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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0일 14시 40분 KST

개도 사람도 ‘개과천선’ … 제2보호자 펫시터의 하루

펫시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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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사는 풍산개 복순이가 최문희 펫시터와 함께 산책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로로야, 기다려, 잠깐만.”

지난 1일, 하얀 털에 얼굴이 불그스름한 아메리칸불리 ‘로로’가 숨을 몰아쉬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아파트의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30㎏에 육박하는 체중에, 온몸이 근육질인 로로를 꽉 붙들어매기 위해 펫시터 최문희씨는 로로의 가슴줄을 자신의 손과 허리에 이중으로 걸고 있었다. 로로의 표정을 지켜보던 최씨가 어깨에 맨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자 로로가 사막에서 우물을 발견한 듯 물을 들이켰다. 물을 마신 로로가 한결 개운한 얼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로로가 헉헉대는 만큼 최씨의 콧잔등에도 땀이 차올랐다.

펫시터와 반려동물의 눈맞춤

반려동물 돌봄 중개 업체인 ‘도그메이트’에 소속돼 활동하는 최문희씨는 경력 1년차 방문 펫시터다. 방문 펫시터는 반려인이 부재한 동안 대신 동물을 보살펴준다. 이날 만난 로로는 최씨와 10개월째 인연을 이어오며 일주일에 세 번 만나 산책을 하는 사이다. 반려인이 없는 동안, 개들은 ‘제2의 보호자’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최문희씨의 일정 가운데 일부 동행해 ‘일일 펫시터’가 되어봤다.

“아니, 이 신발로 왔어요?” 기자가 신은 낮은 굽의 구두를 본 최씨가 말했다. 운동화에 청바지와 선캡, 반려견 돌봄 과정 촬영을 위한 ‘액션캠’을 목에 건 최씨가 말했다. 몸에 딱 붙여 맨 손바닥보다 조금 큰 가방 안에서는 예비용 목줄, 반려견 간식과 물, 용변 처리용 비닐과 휴지 등이 들어 있었다. 이날 최문희 펫시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5건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말티스, 비숑, 잉글리시 마스티프, 아메리칸불리, 풍산개, 고양이 2마리를 돌봐야 했다.

만만치 않은 동선에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몸무게가 훅 줄었다. “초반에 7㎏이 빠졌어요. 늘 차만 타고 움직였는데, 개들과 산책하며 하루에 2만보씩 걸으니.….” 1회 1시간 방문 동안 최씨는 반려인 대신 반려견 산책을 시키고, 사료와 간식을 챙겨줬다. 간단하게 건강 상태도 확인해 일지를 써서 반려인에게 보냈다. 노령견이나 아픈 개의 경우에는 산책보다 시간에 맞춰 약을 먹이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돌봐주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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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아메리칸불리 로로는 최문희씨와 1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사이다. 산책 중 로로가 풀밭에서 쉬고 있다.

반려인의 동의로 취재할 수 있었던 아메리칸불리 로로와 풍산개 복순이는 모두 산책길에 만난 사람들 중 몇몇이 몸을 살짝 피할 정도로 체격이 좋고 힘이 센 개들이었지만 최문희씨 앞에서는 아기처럼 굴었다. 발을 닦여 주고, 물과 사료를 주는 최문희씨를 바라보는 개들의 모습은 마치 직장에 간 엄마, 아빠를 둔 아이가 또 다른 양육자를 바라보고 의지하는 모습과 같았다.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는 로로, 복순이의 경우와 같은 ‘방문 펫시팅’과 ‘위탁 펫시팅’으로 나뉜다. 위탁 펫시팅은 펫시터의 집에 반려견을 맡기는 것으로 장기 출장, 여행을 하는 반려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개가 다른 환경에서 적응을 잘 할 때, 혹은 24시간 케어가 필요할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 서비스의 이용 가격도 달랐는데, 방문 펫시팅은 시간당 2만~3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고, 위탁의 경우 하루 1만5천원~2만원대, 1박에 3만원대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강한 고양이는 의뢰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때때로 반려인이 장기로 집을 비울 경우 방문 펫시팅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위탁의 경우 고양이의 특성상 스트레스가 심해 업체에서 받지 않는다.

