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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1일 10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1일 11시 01분 KST

괴물이 아닌 영웅이 되길

fotojog via Getty Images
huffpost

자신의 조국이 혼란스럽고, 직접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 머나먼 한국까지 왔고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 대부분이 죽음을 피하고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왔다. 강제로 추방하면 그들은 죽음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들의 조국이 안전해지면 자연스럽게 돌아갈 것이다. 싫든 좋든 그들은 그때까지 머물 손님이다.

한국이 처음부터 지금 같지는 않았다. 식민지, 전쟁, 독재를 겪은 나라로 일부 국민이 난민이 되었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다. 그때 시리아도 한국에 작은 손길을 내밀었다.

다행히 한국은 빠르게 발전해 이제는 약자들을 챙길 여력이 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한국인이 먼저 경험한 아픔을 가진 시리아, 예멘 등의 난민들이 이제는 한국인의 친절함과 선함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여러 정책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언어, 문화, 법에도 어느 정도 익숙한 나도 출입국 관리 사무소를 방문할 때면 아직 불안한 마음이 크다. 물론 출입국 사무소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난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적은 인력과 부족한 자원, 언어소통 문제에도 열심히 노력하는 출입국 사무소 난민과 직원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한편으로는 미흡한 부분의 개선을 촉구하고 싶다. 그곳은 한국 국민들의 대표로 무거운 책임을 지고, 난민을 보호하고 환대하는 기관이다. 실제로 난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도 개선에 애쓰고, 누구보다 난민이 신뢰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 난민들의 머릿속에서 괴물이 아닌 영웅이 되길 바란다.

현행 난민제도는 사용자용이 아니고 전문가용이다. 전문가들도 이해가 어려울 만큼 제도가 복잡하다. 정의롭고 투명한 심사는 물론 쉽고 효율적인 난민 제도로 개선되길 바란다. 기능이 좋으면서 사용이 쉬운 최신 스마트폰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난민들이 잃었던 자아를 찾고, 지니고 있는 능력과 재능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들을 한국 사회에 부담 되는 존재가 아닌 보탬이 될 만한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돌아간 조국에서 그들은 한국을 전할 대표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경험한 경제개발, 민주주의와 인권을 조국에 전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한국의 기술처럼 인권 수준도 국제무대에서 모델이 돼야 한다. 그것은 나중에 한국 사회에도 큰 도움이 된다.

말은 쉽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출입국 사무소 같은 기관이 독립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니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국민의 노력도 절실하다. 난민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편견을 해소하고, 종교·민족·국적 등 차별 없이 난민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훌륭한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니 적합한 환경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최첨단 자동차도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는 잘 달릴 수 없다. 어려운 지인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상처를 주고 불친절하게 대하는 것보다 예의를 지켜 소박하게 대접하는 것이 더 낫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