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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성들의 이야기

역시 ‘큰일’은 여성들이 한다

  • 백승호
  • 입력 2018.06.21 16:29
  • 수정 2018.06.21 16:30

지방선거 사상 최고의 화제 기초의원 후보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구프(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시스터스’라고 불렸던 이 4명에게 붙일 만한 또하나의 수식어 아닐까.

실로 그러했다. 마포 나 선거구(염리동·대흥동)에서 18.6%를 얻어 2등과 303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한 차윤주(36)씨는 선거 다음날 집에서 나가 지하철 역까지 200m를 걷는 데 30분이 걸렸다고 했다. “나이드신 분들은 인터넷을 안 보니 어떻게 됐냐 붙잡고 물어보고. 결과 아신 분들은 놀랍다고 얘기 건네고.” 아직 지난 6개월 선거운동에서 다 벗어나지도 못했다. “오랜만에 토요일에 지방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는데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분들께 ‘안녕하세요~좋은 아침입니다’ 이러고 있더라고요.”

차씨를 비롯해 김정은(37·마포 사), 우정이(39·마포 아), 곽승희(31·금천 다)씨가 지난 17일 저녁 마포구의 정전이 된 한 인도음식 식당에 모였다. 예비후보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가 정신없이 바빠진 3월말 이후 넷이 다같이 모인 건 처음이라고 했다. 선거 끝나고 불과 나흘이니, 아직 모드 전환도 안된 상태. 12년 경력 전직 기자(차), 학원 강사(김), 국제회의통역사(우), 무크지 <월간퇴사> 제작자인 전직 기자(곽)인 이들은 선거기간 내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새로운 이야기가 더 있을까 했지만, 웬걸. 평생 기표소에서 도장만 찍어본 기자 같은 사람과 직접 출마자가 겪은 선거는 너무나 다르고 너무나 디테일하고 생생했다.

‘어머, 이건 꼭 기록해야 해.’ 30대 여성들의 도전이유를 듣겠다며 저녁이나 한끼 같이 하자 청했던 기자는 질문할 틈도 없이 이들의 대화를 받아적는 데 바빠졌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지난 17일 한자리에 모인 구프 시스터스. 왼쪽부터 곽승희, 우정이, 김정은, 차윤주씨.
지난 17일 한자리에 모인 구프 시스터스. 왼쪽부터 곽승희, 우정이, 김정은, 차윤주씨. ⓒ한겨레

 

차윤주 피같은 명함이 너무 남았어요.ㅠ 기호 받자마자 4천장 찍으며 그동안 뿌린 속도면 문제 없다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우리 선거구가 2만여명인데 제가 2만5천장을 그 전에 뿌렸거든요. 그런데 명함 받기 피곤증이 선거가 임박할수록 확 느껴지더라고요. 피켓이 훨씬 효과적인 걸 나중에 알고 땅을 쳤죠. 이것도 무경험 첫 출마자들의 애환이죠. (모두 공감)

곽승희 이건 헌법소원감 아님? 5월24~25일이 등록기간이었는데 무소속은 등록 마감 뒤 저녁에 남는 기호로 정하는 거에요. 정당 후보자들은 미리 기호가 정해져 인쇄물이 다 들어가 있는데 30일 벽보형, 6월1일 공보물 제출 마감을 맞추려면 무소속은 빠듯할 수밖에요. 5월20일부터는 또 단가 변동 시기에요. 인쇄업체로선 대목이잖아요. 주말엔 디자이너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걸 ‘죄송한데 제가 처음 출마해서요’ 눈물로 호소해서 겨우 인쇄했어요.

김정은 공보물에 꼭 담겨야 할 내용이 있거든요. 정당 후보들은 여유있게 선관위 검수도 받는데 지역구에 따라 다르지만 무소속은 ‘실수가 있어도 후보 책임하에 가겠다’는 문서에 사인하라고 강요받으며 넘긴다니까요. 블랙코미디죠.

