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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협상이 결국 실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계적 접근은 트럼프가 원하는 엄청난 승리는 아니다.

ⓒSUSAN WALSH via Getty Images

미국 입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너무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위협이 아닌 사교적 대화를 주고받는 한, 미국과 북한이 핵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 또 길게 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촉발될 일련의 과정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데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꽤 낮아보긴 한다. 정상회담, 특히 그 여파는 코미디였다. 반드시 그러리란 법은 없지만, 트럼프의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과장된 북한 비핵화 접근 방식으로 인해 대화가 끝나갈 때 전쟁이 지금보다 오히려 더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가 가졌던 기자회견부터 시작하자. 수용소에서 고문받는 북한인들을 ‘위대한 승자들’이라고 부른 것, 북한 부동산 개발 기회를 홍보한 것은 무시하자. 핵무기를 버리도록 북한을 잘 설득했는지에만 집중하자.

트럼프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검증가능하게 무장해제하는데 동의했으며, ‘지금 당장’ 시작될 것이라 말했다. 트럼프 본인은 이러한 표현을 진심으로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회담 결과를 심각하게 와전하는 것이다.

회담 결과는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다시 헌신한다는 짧고 애매한 내용이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새롭지 않다. 북한은(‘완전한’이란 단어는 없었지만) 1992년에 처음으로 이에 동의한 바 있으며, 그뒤로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하지만 한 번도 명확하게 정의된 적은 없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의미가 더 분명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구체적이진 않아도 아마 상당한 수준이 될 양보를 한국과 미국에게 요구한다. 한미 동맹 종료가 될 수도, 주한미군 철수가 될 수도 있다.

사실 북한과의 공동성명 중 이보다 훨씬 강력한 것들도 있었다. 특히 2005년에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포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이 발언을 반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제는 이를 따를 의도가 없다는 강력한 암시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합의된 것은 트럼프 정권이 추구하던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아니었다.

공정하게 말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애초에 시작만을 목적으로 한 만남이었다. 이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실행 계획을 의논하러 북한에 갈 예정이나,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탄탄한 기반이 있다면 그러한 논의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에 P5+1과 이란이 맺었던 임시 협정은 이번 싱가포르 회담의 공동성명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었고, 기본적 원칙에 대한 진정한 합의가 담겨 있어 2015년 이란 핵협정이 가능했다. 트럼프 정권이 조금이나마 그 수준에 다다른 것을 북한에게서 얻어내기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쨌든 당분간은 외교적 노력이 지속될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아마도 내년 정도) 김정은이 트럼프의 바람대로 “전체를 비핵화” 시키는 과정 중이 아니라는 게 명백해질 것이다.

이쯤이면 아마 전쟁 위험이 다시 고조될 것이다.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커다란, 그리고 일방적인 듯한 양보를 공개했다(한국은 깜짝 놀랐다). 한미 군사훈련 연기였다. 북한이 무장해제를 하지 않아서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한다면 긴장이 심각하게 고조될 것이다. 훈련 연기를 시키지 않았을 때보다도 그 폭은 더욱 클 것이다.

게다가 외교적 방법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트럼프 정권의 인사들은 핵무장한 북한은 억제할 수 없으리라 본다고 분명히 밝혔으므로(내가 보기엔 틀린 생각이다), 다시 군사 위협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커보인다. 존 볼튼은 국가안보고문이 되기 전에 이것이 자기 전략이라고 밝히며 “협상하느라 낭비하게 될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라는 근거로 정상회담을 지지했다.

이 파국에서 벗어날 길을 찾으려면 미국은 현실적 목표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해제라는 장기적 목표를 버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과의 충돌 위험을 줄여야 할 뿐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협을 제한하기 위한 검증 가능하며 협상하기 쉬운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이것이 그들을 물리치는 것의 첫 단계다). 이러한 온건한 단계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 등은 북한에게 온건한 양보만을 해주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접근을 ‘조금 주고 조금 받기’라 부른다.

예를 들어 북한은 이미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실험 유예를 발표했다. 이제 미국은 이 유예를 ICBM보다 사정거리가 짧은 미사일, 미사일 엔진 지상 실험에도 확대시키도록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핵실험 유예가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북한이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에 서명하게 하고 비준하도록 하는 것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또한 북한이 원자로 가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핵탄두 소형화에 유용한 플루토늄과 트리튬 생산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계를 밟아가는데 따라 북한에 주어지는 보상은 주로 경제적이어야 하나, 미국은 군사태세를 낮추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국경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서는 폭격기 훈련을 실행하지 않는 등이다(이러한 내용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유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온건한 진행이 만병통치약으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위협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데는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성공적으로 시행된다면 북한 우라늄 농축 제한 등 보다 힘든 과제 해결도 뒤따를 수 있다.

단계적 접근은 트럼프가 원하는 엄청난 승리는 아니다. 하지만 만약 질 경우 전쟁의 위험까지 감수한 채 즉각적이며 완전한 비핵화에 모든 것을 베팅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James M. Acton holds the Jessica T. Matthews Chair and is co-director of the Nuclear Policy Program at th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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