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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이민 문제가 앙겔라 메르켈의 실권을 부를지도 모른다

메르켈의 종말의 전조인가?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이민 위기가 유럽 전역에서 정치적 격변을 낳고 있다. 연정을 꾸려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권 유지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다.

기독교사회연합(이하 기사당)의 호르스트 시호퍼 내무장관은 독일 국경 폐쇄를 제안하여 메르켈의 이민 및 난민 허용 정책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기사당과 메르켈의 기독교민주연합(이하 기민당)은 연정을 구성하고 있으나, 전진을 위하여는 타협점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6월 21일에 위기 대책 회의를 가진뒤, 기사당은 엄격한 이민 및 추방 규칙을 도입한 ‘이주 마스터플랜’을 유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기민당은 기사당의 마스터플랜 대부분에 동의하지만, 다른 EU 국가에 이미 망명을 요청한 이민자의 독일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EU 법에 위반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민당 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 대부분은 메르켈의 손을 들었다고 허프포스트 독일은 보도했다. 그러나 삼 개월 밖에 되지 않은 메르켈의 연정은 아직 위기 상태다. 13년에 이르는 메르켈의 집권 중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 어린 여동생(기사당)이 징징거리는 것과 비슷하다.” 한 기민당 의원의 말이다. 14일 회의에서 기민당과 기사당 간의 균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으나, 한 기사당 의원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14일에 메르켈은 유럽 파트너들과 먼저 의논해 보기 전에는 아무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2주가 더 필요하다고 했으나, 양측은 6월 18일에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주 문제는 메르켈의 종말의 전조인가?

메르켈의 일관성과 회복력은 여러 해 동안 유럽 전체는 물론 전세계의 안정성을 이끄는 등대와도 같았다. 정작 독일이 이주자 문제에 대해 의견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걱정스러운 이유다.

2005년 이후, 주변 국가들의 정권이 교체되는 가운데서도 메르켈은 살아남았다. 그리스 재정 파탄, 브렉시트 등 여러 위기를 맞으면서도 유럽을 잘 이끌어왔다. 다른 G7 멤버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논란의 진창에 빠져들던 얼마 전에도 메르켈은 평정을 지켰다.

2016년에 100만명이 넘는 이주자가 독일에 들어왔음에도 메르켈 정권은 난민들에게 국경을 개방했다. 그래서 메르켈은 좌파에겐 영웅, 극우 독일 민족주의자들에겐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반대의 목소리가 커져갔지만 메르켈은 쭉 입장을 고수해왔다.  채텀 하우스의 시니어 방문 연구원이자 곧 출간될 ‘민족적 포퓰리즘’(National Populism)의 저자인 매튜 굿윈은 “상당수의 유권자들, 특히 동부 지역 유권자들은 변화의 속도와 규모에 깊은 불안을 느낀다.”고 허프포스트에 전했다. 이로 인해 메르켈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한다.

메르켈은 너그러움과 환대가 독일 정신의 일부라며 정당화해왔지만, 그것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이주정책연구소 국제 프로그램을 이끄는 나탈리아 바눌레스코-보그단은 말한다. “위기가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너그러움이 메말라가고 있다. 유럽이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정도 수준의 지원을 유지하기란 아주 어렵다.”

보다 보수적인 세력이 의회에 진출했다. 굿윈은 세계2차대전 이후 최초로 독일에서 극우정당이 원내진입에 성공했다며, “메르켈은 이주자 숫자와 독일 사회 통합에 있어 보다 제한적이고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기를 요구하는 자기 당내의 활동가 및 정치인들에게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건 체스 경기의 최종회와도 같다. 기사당은 연방 수준에서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국내 논쟁의 핵심은 이민 이슈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드레스덴 공과대학교의 정치학자 베르너 파첼트의 말이다.

시호퍼가 내무장관을 맡은 것도 이 이슈를 다루기 위함이며, 메르켈이 그를 거스른다면 본인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파첼트는 말한다. “시호퍼가 국경에서 난민을 거부하라는 지시를 내린다면, 메르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호퍼를 그냥 두거나, 해임하거나. 해임한다면 기사당은 분명 연정을 깰 것이다.”

“그러면 조기선거가 열릴 것이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은 메르켈로 인해 찢어질 것이다. 이는 메르켈에겐 곧 정치적 종말이다.”

 

이주 위기가 유럽을 뒤덮다

메르켈이 현재진행형인 이민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유럽의 여러 곳을 뒤덮고 있는 혼란과 혼돈을 반영한다.

지난 주말, 반이민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이주자 629명을 태운 비영리 탐색구조선이 이탈리아에 정박하는 것을 막으며, 다른 유럽 국가들이 이주자를 공정하게 나누어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부터 이탈리아는 인신매매와 불법이민 비즈니스에 NO라고 말할 것이다.” 살비니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승객 중 일부는 이번 주에야 마침내 이탈리아 당국으로 이동되었다. 배에 남은 승객 106명은 스페인 발렌시아로 가고 있다. 6월 16일 밤에 도착할 예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15일간의 망명 신청 기간을 허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탈리아가 동정심이 부족하다고 질타하자, 이탈리아는 합법적으로 난민들의 재정착을 돕겠다던 프랑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마크롱과 주세페 콩테 이탈리아 총리는 6월 15일에 만나기로 했다. 14일에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독일과 이탈리아와 함께 ‘축’을 이루어 불법 이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위기는 사실은 표면상의 이슈다. 아주 다른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지닌 아주 다른 민족국가들 사이의 훨씬 더 깊은 분열이 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굿윈의 말이다. 유럽에서 진보에 가까운 측은 “보수, EU 회의론자, 민족주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에게 숫적으로 크게 밀리고 있다.”

메르켈은 독일 내와 유럽 전체를 향해 이민 위기에 대한 유럽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해결책은 나타나지 않았고, 굿윈은 일부 가입국들이 이민 문제 해결에 힘쓰지 못했던 이유는 극명한 정치적 분열 때문이라 한다. EU가 난민 밀반입자들을 얼마나 단속해야 할지, 국경 보안에 돈을 얼마나 써야할지 등의 문제는 “엄청나게 어렵고 양극화를 초래한다”.

2014년 이후 유럽에 유입된 이민자가 이미 180만명에 달하지만, 지금도 이민자들은 유럽으로 넘어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메르켈과 유럽의 진보 세력에 대한 압력, 포퓰리스트 및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우경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굿윈의 말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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