첫 출마니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경고 들을 때마다 무섭더라.

회계처리 문제가 있으니 공무원들이 두번 세번 확인할 수밖에 없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규정에 안 들어있는 내용을 물으면 너무 허둥지둥하는 거에요. 한번에 답하는 경우가 없어요. 우리 모두 ‘친절하고 무능한 선관위’라고 불렀죠.(웃음) 선거운동 규정이 모두 포지티브 방식인데 지나치게 세세해요. 예를 들어 어깨띠는 폭 몇㎝에 돈은 얼마까지 들어갈 수 있고, 유세차량도 기초의원은 엘이디 조명을 얼마까지만 쓸 수 있고, 이런 것까지 있다니까요. 네거티브 방식으로 뭐는 안된다 하면 될텐데. 선거운동 자체가 스트레스 큰데 공보물과 이런 규정에 매달리다보니...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는데 관리하는 선관위가 너무 무성의해요. 어디 벽보 붙인다 했는데 가보면 장소 바뀌어있고. 저희 동네에 불법주차가 엄청 심하거든요. 시장 후보들은 윗줄에 붙이고 기초는 아래줄에 붙여놓으니 차에 다 가려버리는 거에요. 항의하면 “주차는 구청사항인데요”라고만 하고. 정치신인들에겐 공보물이 유일한 메시지 채널이잖아요. 화딱지가 날밖에요.

 

 

김정은씨(왼쪽)는 현직 학원강사, 차윤주씨는 올해초 뉴스1을 그만둔 12년차 경력 기자 출신이다.
김정은씨(왼쪽)는 현직 학원강사, 차윤주씨는 올해초 뉴스1을 그만둔 12년차 경력 기자 출신이다. ⓒ한겨레

우정이씨가 좀 늦게 도착하기도 전에 이들은 이미 ‘선거법 규탄대회’에 돌입해 있었다. 듣다보니 이해가 됐다. 돈 많이 부은 사람이 눈에 띄어 당선되고 또 지지율도 일정정도 높아 돈을 가져가는 게 현실이다. (10% 이상은 절반, 15% 이상은 전액 기탁금과 선거비용을 보전받는다) 개인 돈이나 펀딩을 통해 아껴아껴 ‘돈 안쓰는’ 선거를 만들어보자고 나섰던 이들에겐 허들이 너무 높았다.

 

원래 500만원으로 하겠다고 나섰는데, 하다보니 정말 당선되고 싶은 거에요. 펀드도 만들었죠. 1100만원이 모였어요. 목표액 1천만원을 돌파한 거죠. 타이밍이 안 맞아 다 쓰진 못했지만. 어쨌든 10월1일까지 갚겠다 했으니 이제부터 열심히 벌어야죠. 걔중에는 갚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다 제 빚이죠. (그는 8.3%를 득표했다)

공보물 8쪽과 4쪽은 가격 차이가 엄청 나요. 저랑 은희님, 정이님은 4쪽으로 했어요. 손바닥 크기로 공보물 보낸 서울시장 우인철 후보가 페북에 왜 그랬는지 사연 올린 것 보고 공감되어 눈물이 나더라니까요.(5천만원 기탁금을 후원금으로 모아 청년정당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9번 우인철 후보는 3억원에 달하는 공보물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사연을 페북에 공개했다) 현수막 하나 찍고 매달아주는 게 15만원이에요. 근데 프린트만 하면 3만원이거든요. 전 학원강사라 저녁 8시부터 지인 5명과 6개 현수막을 직접 걸고 다녔어요. 새벽 2시에 연남동에서 끝냈을 땐 우리끼리 하이파이브하고 난리났죠. 끝난 다음에도 제가 현수막 걷어냈어요. 내 이름 적힌 현수막으로 가방 만들 거에요. (웃음)

전 공보물 마지막 페이지에 사이클복을 입은 전신사진 넣었는데, 아마 기존 공보물 형식 아는 사람들은 놀랐을 거에요. 보통 유력 정치인과 찍은 사진과 관변단체 같은 경력 넣는 페이지인데, 전 제가 완주한 코스들을 넣었어요. 내 힘으로 이뤄낸 성취와 노력을 보여주고 싶었죠.

