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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2일 17시 29분 KST

우리 가족은 ‘라돈 침대’와 10년을 살았다

매일 담배 네 갑을 피운 것과 맞먹었다.

8살, 3살 형제는 태어나며 모두 그 침대에서 생활했다. 라돈 침대때문일까, 심한 비염과 부분적인 아토피 증상을 달고 산다.

“회사에 라돈 침대 취재하는 기자 있을 것 아냐, 라돈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좀 알아봐.”

아내의 염려가 귀찮았다. ‘벌써 10년을 써온 침대인데, 이제와 라돈(폐암 유발 1군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한들 그걸 뭘 어떡해’라는 말을 하려다 삼켰다. 라돈은 고체인가, 액체인가, 기체일까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그냥 “알았다”고 했다. 생활 리듬을 박살낸 삶속 사건은 출근길 의무방어전으로 시작됐다. 5월 4일이었다.

지난 5월 3일 SBS의 보도로 대진침대에서 다량의 라돈 물질이 방출된단 사실이 알려졌다. 결혼 10년차, 애 둘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 침대 브랜드를 기억할 연차는 아니다. 장모님이 먼저 알았다. “뉴스에 나오던데, 너희 침대가 대진 아니니?” 2009년에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그 침대에서 계속 어르고 달래고 재워 키웠다. 큰 애(8살)의 코피 자국과 먹은걸 게워낸 둘째(3살)의 얼룩이 박혀있는 매트리스 하단에는 ‘대.진.침.대.주.식.회.사.’라는 라벨이 아직 선명했다.

모델명 ‘뉴웨스턴 슬리퍼(Q)‘, ‘주택용 보통침대’. 쿠션재는 ‘경상선, 우레탄폼, 팜, 펠트, 부직포, 직물 외 기타’이다. 원단의 섬유 및 혼용율은 ‘폴리프로필렌:52.1%, 폴리에스터:39.3%, 면:8.6%’다. 그게 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라돈’이란 글자는 없었다. ‘*취급상의 주의 사항 : 메트리스 동봉안내서 참조’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찾진 못했다. 어떡해야 하지, 그러려니 해야 하나. 그래도 정부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것이 아닌가, 라돈은 방사능 물질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정부가 나설 것이 아닌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다른 매트리스보다 몇 십 만원 더 비싸게 샀다. 점원은 “잠자리가 중요하다”며 음이온 성분이 함유된 그 매트리스를 권했다. “자는 동안 몸에 좋은 성분이 나온다”고 했다. 음이온이 뭔지 잘 몰랐지만, 비싼 만큼 값을 하려니 했다. 게르마늄이, 또 적외선이 그렇지 않은가. 머리는 그것들이 과학에서 비껴났다는 걸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은 그 과학적 효능에 늘 현혹되어 오지 않았는가.

파문이 커지자 아내는 ‘대진 피해자 모임 카페‘(이하 피해자 카페)에 가입하곤, 아침저녁으로 “알아봤느냐”고 물었다. 때마다 “별것 없데, 너무 호들갑 안 떨어도 돼, 기자가 뭐 다 아냐. 위험하면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겠지” 적당히 대답했다. 첫 보도 이후 5일이 지나도록 대진침대는 알량한 변명 한 줄 내지 않았다. 8일에야 건조하게 ‘매트리스 4종에 대한 회수 및 리콜 조치’를 발표했다. 그때서야 매트리스를 베란다로 옮기고, 쿠팡 로켓 배송으로 가장 큰 사이즈의 비닐을 주문했다. 다음날 홀로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를 베란다에서 꺼내 비닐로 꽁꽁 싸서 도로 베란다로 옮기는데 절로 욕이 치밀었다. 

라돈 매트리스를 50여일 동안 베란다에서 보관했다.

이틀 후(5월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라돈침대’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실내 공기질이나 인체에 해당 침대의 라돈이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했다. 한편으로 안도했지만, 다른 쪽으론 깊은 불안이 스쳤다. 책임 소재를 따져 물은들,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리콜 대상이 된 우리 매트리스에는 ‘K’(국내품질인증)마크가 붙어 있다. ‘한국표준협회’가 적합 판정을 했단 뜻이다. 기업은 ‘그때는 몰랐다’고 할 것이고, 정부가 ‘이제야 알았다’고 해버리면 그 매트리스에서 세월을 보낸 개인들만 불안해질 게 분명해보였다.

피해자 카페는 그야말로 아우성이었다. ‘라돈 침대 사태가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사건’이라는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 무색·무취·무미의 방사성 물질인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 물질이란 걸 이때 알았다. 침대 사용자들은 그 많은 침대 가운데 딱 4종만 문제라는 업체의 소극적 태도와 ‘영향이 적다’는 정부의 발표를 모두 믿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보았던 기업의 뻔뻔함과 세월호 참사에서 마주했던 무능력한 공권력의 민낯이 매트리스 위로 쌓여갔다.

