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비키니 금지로 미스 아메리카를 바로잡을 수는 없다

수술이 필요한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

  • 김도훈
  • 입력 2018.06.18 16:53
  • 수정 2018.06.18 16:56
ⓒHulton Archive via Getty Images

마거릿 고먼은 1921년에 열린 최초의 미스 아메리카에서 우승했다. 1922년에 다시 출전한 그녀는 성조기 무늬 수영복을 입었다. 수영복과 애국심 사이의 명백한 연관이 생겼다. 미인대회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퍼레이드에서 수영복과 다른 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퍼레이드로 진화했지만, 수영복 심사는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97년의 미인대회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다.

6월 5일, 미스 아메리카 기구의 그레첸 칼슨 위원장(1989년 우승자)은 ‘굿 모닝 아메리카’에서 수영복 심사를 없애고 야회복 심사 부분도 ‘개조’하여 미인대회보다 ‘경쟁’에 가깝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칼슨은 이런 변화를 통해 심사위원들이 출전자들의 몸보다는 마음과 정신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과거에 참가를 불편하게 느꼈던 여성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다 포용적인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미인대회의 정치적 관련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런 발표가 나왔다. 2016년에는 미인대회 개최자이자 성폭력을 떳떳하게 여기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칼슨 자신도 폭스 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의 직장내 성희롱에 법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미 전역의 관심을 받았다. 허프포스트가 미스 아메리카 기구의 전 CEO 샘 하스켈이 미인대회 우승자들을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외설적 이메일들을 폭로한 뒤 칼슨이 새 위원장이 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이 겹쳐져, 대중들의 인식에서 미인대회와 성희롱은 명백히 연관을 갖게 되었다. 즉 미스 아메리카가 미투 운동이 벌어지는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칼슨은 미인대회와 반 성희롱 운동을 동시에 이끌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미인대회를 외모 시합에서 성취에 따른 대가를 주는 경쟁으로 바꾸는데 있어 수영복 심사 제거는 중요한 단계이지만, 수술이 필요한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 미인대회가 정말로 포용적인 행사가 되려면, 미스 아메리카 기구는 미인대회 시스템의 바닥까지 들어가 새로운 가치를 천명해야 한다. 미인대회 주최측은 두 가지를 정의해야 한다. 어떤 가치를 전파하고 싶은지, 그 결과로 어떤 기준으로 우승자를 선정하는지이다.

미인대회 가치 체계의 명백한 표지는 점수다. 미스 아메리카 기구가 주와 지역 대회에 제공한 2017년 매뉴얼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이 무대에 걸어나올 때의 ‘첫 인상’을 고려하고 그들의 ‘우아함’, ‘아름다움’, ‘당당한 풍채’를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매뉴얼은 승자가 미스 아메리카 기구의 대변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우아함’과 ‘풍채’는 납득이 되지만, 미인대회가 참가자들의 성취와 학위에 집중한다면 관중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우승자가 대변인이 될 것인가? 아니라면, 그래도 대회를 TV로 중계해서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의 육체적으로 평가하도록 해야 하나?

수영복 심사에 대한 매뉴얼의 조언도 그다지 명확하지는 않다. “신체 피트니스는 가장 날씬한 참가자를 뽑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라. 진정한 신체의 건강이 중요하다.” 비키니를 입고 심사받는 여성들이 날씬하지 않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심사위원 매뉴얼에서는 시청자들을 하나로 묶어서 책임을 넘김으로써 이 입장을 옹호한다. “미국 대중은 참가자가 아름답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음악, 영화, 스포츠 등의 셀러브리티에게 가진 것과 같은 기대이며, 미스 아메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새로운’ 미스 아메리카는 이러한 발언을 다루어야 한다. 미인대회는 여성의 ‘신체적 건강’에 대한 좁은 정의만 기대하는 미국 대중에게 맞추어야 하나? 혹은 피트니스는 체중에 의해 정의되지 않음을 이해하며, 외모는 학위를 잘 사용하는 능력과는 무관함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려고 해야 하나?

ⓒEthan Miller via Getty Images

이제까지의 기준을 대신할 어떤 기준이 도입되어야 할까. 인터뷰와 무대 위의 문답은 높은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심사위원과의 새로운 ‘인터랙티브 세션’이 도입된다고 하지만, 자신의 기반과 교육에 대한 헌신 평가가 추가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러한 분류는 굉장히 주관적이지만, 미스 아메리카는 참가자들의 외모에 쏟아지는 관심을 성과와 성격으로 돌릴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97년 동안 계속된 미스 아메리카 참가자의 전형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참가시키는 것이 더욱 큰 과제일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통적이지 않은 미인대회 참가자들이 몇 있었다. 니나 다불루리는 인도계 미국인 여성 최초로 2014년에 우승했다. 다불루리의 경쟁자인 미스 아이오와 니콜 켈리는 왼쪽 팔이 없는 채 태어났다. 그렇다 해도 전통적이지 않은 신체, 즉 날씬하고 장애가 없는 백인의 몸이 아닌 몸은 미인대회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트랜스 여성과 이성애자가 아닌 성적 지향을 공개적으로 밝힌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미스 아메리카 기구는 이러한 여성들의 참가를 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내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한 여성들을 임원진과 심사위원단에 앉히고, 그에 따른 낙수효과로 참가자들이 생기기를 기대하는 적극적인 전략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LGBTQ 여성들도 환영한다는 직접적 언급도 고려해 볼 만하다.

나는 칼슨과 임원진의 수영복 심사 폐지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퍼레이드로 시작했던 미인대회에 있어 이번 결정은 급진적 변화다. 여성들의 성취에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그저 대상화하는 시간을 상당히 줄이는 조치다. 그러나 미인대회는 추구하는 가치, 신체보다는 성취를 보고 우승자를 선택함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용성이라는 약속은 실패할 것이며, 미인대회는 과연 존재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여성 #젠더 #비키니 #미스 아메리카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