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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인 하비블씨는 어떻게 마지막 투표권을 행사했나?

지자체 선거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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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것 같아 투표에 참여하게 됐어요.” 

제7회 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오전 9시 논곡중학교 1층에 마련된 논현2동 제8투표소를 찾은 하비블씨(34·방글라데시)는 투표를 마치고 이같이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17년간 일해 온 하비블씨. 그는 이달 말 귀국을 앞두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로 향했다. 

하비블씨는 ”이번에 귀국하면 한국에서 마지막 투표가 될 것 같아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투표를 하러 왔다“며 ”회사에 우편으로 선거봉투가 도착하니 주변에서 외국인이 투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하비블씨의 국적은 방글라데시지만 영주권을 받은지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투표권을 행사했다.

다만 모든 선거에 투표권을 주지는 않는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선 대한민국 국적을 갖는 사람만 투표권을 갖는다.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으로서 행사하는 권리와 주민으로서 행사하는 권리를 구분한 것이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지선에서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주민대표를 뽑는 투표권을 부여한 건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제4회 지방선거 때부터다. 당시 투표권을 받은 외국인은 6726명이었으나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올해는 10만6205명이 외국인 유권자다. 이제 외국인 영주권자는 주요한 표심이다. 하비블씨는 영주권을 취득한 후 2014년 지선에 이어 올해로 2번째로 투표에 참여했다.

그는 “17년째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을 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문제도 생각하게 됐다”며 “영주권만 취득하면 외국인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투표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표를 할 때마다 매번 신기하고, 좋은 경험인 것 같다“며 ”특히 내 권리를 찾는 자리인만큼 꼭 투표해야 한다. 투표에 무관심한 경우를 종종 봤는데, 중요성을 알고 꼭 투표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일인 13일이 휴무일임에도 인천 남동공단은 쉴 틈 없이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인근 공장들은 대부분 선거일을 고려해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정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하비블씨와 같이 일을 하던 도중에 투표를 한 다음 다시 작업장으로 복귀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남동공단 인근에 설치된 투표소장에는 오전 10시 무렵이 되자 투표를 마치고 서둘러 작업장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다. 

남동공단의 한 공장에 다니는 조연산씨(64)는 ”남동공단 공장 대부분은 오늘 오전 10시에 출근하기로 하거나 업무 도중에 투표소장을 잠깐 들러 투표를 하고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를 비롯해 우리 공장 사람들도 대부분 오전에 일찍 투표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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