 

역시 ‘큰일’은 여성들이 한다.(반발의 목소리 예상되지만, 적어도 이 경우는 확실하다.) 이들의 도전은 지난해 싹텄다. 광장에서 대통령을 바꿨듯, 내가 사는 동네정치를 바꾸자는 독립책방 ‘퇴근길 책한잔’ 주인 김종현씨의 아이디어로 지난해 10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첫 설명회가 열렸다. 도와주자라는 마음에 참여했던 이들의 프로젝트가 점점 출마로 바뀌었다. 한때 15~20명까지 달했던 출마 계획자들이 하나씩 하나씩 ‘상식적 사고’를 되찾으며 떨어져나가고 결국 남은 건 구프 시스터스 4명이었다.

 

6개월을 미쳐있었다는 느낌이야.

차 기자생활 12년 했지만, 사회생활에서 못봤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본 느낌이에요. 출근길을 2~3주 동안 인사하다보니 동네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한사람 한사람의 동선과 인생이 느껴지고. 제가 언제 경로당에 가서 옆에 앉아 말을 건네봤겠어요.

뭐랄까 구프 시스터스끼리 30대 비혼 여성의 자매애 같은 힘이 생겼어요. 우리들 공통 명함을 만들어준 분도 아기 엄마시고요, 정은님 친구인 여성사무장님이 1주일에 한번 윤주님 운동도 도와주고. 저희 출마와 공약 등 컨설팅을 맡아준 첼렉션의 박신수진 공동대표는 1주일에 한번씩 저희 돌아가며 찾아와서 운동해주고. 선거하면서 여성들 도움 정말 많이 받았어요. 똑똑한 여성들 많다고 느꼈어요. 이리 훌륭한 사람들이 더 많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젊은 여성후보’라는 걸 유권자들이 잘 상상을 못하죠. 얘기하다 보면, ‘그런데 후보는 어딨어?’ 같은 반응 많고요. 페북메시지로 데이트해요, 이상형이에요 이런 건 일도 아니에요. 길거리 캣콜링도 그렇고. 사실은 전 어떤 남성이 와서 얼굴에 침을 뱉었어요. (신지예 후보 포스터 사건은 유명하지만 이건 몰랐다 ㅠ) 처음엔 그냥 지나가다가 저와 자유한국당 남성 후보가 마주보고 서 있는데 사이로 돌아와서 우물대다 제 얼굴에 침을 뱉잖아요. 뭐하시는 거냐고 소리를 높였더니 다시 뱉고 도망갔어요. 신고는 했지만, 녹색당 신지예 후보 포스터 찢는 범인도 다 못 잡는 경찰이 잡겠어요. 여혐의 극치죠.

유권자 한명과 얘기하는데 누가 곽승희가 벽보에 페미니스트라고 적어놨다고 했다는 거에요. 전 그렇게 쓰지 않았는데, 신지예 후보와 헷갈린 건지 ‘젊은 여성 후보’하면 고정된 이미지가 있는 건지. 암튼 더 많은 여성정치인들이 나서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다니면 예쁘네 예쁘네 하는 소리들도 많이 하는데, 처음엔 여성후보를 외모로만 보는구나 싶었지만 호감 표현이라고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우리 세대 감수성과는 맞지 않지만, 좋은 인상을 갖는다면 그걸 계기로 깊게 이야기 나누면 된다는 식으로.

