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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합의'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8.06.12 18:36
  • 수정 2018.06.12 18:58
ⓒJonathan Ernst /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끝에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 ‘싱가포르 합의’ 내용을 두고는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합의문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기 전에 미리 사실상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 직후 포즈를 취하는 과정에서 들어보인 합의문이 고스란히 언론사 취재진에 찍혔기 때문. 

합의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로 요약할 수 있다.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핵심 내용들은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다. 합의문에는 미국이 요구해왔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문구가 담겼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언급도 빠져 있었다.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이 명시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은 없었다. 종전선언에 관련된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획기적인 ‘빅딜’도, 구체적인 합의도 이번 합의문에는 없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북한 비핵화 합의보다 뚜렷하게 진전된 성과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NK뉴스에 ”실패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실패작”이라고 말했다. ”선언문은 거의 무의미하다(meaningless)”는 것. 

그는 ”미국은 중요한 양보들을 얻어낼 수도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북한은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지만 미국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실망스럽다”며 ”이게 전부인가? 미국 대통령까지 개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심하다(pathetic)”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ANTHONY WALLACE via Getty Images

 

반면 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나 비핵화 의지를 담은 문서에 서명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이 지적했고 또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한 것처럼 비핵화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과정’이며, 이날 회담은 그 시작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으므로 앞으로 외교적 문제 해결의 장으로 이끌려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번복하고 싶어도 번복하기 어려운 단계까지 왔다는 얘기다. 

특히 과거 북한이 맺었던 비핵화 합의와 비교하면 이번 합의는 그 무게감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김 위원장이 합의 파기를 선언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작’ 제재를 강화하는 수준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당장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로 보인다. 

로이터 조쉬 스미스 기자는 ”이번 합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비관주의자들은 이것을 효과없고 새로운 것 없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낙관주의자들은 시작일 뿐이며 최상의 것이 나올 수 있게 됐으며 대화가 전쟁보다 낫다고 바라볼 것이다.”

ⓒJonathan Ernst / Reuters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 이후 가진 기자회견 일문일답 과정에서 회담 결과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이는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김정은 위원장)가 나보다 더 비핵화를 원할지도 모른다고 본다”며 거듭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어떻게 확신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합의를 맺고 싶어한다”며 ”나는 누군가 협상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안다”고 답했다. 

비핵화가 ‘과정’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적으로 완전한 비핵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일단 절차가 시작되면 거의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과정은 이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가 최대 15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음주부터 세부 내용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쟁 종전 선언에 대해서는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며 ”과거가 미래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도발적”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전쟁 게임”으로 규정하며 ”중단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UL LOEB via Getty Images

 
여러 회의적 평가와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한국전쟁 이후 줄곧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던 두 나라의 지도자가 만나 사상 처음으로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고, 비핵화와 체제보장 약속을 주고 받았다.

서로의 약속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려면 상호 신뢰가 필수적이다. 합의문에 후속 회담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한다고 명시한 만큼, 이제 중요한 건 앞으로의 회담이다. 여러 차례의 회담을 거치며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면, 이번 합의는 그 첫 걸음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회담에 앞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큰 덩어리를 합의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정도 합의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 전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 그처럼 크고 복잡한 문제가 그저 2~3시간의 정상회담에서 한 방에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비현실적인 소망이다. 북·미 정상이 아무리 설명력이 좋고 아무리 결단력이 높아도 25년 된 문제가 2~3시간 만에 해결된다는 것 자체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 사전에 단속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싱가포르 회담 말고도 워싱턴이든 평양이든 판문점이든 한두 번은 더 만나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6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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