼다. 백미러를 운전자 눈높이에 맞추고, 안전벨트를 매는 여성들의 모습은 상기돼 있었다. 풍선이나 국기를 달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눈에 띄었다. 첫 운전을 마친 한난 이스칸다의 부모님은 딸에게 축하의 입맞춤을 건넸다. 사우디 경찰은 여성 운전자들에게 작은 장미꽃다발을 선사했다. 사업가 힌드 알자히드는 <아랍 뉴스>에 “지금은 우리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HUSSAIN RADWAN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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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변혁의 바람을 몰고 온 무함마드 빈살만(32) 왕자의 개혁 정책 ‘비전 2030’ 일환이다. 지난해 9월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뒤 사우디에선 운전면허 취득 열풍이 불었다. 차를 사려는 여성들이 자동차 판매점에 몰려들었다. 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여성들에게 면허증이 발급됐고, 중순부터 수도 리야드의 리야드파크몰 등엔 안전 운전 교육을 위한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터가 설치됐다.

사우디 당국은 여성의 운전 허용이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우디에선 올해부터 여성의 축구장 입장이 허용됐고, 여성의 입대가 가능해졌으며, 지난 4월엔 리야드에 35년 만에 상업 영화관이 재개관했다.

 

Hamad I Mohammed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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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 여성 운전 권리를 주장해 온 인권 운동가 최소 8명은 여전히 수감돼 있다. 외국 기관과 수상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체포된 사람 중엔 2014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운전을 시작해 사우디 국경을 넘었다가 체포된 루자인 알 하스룰(28)도 포함됐다. 그는 당시에도 여성 운전 허용을 주장하면서 캠페인을 벌이다가 73일간 구금됐다.

2011년 운전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했다가 수감된 적 있던 마날 알샤리프는 <시엔엔>(CNN) 방송에 “사우디 당국이 여성의 운전 허용을 발표한 뒤 정부 관계자가 내게 전화를 걸어 언론에 의견을 말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사는 그는 신변 위협 때문에 사우디 방문 계획까지 취소했다.

Zohra Bensemra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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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단체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여성 인권운동가의 석방과 함께, 여성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추가 개혁을 요구했다. 사마 하디드 국제앰네스티 중동 담당자는 “여성이 마침내 운전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는 환영하지만, 많은 사람이 사우디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다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중동 담당 사라 레아 윗슨도 “24일 여성의 운전이 허용됐지만 진정한 축하를 할 수는 없다.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위해 활동하던 여성들이 여전히 철장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우디가 갈 길은 여전히 구만리다. 사우디는 공공 장소에서 성별을 구별하는 엄격한 형태의 이슬람근본주의 ‘와하비즘’을 따른다. ‘남성 후견인제’가 핵심이다. 이 제도에 따라 사우디 여성은 아버지, 남자 형제, 남편, 아들 같은 ‘남성 후견인’이 없으면 여행을 갈 수 없고, 학교에 입학할 수 없으며,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결혼과 이혼뿐 아니라, 형기를 다 마쳐도 감옥에서 석방되는 것조차 남성의 허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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