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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2일 16시 55분 KST

헌재가 7년 만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단을 내놓는다

이르면 6월28일 선고한다.

한겨레/김봉규 선임기자
2018 세계병역거부자의 날(5월15일)을 사흘 앞둔 지난 5월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병역거부 인정, 대체복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조은씨와 참가자들이 꽃 전달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씨는 지난 2010년 9월 병역거부혐의로 1년6개월 형을 선고 받고 1년3개월 복역한 뒤 출소했다.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 또는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헌재는 병역법 관련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28건을 하나로 병합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사건 병합은 심리 막바지에 이뤄지는 절차이기 때문에, 이르면 오는 28일 정기선고일이나 다음달 선고 가능성이 점쳐진다.

22일 헌재 관계자는 “헌재 전원재판부에서 사건 병합을 결정했고 조만간 병합 결정문을 당사자들에게 송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헌재는 선고 직전에 동일 사건을 하나로 합치는 절차를 갖는다. 이 때문에 헌재 안팎에서는 2011년부터 7년째 심리 중인 병역거부 사건 선고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병역법(제88조 제1항 제1호)은 현역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간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예외 없이 기소해 왔고, 법원은 군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왔다.

이에 대체복무 등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다른 방안에 대한 입법 노력 없이 국가가 처벌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같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한 바 있다.

헌재가 병역법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는 데는 남북 관계 등 안보 상황 변화, 헌재 구성원의 대대적 교체, 대법원과의 ‘경쟁 구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과거 헌재는 두 차례 합헌 결정 때 “남북 대치의 특유한 안보 상황, 대체복무제 도입 시 발생할 병력자원의 손실 등을 고려하면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다”며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 의무가 우선한다’고 결정했다. 이 때문에 최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급진전은 헌재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9월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이 바뀌는데, 결정이 9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새 헌법재판관들이 처음부터 다시 심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9월에 퇴임하는 이진성 헌재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 “인간의 자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병역거부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자신의 퇴임 전에 이 사건을 마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헌법재판관 등이 모이는 베니스위원회 정기총회 특별연설을 위해 22일 출국한 이 소장은 정기선고일 하루 전인 27일 귀국한다.

최고 법원 지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대법원이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오는 8월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것도 헌재가 결정을 서두르는 이유로 꼽힌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병역법 위반 사건에 대한 하급심 무죄 판결이 급증하면서 기존 유죄 판례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