라돈이 어떤 물질인지는 알았지만 방출량을 어떻게 측정해야하는지는 또 알 길이 없었다. 그때까지 업체와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나라에서 팔아도 된다고 허가를 내준 것이기에, 건강에 더 좋다는 기업의 현혹에 매트리스를 구매했다가 내 손으로 가족을 병들게 했을지 모르겠다는 죄책감에 빠진 사람들이 스스로 정보를 구하고 유통했다. 우선, 급한 것은 라돈 피폭선량을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측정기를 구하는 일이었다. 아마존 등 해외사이트에서 라돈 측정기를 구매하는 게 싸다고는 했지만 이미 가격이 오름세였다. 게다가 배송까지 2~3달이 걸린다는 응답을 받았단 사람이 속출했다. 라돈 측정기를 대여하는 업체도 있었지만, 알아봤을 때는 이미 예약조차 받지 않았다. 한 업체는 “두 달 뒤 대여도 괜찮느냐”고 물었다. 피해자 카페에서는 대여비만 챙기고 사라지는 사기꾼을 조심하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5월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문제없다’는 1차 조사 결과를 완전히 뒤엎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모델 중 7종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결함제품으로 확인되어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대진침대 측은 4종에 대한 리콜을 결정했는데, 원안위는 7종이 문제라고 했다. 7종에 대한 정보는 구체적 생산연도나 모델 세부 번호가 아닌 매트리스 이름뿐이었다. 피해자 카페는 우리 집 매트리스가 해당 제품인지를 묻고, 본격적인 소송 정보를 공유하는 글로 도배됐다.

무책임한 업체, 무디게 대응하는 정부에 맞서 피해자들은 연대했다. 라돈 측정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대여를 시작했다. 서로 이어달리기식으로 직접 측정기를 주고받는 규율이 만들어지는데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쯤 걸려 운 좋게도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사는 또 다른 피해자에게 라돈 측정기를 빌렸다. 5월 말, 보증금 2만원을 맡기고, 하루 대여료 2만원에 ‘라돈 아이’(라돈 방출 측정기)를 빌렸다. 6살, 3살 아이를 키운다는 젊은 여성은 “2014년도에 산 모델인데, 라돈이 38나왔다”며 자세한 측정 방법과 소송에 대비하는 동영상 기록 요령을 알려줬다. 

10년간 사용한 대진침대(모델명:뉴웨스턴 슬리퍼Q) 매트리스에서 34.9pCi(피코큐리) 라돈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권장 생활 라돈 기준치는 pCi(피코큐리) 기준으로 2.7이다.

측정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0년간 생활했던 매트리스에서 무려 34.9pCi(피코큐리)의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아이는 라돈 방출량이 4pCi가 넘어서면 빨간불과 함께 경고음이 울린다. 라돈을 측정하는 단위는 pCi(피코큐리)와 bq/m3(베이크럴) 2가지인데, 1pCi가 37bq/m3다. 세계보건기구권장 생활 라돈 기준치는 pCi(피코큐리) 기준으로 2.7, 미국은 4, 한국은 5.4다. 라돈 방출 실험을 진행한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돈 가스는 “숨을 쉴 때 폐 깊은 곳까지 들어가 방사선을 세포에 직접 쏴 폐암을 유발하고 고체로 변해 폐에 그대로 축적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라돈 농도 8pCi가 하루 담배 한 갑 정도를 피우는 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도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국제기준의 13배, 국내 기준으로 하더라도 기준치의 6.4배에 이르는 라돈 위에서 10년을 살아 왔다. 두 아이들과 함께 매일 하루 담배 네 갑을 피워온 셈이다. 아이들이 매트리스를 보관한 베란다 문을 열 때마다 애꿎게 언성만 높였다.

큰 아이를 출산한 이후 2012년부터 아내는 원인 모를 자가면역질환 ‘루프스’로 고생했다. 입 주변이 헐고 피부 발진이 나는 양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1년 이상 병원 치료를 받았고, 종합병원까지 드나들었지만 지금도 종종 증상이 나타난다. 두 아이들은 모두 심한 비염과 부분적인 아토피 증상을 달고 산다. 단순히 면역이 안 좋아서, 환경 탓에 다들 앓고 있는 현대병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공교롭게도 <피해자 카페>에는 루프스 증상과 아이들의 면역계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메르스나 가습기 살균제처럼 피해가 가시적이었던 문제도 원인 규명과 보상이 쉽지 않았다. 라돈 노출 피해는 어떨까. 아마도 구제는 복잡한 난제로 남을 것이다.

