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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사고 미투' 글에 MBN과 중앙일보가 낚인 이야기는 혼돈의 카오스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 박세회
  • 입력 2018.06.22 15:26
  • 수정 2018.06.22 15:35

한 네이트판 사용자가 익명 게시판에 고의로 언론을 속이기 위한 소위 ‘주작 글’을 작성했는데 MBN과 중앙일보가 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지난 16일 네이트판 게시판에는 “20대 초반 여자대학생”이라며 ”이틀 전에 2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는 걸 봤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에스컬레이터는 계속 작동하고 사람들은 내려오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누가 그 넘어진 여자분을 안거나 질질 끌어서라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놔줘야 하는 위급한 상황인데 지나가는 사람들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보기만 하고 있었다”라고 그때의 상황을 전했다.

글쓴이는 이어 당시 주변에 남녀 학생 무리가 있었는데 이 여성이 너무 아파 눕지도 못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 남학생이 “나 남잔데 어떡해? 미투 당할까 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썼다.

이 이야기가 번지자 중앙일보는 ‘”미투 당할까 봐” 역에서 쓰러진 여성 방치한 ’펜스 스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했다.

ⓒHuffPost KR

MBN은 한술 더 떠 지난 뉴스8의 ‘이 한 장의 사진’ 꼭지에서 게시글에 올라온 사진을 그대로 소개하며 ”미투를 당할까 봐, 복잡한 일에 엮일까 봐,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는 각박한 세상이 돼 버렸습니다”라고 감정 섞인 우려를 내뱉었다.

ⓒHuffPost KR

이 사건이 허위로 밝혀진 건 사진에 등장한 학생들이 중앙일보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면서다. 

21일 해당 기사를 링크 형태로 포스팅한 중앙일보 페이스북 계정에는 당시 현장에 있던 학생들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 ”신고해주고 구급대원 오는 거 보고 지하철 타고 갔는데 뭔 기사를 이렇게 썼느냐”며 서운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 한둘이 아니었고 한 명도 신고 안 하고 지켜보는데 XX이가 신고했다”라며 ”기사를 보니 열 받는다”고 밝혔다. 

ⓒFacebook/captured

특히 당시 쓰러져 해당 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당사자가 나타나 ”남학생이 신고해주고 구급대원분들 오셔서 병원 갈 때까지 같이 있어 줬던 건 기억이 난다”라며 ”도와주신 분들에겐 정말 감사하고 도와주지 않으셨다고 해서 뭐라고 할 건 아니지만 뒷모습이라고 이렇게 사진 찍어서 글 올리고 해서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게 불쾌하다”고 밝혔다.

허프포스트는 도와준 학생들과 도움을 받은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Facebook/captured

해당 사실이 허위인 것을 원글 작성자가 실토하기도 했다. 

여러 매체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퍼 나르자 네이트판의 최초 작성자는 원글을 수정했다. 수정한 글에서 글쓴이는 원글 앞에 ”주작으로 욕먹어서 속상했느냐”라며 ”발로 안 뛰고 남의 글 복붙해서 편하게 날로 먹는 남기자들은 허위 기사로 고소미나 먹고 군대나 가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Nate/captured

해당 글이 허위로 밝혀지자 중앙일보는 제목을 바꾸고 기사 하단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21일 온라인은 들끓었다. ‘펜스 룰’이 실생활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예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경복궁역 사고 미투’ 사건이 ‘펜스룰’에 따른 피해가 아니라는 당사자들의 해명이 나오면서 펜스룰 논란은 일단락됐다”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Jooang Ilbo/captured

매체가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 글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퍼 나르는 일 때문에 종종 가짜 뉴스들이 널리 퍼지곤 한다. 지난 1월에는 한 매체에 ”훈련 힘들다고 반항하던 선수들 눈물을 쏟게 만든 박항서 감독의 한 마디”라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의 훈련 태만을 지적하며 “너희들이 입고 있는 경기복, 신발, 먹고 마시는 어느 것 하나 국민들의 피와 땀이 아닌 게 없다. 겨우 그 정도가 힘들어 편한 걸 찾으려면 축구선수 하지 말고 다른 것 해라”라고 호통쳤다는 내용이었다. 디시인사이드에 한 인터넷 사용자가 허위로 올린 뉴스를 확인 없이 퍼나른 것.

그러나 MBN의 ‘뉴스8’은 당시에도 이 허위 기사를 그대로 받아 전했다. 뉴스8의 최일구 앵커는 “(박항서 감독에게) 주장이 이러다가 경기 전에 쓰러질 것 같다. 훈련량을 줄여달라고 했다더라”라며 “이 정도 갖고 훈련 힘들다고 하면 차라리 축구선수 그만두라고 정신교육을 했다고 한다”고 이 허위 뉴스를 소개했다.

박항서 감독의 허위 기사를 언급하는 장면.
박항서 감독의 허위 기사를 언급하는 장면. ⓒMBN/cap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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