사실이잖아.(웃음) 남성들의 멘스플레인은 어떻고요. 아이고, 선거운동은 그렇게 하는 거 아냐. 이런 식이죠.(웃음) 뭔가 젊은 여성후보가 처음 나와 당선되는 건 어색하다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 같았어요. 많이 들은 얘기가 ‘젊으니까 또 나오면 다음에 찍어줄게’라는 거였는데, 왜 다음인가요. 나도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쏟아부으며 하고 있는 건데.

 

점점 생면부지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찾아왔다. 특히 사전투표 이후에 지하철역이나 거리에 나서면 기류가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다가와서 사전투표에서 찍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들이 끝까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래도 가장 갑갑한 점은 말할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책이나 메시지 내용보다 눈에 띄게 기호와 이름 알리는 이들이 당선되는 게 기초의원 선거 현실이다. 서울 기초의원 후보들의 평균 선거비 제한액은 4100만원. 이들은 선거를 치러보니 선거법이 바뀐다면 지금의 비용 3분의 1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정이 선거운동 방식이 바뀌어야 해요. 나온 취지를 얘기할 기회가 없어요. 결국 저도 나중엔 이름과 번호만 외치게 되더라니까요. 방법은 있어요. 선관위가 후보자로부터 돈을 받아 공동 공보물을 만들어주면 되잖아요. 득표율 따라 나중에 돌려받으면 되고. 지금은 트럭 깔고 운동원 많은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구조에요. 다 세금이잖아요.

트로트 개사곡으로 승부하는 선거, 난 너무 수치스럽더라고요. 트럭에서 시끄럽게 음악 틀고 춤추고 있는데 다가가서 ‘저 그런데 왜 나오셨는데요?’ 이렇게 물어볼 수가 있나요.

선거 기사 댓글들을 보면, 사람들이 너무 시끄럽다, 정보나 달라 이런 요구 많이 해요. 그런데 기존 운동만 하도록 선관위가 막아놓은 거에요. 예를 들어 1주일에 한번 특정 장소에서 후보들이 모여 얘기해봐요, 처음엔 잘 안 알려져도 선거 때가 되면 듣고싶은 사람들이 올 거에요. 사람들이 정치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열망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막고 있는 거라니까요.

그런데 유권자 책임도 절반은 돼요. 한 아파트는 350세대 중 절반이 공보물을 끝내 안 가져갔더라고요. 시끄러운 유세 싫다며 공보물도 안봐요. 세대 차이도 커요. 나이드신 분들은 인사든 뭐든 열심히 하는 걸 봐야 인정하고, “막걸리 한병 없어? 라이터라도 사와봐” 그런 말도 하고.

지역언론 살아있지 않은 것도 문제에요. 지역방송국에서 개표 때 쓴다고 사진 따로 제출하라 했는데 그것도 돈들여 찍어 내면 쓰지도 않아요. 잘해야 구청장까지죠. 동네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어요.

선거제도 개혁에 20%만 힘써도 정치가 달라질 거에요.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민주시민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절감했어요. 영국·독일은 교과과정에 선거제도 교육을 하잖아요.

 

 

곽승희(31·왼쪽)씨는 지난해 기자를 그만두고 퇴사 담론 무크지 <월간퇴사>를 만들고 있다. 우정이씨는 국제회의 통역사로 선거기간에도 일을 했다.
곽승희(31·왼쪽)씨는 지난해 기자를 그만두고 퇴사 담론 무크지 <월간퇴사>를 만들고 있다. 우정이씨는 국제회의 통역사로 선거기간에도 일을 했다.

 

일부에선 이들의 프로젝트에 ‘정당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동네에 평소 무슨 기여를 했다고 나오냐는 말도 적잖이 들었다. 이들이 말하고 싶은 건 정치가 얼마나 내 삶을 바꿀 수 있는지였다. 그래서 더 발로 뛰며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공약도 만들었다. 어느 친절한 정치인은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지역구로 옮기라는 조언도 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자신들의 동네에서 나온 이유다.

