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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2일 14시 2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2일 14시 26분 KST

'이재명의 태도 논란'에 대하여

나가도 너무 나간 것

huffpost

내가 이재명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건 지난 대선 전후다. 귀촌하여 신문, 방송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그를 알 수 없었다. 솔직히 알 바 아니었다. 그러다 촛불 시위가 시작됐고 난 열정에 휩싸여 매주 광화문으로 차를 몰아 달려갔다. 시민의 분노는 거세게 타올랐으나 당시 민주당의 입장은 한심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들은 탄핵이란 당연해 보이는 카드를 내미는 것조차 주저했다. 민주당은 자신의 지지율만큼이나 한심스럽고 미적거리는 태도로 일관했다. 문재인 후보 역시 답답해 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당시 국정농단 사태와 향후 정치 국면에 대한 그의 발언들은 마른 입에 고구마를 먹은 듯 갑갑했다(이 시절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의 문 대통령의 모습은 경이로울 뿐이다). 반면에 이재명의 거칠고 강도 높은 발언은 사이다를 마신 듯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때론 무리수를 두는 발언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의 발언은 많은 시민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재명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지하느냐와 상관없이, 이재명에게 쏟아졌던 폭발적인 지지는 탄핵국면에서 민주당이 좀 더 비타협적인 태도로 나설 것을 강제하는 시민의 요구였다. 촛불 정국에서, 대선에서 이재명은 그렇게 쓰였다.

[한겨레21]에 <경기도지사 이재명, ‘황소’의 벼룩 같은 애티튜드>라는 기사가 실렸다. 6.13선거 직후의 이재명의 인터뷰 태도를 문제 삼았다.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전담 취재기자를 맡았다는 엄지원 기자의 글이다. 엄기자는 선거 직후 논란이 된 인터뷰 뿐 아니라 대선 당시의 ‘애티듀드’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이재명의 가벼운 ‘애티튜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엄 기자는 대선 당시 이재명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하며 이렇게 느꼈다고 한다.

 

“이재명이 ‘달변’에 ‘날카로운 입장’을 가져 듣기에 시원하지만 감동은 적었다”

“이재명의 언어는 “강자에 대한 공격이나 세태에 대한 비아냥이어서 감동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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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긴지? 야당의 대선 후보자로 나선 이가 입장도 날카롭고, 달변이며, 강자에 대해 공격적이라는 점은 후보로서의 장점 아닐까? 굳이 문제 삼자면 ‘비아냥’거리는 태도뿐이다. 그런데 본인 글대로라면 인물에 대한 비아냥도 아니고 “세태에 대한 비아냥”이 왜 문제라는 건가?

엄 기자가 판단하기에 “이재명 당선인이 지방선거 뒤에 더 큰 비판을 사고 있는 것도 그가 덩칫값을 못해서...”이며, “경남의 김경수 당선인이 ‘드루킹 특검’ 관련 질문에 성실히 답한 것과 대조적”이란다. 그러면서 “도지사는 체급에 맞게 행동해야지 벼룩같이 가벼워서는 안 된다”고 비난한다.

광역단체장도 아닌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정책적인 면에서 이재명만큼이나 전국적 관심 끈 후보는 전무하다. 그는 성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경기도지사에 도전한 인물이다. 학연도 지연도 없고 심지어 혈연의 한 부분은 그의 발목을 끊임없이 잡아채는 악연이다. 그는 온전히 비주류다. 민주당 내에 엄연히 존재하는 비토 세력과 민주당 지지자 내부의 안티세력을 감안하면 비주류로서 그가 보인 행보는 그래서 더 놀라운 모습이다. 반면 경남의 김경수 당선인은 이제 막 단체장으로서 출발을 하는 인물이다. 기대는 앞서지만 아직 검증은 안됐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직 ‘애티튜드’만을 기준으로 이재명은 벼룩같이 가벼워서 안 되고, 김경수는 도지사의 그릇이 된다고 얘기한다. 편파적이다. 지나치게 편파적이다.

과거 故 노무현 대통령도 노상 태도의 문제로 공격받았다. 그의 ‘경솔함’과 ‘투박함’을 두고 조롱하던 이들이 존재했다. 보수언론들은 온갖 칼럼을 동원해 노무현 대통령의 ‘경솔함’과 ‘투박함’을 집요하게 공공연하게 공격했다.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임기 내내 심지어 퇴임해서 봉화마을로 내려간 이후까지 지겹도록 그의 인간성과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 했다. 언뜻 보기에, 노무현의 주장이나 정책보다 그의 태도, 주장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대부분의 공격은 외부로부터 이뤄졌다. 그러나 이재명에 대한 공격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 보수정당의 비난과 공격이야 그렇다 쳐도 민주당 지지자 내부에서 이어지는 집요한 공격의 양상은 그래서 낯설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어지는 폭로와 고소는 더욱 격렬했다. 이들의 공격 역시 이재명의 태도, 성품에 국한된다. 그의 정책과 주장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과거 유시민이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장했을 때, 문제가 된 것 역시 ‘애티튜드’다. 당시 한나라당은 벌떼처럼 일어나 항의하고 ‘애티튜드’를 문제 삼아 집단 퇴장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빽바지’를 입고 나왔냐며 고함과 욕설을 쏟아냈다. 이름 꽤나 알려진 이 운동권 출신과 노무현 대통령을 한 묶음으로 ‘채신머리없고 경솔한 자들’이라는 프레임으로 덧씌우려는 시도였다. 결국 며칠 후 바지를 갈아입은 유시민은 사과했다. 2003년 벌어진 일이다.

