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8년 06월 14일 10시 45분 KST

홍준표는 사퇴한다고 했지만 조기 전당대회에 재출마할지도 모른다

조기 전당대회에 재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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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완패’하면서, 선거를 진두지휘한 홍준표 대표가 13일 사퇴를 시사했다.

그는 이날 오후 방송 3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을 올렸다. 출구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대구·경북 2곳에서만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대표가 그간 “광역단체장 6곳을 지키지 못하면 당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만큼,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홍 대표가 승리를 자신했던 부산·울산에서도 큰 격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당내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또 다른 글에선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참패한 것이다. 그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도 “아직도 믿기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개표가 완료되면 내일(14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썼다. 자유한국당은 14일 오후 2시 최고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원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히지만, 홍 대표 특유의 리더십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의 ‘내 사람 심기’ 논란과 거친 화법,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색깔론’ 공세 등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대표는 “외부적 영향뿐 아니라 홍 대표의 인재영입 실패, 막말 등의 영향도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홍 대표는 당내 반대파들이 자신에 대해 제동을 걸 때마다 “암덩어리”, “바퀴벌레”, “고름”, “연탄가스” 등에 비유하며 거칠게 대응해 당내에서 고립을 자초했다. 선거 과정에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위장평화쇼” 등이라며 폄하해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결국 선거 막바지엔 후보들이 당대표의 지원유세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로 한동안 유세 현장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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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밝힌 만큼, 홍 대표는 14일 오후 최고위원회에서 대표직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지난해 대선 패배 뒤 미국으로 간 것처럼 홍 대표가 참패에 대한 책임으로 한동안 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홍 대표가 조만간 치러질 조기 전당대회에 재출마할 것이란 전망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의 악조건으로 돌리며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그동안 “여론조사 조작과 어용 언론과의 싸움”(6월8일, 중앙선거대책회의), “최악의 조건”(6월12일, 중앙선거대책회의) 등 저조한 지지율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았다. 하지만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경북에서만 이기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완패하는 등 처참한 패배 탓에 당권 재도전 가능성이 사그라들었다는 시각도 많다.

이를 보여주듯 이날 저녁 10여명의 전직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은 자유한국당 개표상황실에 들어가 홍 대표 등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홍준표 일당 아웃”,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이들은 당대표실이 있는 당사 6층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가 직면한 차가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