펫시팅서비스는 주로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반려인 업체를 선택해 돌봄 신청을 하면, 펫시팅 중개업체가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펫시터를 추천해주거나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펫시터의 목록을 제공한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업체는 ‘사전 만남’ 제도를 마련해 반려인에게 권장한다. 방문의 경우 펫시터가 사용자의 집을 찾아서, 위탁의 경우 반려인이 펫시터의 집을 방문해 펫시터가 개의 성향을 파악하고, 개도 펫시터의 얼굴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모든 반려인들이 자기 개는 천사 같다고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반려인이 부재한 동안 전혀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해요.” 최문희씨가 사전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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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한 공원에서 풍산개 복순이가 펫시터 최문희씨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수요 급증, 서비스 세분화

어떤 사람들이 펫시터를 할까. 펫시팅 서비스 업체에 따라 요구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펫시터 진입 장벽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필수적인 자격증이나 장기간 교육을 수료하는 등의 요건이 없다. 최씨가 일하는 도그메이트 펫시터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9강의 온라인 교육과 반려견 훈련사가 진행하는 오프라인 교육에 참여해야 했다. 교육을 이수하는 데는 온오프라인 합쳐 8시간이 소요된다. 교육 내용에는 발톱 깎는 법, 귀 청소, 배식, 반려동물 용품 사용법 등 기본적인 내용부터 응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와 심폐소생술을 하는 법까지 담겨 있었다. 수강 후 시험을 치르긴 하지만 평소 반려견의 습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수업과 시험만으로 채우기 불가능한 자격 요건이 있다. 단순히 남의 개를 맡아 예뻐해주는 것이 펫시팅의 전부가 아니다. “우선 동물을 길렀던 경험이 필수예요. 경험이 공부가 돼요. 그리고 다양한 성격의 개를 상대할 수 있는 체력과 담력이 필요하죠. 집집마다 반려견의 성격이 달라요. 사회화가 필요한 개도 있고, 평소에 감정 기복이 있는 개도 있어요. 마킹을 심하게 하는 개들도 있고요. 이런 개들은 만날 때마다 지속적으로 교육해서 태도를 바꾸기도 해요. 개들은 말을 못하기 때문에 몸으로 표현하면 그걸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어야 하고요.” 최씨가 설명을 덧붙였다.

산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보고서 ‘국내 펫코노미 시장의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는 2012년 9천억원에서 2015년 1조8천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에는 5조8천억원으로 팽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발맞춰 시장을 확장 중인 국내 펫시터 중개 업체들은 방문 펫시터뿐만 아니라 펫시터의 집에서 반려견을 ‘보육’하는 위탁 펫시팅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수의대 학생들이 펫시팅을 전담하는 업체, 산책만 전문적으로 돕는 업체 등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고, 방문 목욕, 미용 등 서비스 다양화의 움직임도 보인다.
반려동물 문화가 우리보다 먼저 발달한 미국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펫시팅 서비스는 더 깊이 일상에 스며들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인구의 6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펫시팅업체가 붐을 일으켰는데, 최대 펫시팅 서비스 업체인 ‘로버’의 경우 현재 14만 여명의 시터가 미국 전역에서 돌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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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최문희 펫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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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희 펫시터가 반려인에게 돌봄 후기를 보내고 있다.

반려인도, 펫시터도 모두가 부모 같은 마음

“로로 오늘은 해가 많아서 숲으로 다녀왔습니다. 산책 때 대변 1회, 배변으로 패드 교환.” 최문희 펫시터가 로로의 집을 떠나기 전 카카오톡 메신저로 로로 반려인에게 ‘돌봄 후기’를 남겼다. 반려동물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 반려인들의 마음은 자식 돌봄을 타인에게 부탁한 부모의 마음과 비슷했다. 반려인들은 돌봄 후기를 남기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확인하고 회신을 보낸다. 평소 돌보는 동물의 습성, 태도 등에 대해서도 시시콜콜 후기를 많이 남긴다는 최씨는 이날 유독 짧은 후기를 썼다. “로로가 이제 곧 반려인의 본가로 가서 오늘이 마지막 돌봄이거든요.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펫시팅은 팽창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지만, 체온이 있는 생명과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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