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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서 대약진하다

“보수 밀어줬지만 변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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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3당 합당 이후 약 30년 동안 자유한국당의 텃밭이었던 부산·울산에서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당선됐다. 경남에서도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영남 지역주의의 한 축이던 부산·울산·경남에서 둑이 무너진 것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1995년 민선 광역자치단체 선거가 시작된 뒤 치러진 여섯 차례 선거에서 한 번도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의 민주당 후보인 오거돈, 송철호 후보가 개표 초반부터 1위로 앞서 나갔고, 경남의 김경수 후보도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펼치다 앞서 나갔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하루 전날인 지난 6일까지 벌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세 곳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자 한국당에선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샤이 보수층’이 있다며, 이들의 결집을 기대했다. 더욱이 서병수 부산시장과 김기현 울산시장은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시장이고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전직 경남지사여서 민주당 후보와 비교했을 때 유리한 조건에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한 것은 이 지역에 불어닥친 바람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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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흐름은 진작부터 감지됐다. 부산에선 2년 전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한국당 독주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역구 18석 가운데 5석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그보다 앞서 2014년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부산시장 도전에 나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에게 1.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신 것은 변화의 전조였다. 오거돈 후보 캠프 관계자는 “23년 동안 특정 정당에 밀어줬지만 부산에는 발전이나 변화가 없었다. 부산 시민들이 변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 등은 선거기간 내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로 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줬다. 서병수 한국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남북정상회담 바람이 불었다. 이렇게까지 크게 뒤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물론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거대한 태풍에 삼켜졌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한국당 후보들조차도 유세 지원을 기피할 정도로 홍준표 대표의 가시 돋친 말이 거듭돼 이 지역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번을 찍었다는 성아무개(29·부산 남구)씨는 “한국당 하면 홍준표가 떠올랐다. 주변의 친구들이 홍준표를 모두 싫어한다”고 말했다.

울산도 4년 전 지방선거 때만 해도 당시 새누리당이 광역·기초단체장을 모두 싹쓸이했으나, 이번 선거에선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후보와 정당 지지도에서 한국당을 줄곧 앞섰다. 앞서 박근혜 탄핵에 따른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당시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한국당 후보를 울산 5개 자치구·군 전역에서 모두 앞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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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선 초반부터 지역의 적잖은 한국당 쪽 인사들이 민주당에 후보 공천을 신청하거나 송철호 민주당 후보 캠프로 옮겨갔다. 선거 종반 무렵에는 강길부 국회의원과 지지자 1000여명이 한국당을 탈당하고 송철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렇듯 한국당 내부의 분열과 이탈 양상도 두드러졌다.

여기에 현 시장인 김기현 한국당 후보의 친인척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와 이를 둘러싼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막말 논란도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후보와 한국당 쪽은 지난 6일 현충탑 참배 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뜻으로 시민들의 용서와 지지를 구하는 ‘석고대죄’까지 벌였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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