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6월 11일 17시 35분 KST

오늘자 로동신문에 실린 이 칼럼은 꽤 의미심장하다

'자주성에 기초한 공정한 국제관계'를 강조했다.

KCNA KCNA / Reuters

″비록 지난날에는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자주권을 인정하고 우호적으로 나온다면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오해와 불신을 가시고 관계개선과 정상화를 실현하자는 것이 우리의 자세이며 립장이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한 로동신문 6면에 실린 글 하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비해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리학남‘이라는 이름의 개인 필명으로 쓰인 이 글에는 ‘자주성에 기초한 공정한 국제관계를 수립하여야 한다’는 제목이 붙었다.

글은 ”인류는 력사발전의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다소 추상적인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어 ”세계정치구도”나 ”새로운 국제관계”, ”국제관계의 기본원칙”, ”자주적인 대외정책” 같은 표현들이 등장한다.

비교적 긴 분량의 글 어디에도 ‘미국‘이나 ‘북미정상회담’을 지칭하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지나칠 정도로 ”자주성”이나 ”자주적 립장”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KYODO Kyodo / Reuters
11일 평양 시내 스크린을 통해 방송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이를테면 이런 부분.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것은 인류의 공통된 지향이고 념원이며 전반적인 국제적흐름이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이 국제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국제관계발전과 세계의 문명발전에 다같이 리해관계를 가지고있는 조건에서 다른 나라들의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고 존중하는 립장을 가진다면 능히 호상 우호관계를 맺고 공정한 국제관계를 세우는데 이바지할수 있다.

자주, 평화, 친선은 우리 공화국의 대외정책적리념이다. 우리 국가는 시종일관 자주적립장을 견지하면서 공정한 국제관계수립을 위하여 적극 투쟁하여왔다. 우리의 자주성을 유린하려는 자그마한 요소나 우리의 내정에 대한 외세의 그 어떤 간섭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자주의 원칙을 고수하였다.

글은 ”우리는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불문하고 우리 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이라면 넓은 포용력과 도량으로 관계를 맺고 발전시켜오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YODO Kyodo / Reuters
11일 평양 시내 스크린을 통해 방송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이 글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는 이 글을 소개하며 ”미국을 향해 북한의 자주권 인정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것.

전혀 다른 해석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이 글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비해 북한 내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봤다.

이건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 북한 정권은 최근까지도 자신들의 국가를 파괴하려는 ”악당”과 ”교활한 놈들”로 지칭했던 미국과의 관계에 관한 변화에 주민들을 대비시키기 위해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두 가지 해석이 꼭 대비될 필요는 없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에는 두 가지 해석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모두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공화국은 앞으로도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맞게 자주, 평화, 친선의 리념을 대외활동의 확고부동한 지침으로 삼고 자주성에 기초한 국제관계를 주동적으로 발전시켜나감으로써 세계 여러 나라들과의 친선협조, 선린우호관계를 확대강화하며 세계자주화와 인류의 평화위업에 적극 기여할것이다.

Photo gallery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싱가포르 도착 See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