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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전쟁 위협보다는 낫다

트럼프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너무 큰 양보였다고 말한다

ⓒANTHONY WALLACE via Getty Images

트럼프가 놀아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이 끝나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국의 언론인들, 민주당 의원들, 트럼프 정권 비판자들, 핵확산방지 전문가들, 외교통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트럼프가 내준 것은 많고 얻은 것은 적다, 과거의 약속들을 애매하게 되풀이한 것외엔 이룬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북한에 적극적으로 접근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개인적 모욕을 주고받고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한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양보한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는 아직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예전 태도를 보면, 트럼프의 이번 한 수가 실패였다고 잘라말하기 전에 기다려 볼 만도 하다.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대립인가, 평화로운 미래의 가능성인가?”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합의 협상에 참여했던 전 국무부 인사 조엘 위트의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7~8개월 전의 온갖 실험, 핵전쟁의 공포를 잊어버린 것 같다는 게 문제다.”

트럼프는 북한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회의주의를 품을 만한 충분한 이유를 주었다. 작년에 미국인들이 핵전쟁이 코앞에 닥친 걸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 건 다름 아닌 그의 트윗이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결심했을 때도 핵확산방지정책의 세부사항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존경받는 한국 전문가 빅터 차를 주한대사로 지명하려다, 차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고 취소했다. 트럼프는 북한 폭격을 여러 번 촉구했던 존 볼튼을 국가안보고문으로 앉혔다. 김정은과의 회담을 몇 주 앞두고 잠시 회담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성과도 완벽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슈퍼스타처럼 환대받았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괴하는데 동의했다. 북한은 이미 핵과 탄도 미사일 테스트를 중단했다고 밝혔고, 핵무기 실험장 하나를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모든 행보는 쉽게 되돌릴 수 있거나 강제하기 어렵다.

대신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미디어 상에서의 승리를 주었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두 가지 모두 너무 큰 양보였다고 말한다.

김정은과 그 이전의 북한 지도자들은 모두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원했다. 북한 정권은 이제 분명히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이 마침내 김정은을 대등하게 대한다는 의미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는 야당도, 자유 언론도 없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손쉽게 마음껏 원하는 대로 포장해 선전할 수 있다. 북한이 자국 국민들에게 프로파간다를 퍼뜨릴 수 있다 해서 북한 정권에 대한 해외의 시각이 바뀐다는 증거는 없다.

트럼프가 ‘양보’한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군이나 한국측과 미리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약속이 어떤 영향을 줄지 지금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펜스 부통령조차 트럼프의 발언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주한미군은 “이번 가을의 을지프리덤가디언을 포함하여 훈련을 실행 또는 중지하라는 지도를 새로 받지 않았다.”고 제니퍼 로벳 중령이 뉴욕 타임스에 밝혔다.

트럼프가 정말로 올해 예정된 합동훈련을 미룰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미국은 1990년대에 핵협상의 일부로 팀스피리트 훈련을 취소한 적이 있다고 위트는 말한다. 현재 위트는 초당파적 싱크 탱크 스팀슨 센터 소속이다. 이런 결정은 쉽게 뒤집을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미국은 다른 훈련을 취소된 팀스피리트 규모에 가깝게 강화했다.

트럼프의 이번 성과에 대한 비판 중 일부는 자신의 성공을 지칠 줄 모르고 부풀리는 트럼프의 습관에 기인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트럼프는 오바마 정권 당시의 이란 핵협상을 계속해서 깎아내렸고, 자신은 북한과 더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떠벌렸다.

트럼프의 장기를 사용해 트럼프를 꺾으려는 정적들의 시도도 있었다.지난 주에 민주당 의원 7명이 성공적인 협상의 기준을 나열한 서한에 서명했다. 북한 내 “어디나, 언제든” 사찰할 수 있게 하고, 북한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분열성 물질을 제거하라는 요구가 담겨 있었다.

오바마 정권이 이란과 협상할 때 공화당측에서 요구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현실적이지도, 심지어 꼭 필요하지도 않다고 군축 협정을 담당했던 전 국무부 고위급 알렉산드라 벨은 말한다. 그런 침입적 사찰에 굴복할 나라는 없고, 핵무기를 자국 안에서 해체하고 파괴하는 게 타국으로 옮기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트럼프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합의문은 “아주 포괄적이고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합의문은 모호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일반적인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정은과 그의 전임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반복해 온 약속들이다.

이번 회담의 성과가 이란 협상이나 제네바합의 등 예전 핵확산방지협상들만도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핵확산방지협상은 완결될 때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에 취임 후 이란과의 외교적 노력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협상이 이루어진 것은 2015년이었다.

그러니 이번 합의문은 과거의 핵확산방지협상과 비교하기보다는 협상 초기 단계의 다른 합의문과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면 1994년의 제네바합의 이전에 나왔던 1993년 6월 11일 합의문이 있는데, 그 합의문 역시 이번 것처럼 모호했다.

트럼프 정권이 여러 해 동안 묵묵히 실무적 논의를 지속할 자제력, 중간에 생길 수밖에 없는 차질을 견딜 참을성이 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실패라고 결론짓긴 이르다. 과거 몇 달 동안 전쟁을 부추기던 트럼프의 수사를 생각해볼 때, 트럼프가 외교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조심스러운 낙관주의를 가져야 할 이유다.

트럼프 정권의 대사 지명이 취소되었던 차조차 이번 회담은 옳은 방향으로의 진전이라고 말한다.

“북한을 상대할 때 좋은 정책이란 없다. 나쁜 정책과 더 나쁜 정책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단점이 많긴 했어도, 이것은 우리가 목전의 전쟁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외교적 절차의 시작을 의미한다.” 차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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