꼰대들이 누군가를 시건방지다, 버르장머리 없다 비난을 퍼붓는 거야 최소 수 천년은 행해져 온 관습이다. 비판을 하더라도 공손하고 교양 있게 해야 한다. 내내 그렇게 교육받았다. 그렇게 수천 년 지적을 당하면서 몸에 밴 걸까? 별다른 배려 없이 타인의 인성에 대해 지적한다. 자신의 성품에 대해 지적이라도 당할라치면 몸은 금방 위축된다.

하지만 지겹다. 2018년인데... 또 다시 등장한 정치인의 품성을 다룬 언론기사는 그래서 짜증 난다. 좀 시건방지고 좀 버르장머리 없는 게 뭐 대수라고. 국회에 면바지를 입고 등단하든, 경솔하든, 투박하든, 비아냥거리든 그냥 다양한 캐릭터로 인정하면 안될까?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야 자유의사지만 굳이 꼰대처럼 나서서 그릇이 어떻고 태도가 어떠니... 벼룩의 가벼움까지 들먹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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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유시민 작가는 <썰전>에 출연한 이재명에게 성품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613선거 개표방송에서 보여준 유시민의 발언에 비교하면 앞서의 지적은 애교에 불과했다.

유시민은 전원책과 함께 문화방송의 613지방선거 개표방송에 출연했다. 유시민은 이재명의 높은 득표율을 분석하는 자리에서 “경기도민은 아마도 (이재명에 대해)‘여기까지다’라는 마음으로 투표했을 것이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무효표가 얼마나 많은지, 또 어떻게 무효표를 만들었는지를 확인해 보면 경기도민의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을 알 수 있다고 발언한다. 당황스럽다. 전원책도 아니고 유시민의 ‘분석’이라니...

양보하여, 유시민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여기까지다”는 발언은 최소한 무효표에 대한 확인을 하고서야 가능하다. 그러나 확인도 근거도 없다. 단정적인 판단이 선행한다. 확인은 나중에 해보면 안단다. 놀랍도록 확정적이다. “여기까지라는 마음으로 찍었다”는 유시민의 분석도 황당하지만 무효표가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을 증명한다는 주장 역시 독단적이다. 여전히 근거도 분석도 없는 감정적인 주장이다. 왜 무효표가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으로 등치 된다는 건가? 무효표의 원인이 전국에서 가장 지저분한 선거판으로 흐른 데 대한 경기도 투표권자의 항의일 가능성은 없다는 건가? 자유한국당과 김영환이 분탕 쳐 놓은 선거판 분위기를 온통 이재명이 뒤집어써야 할 이유는 뭘까? 아니면 혹여 투표 이전에 ‘이재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무효표 만들기 운동’이라도 있었던 걸까?

유시민이 6.13 개표 방송에서 행한 발언은 ‘이재명에 대한 내부로부터의 공격’을 집약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시민의 발언엔 이재명에 대한 못마땅함이 묻어있다. 어쩔 수 없지만 그가 선거에서 승리하고 살아 돌아온 것조차 마땅찮다는 태도다. 이재명에 대한 끝없는 안티는 이제 “아, 난 그냥 이재명이 싫어” 수준까지 간 건 아닐까?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방송과의 인터뷰, 나도 봤다. 한심했다. 엄 기자와 다르게 난 오히려 방송들이 한심하다고 느꼈다. 앞서 진행된 JTBC, TV조선 그리고 문화방송 모두가 대동소이했다. 의례적인 당선 소감을 묻고는 이내 인터뷰 초점은 ‘여배우 스캔들’에 맞춰졌다. 경기도는 천만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광역지자체다. 그간 서울과 경기도는 사사건건 정책적으로 대립했다. 따라서 방송은 처음으로 서울과 경기도를 민주당이 독차지한 새로운 지형에 대해 질문 했어야 한다. 새로운 정책과 대립했던 정책들에 대한 당선자의 생각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방송은 그렇지 않았고, 당선자는 신경질적이었다.

“안들린다”, “잘라” 따위로 반응한 이재명의 태도가 좋아 보일 리 없다. 나도 불호한다. 그러나 그의 신경질적인 태도를 불호할 뿐이다. 딱 거기까지다. 벼룩의 가벼움 운운하는 것이나, 근거도 없이 “여기까지다”고 얘기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