라돈 방출량 측정이후 하루라도 빨리 매트리스를 집에서 방출하고 싶었지만 또 방법이 없었다. 수거 요청은 인터넷으로 했지만 대진침대와는 연락이 닿질 않았다. 수거 인력 부족과 수거 이후 처리 문제로 두 달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만 보도로 접했다. 피해자 카페에서는 ‘정부라도 수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함께 ‘수거에 응해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수원시가 자체적으로 라돈 측정기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 알려져 또 논란이 보태졌다. 아내는 은평구청에 ‘왜 수원시는 라돈 측정기를 대여해주는데, 은평구는 안 하느냐’며 매트리스 수거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침대 프레임 위에 요를 깔고 생활한 지 꼭 한 달이 되던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에게 라돈 침대 사태와 관련해 “신속한 수거가 가장 중요하다”며 “업체에만 맡기지 말고 우체국망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말씀에 부랴부랴 우체국이 나서 6월 16일과 17일에 걸쳐 직원 3만 명을 투입해 매트리스를 집중 수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 리콜대상 모델은 28종으로 늘어났고,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했다.

수거를 해간다니 다행이지만 수거를 왜 우체국이 담당하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일을 떠맡은(?) 우체국은 고압적이었다. ‘반드시 비닐 밀봉을 하고, 1층으로 내려놓아야 수거하겠다’는 우체국 방침이 문자로 전달됐다. “혼자 애기 둘을 보고 있어 1층으로 못 내려 놓는다”는 어떤 아이엄마에게 우체국 직원이 “집에 남편이 없느냐, 없으면 사람을 사던지 하라”고 답변했단 글이 올라와 엄마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다리차를 불러서라도 무조건 1층에 내려놓아야 수거한다’는 것이 우체국의 방침이었다. 수거 시간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무조건 오전에 수거를 할 것이니 시간을 맞추라고 요구했다. 문자를 본 아내는 “오전이 언제냐, 8시와 11시는 다르지 않느냐”고 물었다. 우체국 직원은 “10시 전”이라고 답했다.

아파트 21층에서 홀로 낑낑대며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를 1층으로 내렸다. 한 주민은 “이거 방사능이라던데 여기 놓으면 어떡하느냐”고 타박했다.

정작 수거 당일인 6월 16일 우체국 직원은 오전 7시 30분에 전화를 걸어 “지금 갈 것이니 무조건 빨리 내려놓아야 가져간다”고 통보했다. 아파트 21층에서 홀로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를 1층으로 내렸다. 몇 번이나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에 부딪히며 대각선 방향으로 겨우 매트리스를 넣는데 성공했다. 아파트 마당 재활용장 앞에 매트리스를 세우고 수거 확인을 위한 인적사항을 적는데 지나던 한 할머니가 구구절절 타박을 시작했다. “이거 방사능이라던데 여기 놓으면 어떡하느냐, 우체국이 언제 오느냐, 지키고 있을거냐, 제대로 싼 것 맞느냐.” 결국, 당일 12시가 넘어 장년의 우체국 직원 2명이 아르바이트로 추정되는 젊은 학생 2명과 함께 등장했다. 별다른 장비나 보호 장구는 없었다. 경각심도 없어 보였다. 우체국 직원은 그동안의 맘고생을 전혀 증명해낼 수 없는 회수증 한 장을 달랑 써주고 매트리스를 실어갔다.

우리 집에선 문제적 물질을 치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그 물질로 문제적이다. 우체국은 이틀간 수거한 3만8천여개의 매트리스를 당진항 고철 야적장으로 옮기려 했다. 첫날 1만6천여개는 야적했지만, 나머지 물량은 야적장 인근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대진침대 본사가 있는 천안 등으로 분산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우체국이 수거한 이후의 과정을 관장하는 원안위는 내부적으로 당진에서 라돈 침대를 해체해 재활용이 가능한 스프링은 가까운 현대제철로 보내고, 해체된 매트리스는 천안의 대진침대로 보내는 계획을 세웠다. 원안위 상임위원들은 물론 당진시와 지역 주민들도 전혀 몰랐던 계획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안 야적장 인근 주민들은 입구 봉쇄로 맞섰고, 당진항 야적과 해체 계획은 하루 만에 중단됐다.

원안위는 반발하는 주민들에게 “곧 옮겨가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어디로 가져가 어떻게 처리할지 현재로선 방법이 마땅치 않다. 50여일 전, 누군가들이 마주했던 당혹감을 당진 주민들이 난데없이 공유하게 된 셈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공적 소통은 부재하고 신뢰는 부족하다. 우리 정부는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여전히 갖추지 못한 것 아닐까.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라돈 침대 매트리스 수거 업무에 투입됐던 50대 집배원 ㄱ씨가 돌연사했다. ㄱ씨는 6·13 지방선거 기간 공보물 배달로 추가 근무가 계속됐던 상태에서, 숨진 당일에도 라돈 침대 매트리스 20여개를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갑작스런 죽음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책임을 질 순 있긴 한걸까. ‘과학’이 아니었던 10만 여개의 매트리스 앞에 한국 사회가 지금도 통째 속수무책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