사람들이 거대정당들 담합으로 4인 선거구제 도입 무산된 거 알려주니 분노하더라고요. 사실 2명까지 뽑을 수 있다는 것도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거라도 알면 한명은 정당 보고 하더라도 한명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1-가, 1-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 태반이고요. 일부러 정당 후보자들은 그런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죠.

출마하기 전엔 동네유지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구의원이 연봉이 4300만원 정도인데 그보다는 구의원 하며 얻는 네트워크로 이후 얻는 이권이 크죠.

출마 안했으면 몰랐을 게 너무 많아요. 제 공약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연남동에 초등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마을버스를 타고다녀요. 10년째 구의원 시의원 공약이 초등학교 설립이에요. 그런데 학교 짓는 게 그리 쉽나요. 전 셔틀버스를 도입하겠다고 했어요. 또 도우미 신청시스템이 있는데 사람들은 갑자기 아플 때 가장 필요로 해요. 그런데 예약제다보니 정작 가장 필요할 때 못 쓰죠. 이런 걸 바꾸겠다고 했어요.

정당정치인이랑 약간 말싸움을 한 적 있는데, ‘내부적으로 개혁하면 될 일이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얼마나 바뀔까요. 기존 정당 후보들이 다 유리하게 되어있는 선거법을 자기들이 바꾸겠어요? 외부에서 요구하고 바뀔 수 있게 강제해야죠. 그런 뜻에서 구프 2기, 3기가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절대 의원들 스스로는 안 바꿀거다 절망감이 들어요. 우리처럼 맨몸 부딪치는 사람들이 나와야죠. 강력한 시민의 힘으로. 제가 선거중 ‘4년 뒤 또다른 청년이나 또다른 동네주민이 이 자리에 써야 한다, 미래 위해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이런 말 많이 했어요. 그러려면 이걸 다 기록해서 처음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계속 쌓여나가게 해야 하는데....당장 회계처리도 해야 하고 빚도 갚아야 하고....

저희 공약 중 하나가 구의원 사용 보고서를 만든다는 거였는데, 전 벌써 그들을 어떻게 일할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하게 됐어요. 출마 전과 난 다른 사람이 됐죠. 저희 지역 당선자가 1만7000표에 됐는데 기권이 1만9천표에요. 착잡하더라고요. 나처럼 꼼꼼히 고민하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모든 게 다 연결된 문제에요. 안타까워요. 기존 선거운동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비판적이면서도 정작 공약에 관심없는 유권자도.

정치에 대해 불쾌감을 가져오도록 정치가 이뤄져왔던 게 큰 이유죠. 정치한다 하면 뭔가 똥묻은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도 있고.

당선되려면 정당 가야 한다는 말 많이 하는데 그건 너무 성과주의 아니에요? 우린 이 과정 자체도 목적인데. 전 유급 운동원은 1명 고용했는데 율동 같은 건 시킬 생각은 꿈도 안 꿨어요. 왜 정치하면 패가망신한다 그런 이미지나 두려움 있잖아요. 그런 것도 바꿔보고 싶었어요. 600만원 안에서 썼어요. 주변에서 많은 이들이 재능기부하거나 도와주는 걸 보며, 정치혐오 정치혐오하지만 사실은 많은 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구나 느껴지더라고요.

지난해 기자일 그만두며 나답게 살겠다고 마음먹고 <월간퇴사>도 만들었어요. 기성세대 방식이 아닌 내 방식으로 조직을 꾸려나간 게 뿌듯해요. 나름대로 율동도 하지말고, 유급 운동원들 돈 깎지말고 등등 세웠던 원칙대로 해냈거든요.

 

이들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선거기간에도 우정이씨와 김정은씨는 현업을 병행하며 운동을 했다. 사실 어떤 거창한 인생계획을 갖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거 전과 선거 뒤 이들이 엄청나게 달라져있다는 사실이다. 기초의원의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주변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이런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조용한 혁명 아닐까. 어둠 속 수다 중 식당에 불이 다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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