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6월 11일 18시 23분 KST

회담 하루 전까지 북한과 미국이 '막판 밀당'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역대급' 밀당이다.

Chris McGrath via Getty Images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11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의 회담을 마치고 호텔을 빠져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미 양쪽은 상대방으로부터 한 치의 양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막판까지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며 사전 조율을 했다.

11일 오후 5시(한국시각 오후 6시)까지 양쪽은 12일 회담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의제는 어떤 정상회담이든 실무진이 협상장에 들어갈 때까지 ‘피 말리는’ 조율을 하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일정 자체가 하루 전까지 발표되지 않는 것은 ‘정상국가 간 회담’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북-미 간 실무 협상에 밝은 싱가포르 소식통은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막바지 실무 협상 결과를 보고서 만찬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역으로, 12일 일정이 풍부할수록 정상회담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방증일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성 김 대사와 함께 조찬을 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나의 국무부 팀과 함께 일찍 브리핑을 받았다. 성 김 대사가 오늘 북한과 만난다”라며 “우리는 한반도의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 양쪽이 최대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여전히 막판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북한에 비핵화의 최종 목표로서 ‘시브아이디’를 수용하라는 간접적인 압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 당일인 12일 오후 2시(한국시각 오후 3시)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한 소식통을 인용해 10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불과 5시간 만에 종료하고 싱가포르를 떠나는 셈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전문가는 “비행 스케줄은 늘 변동되기 마련”이라며 “이 역시 미국에 대한 북한 쪽의 압박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협상이 잘 안되면 협상장에서 걸어 나갈 수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성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기 싸움에도 불구하고 사전 협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정상이 현장에서 진두지휘를 하다 보니 보고-지시 체계가 상당히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해온 김 대사와 최 부상은 11일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막판 ‘마라톤 실무 협의’를 이어갔다. 판문점 실무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쪽에선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과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참석했다. 북한 쪽에선 최 부상을 비롯해,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