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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는 의혹이지만, '재판관여'는 팩트다

사법부는 왜 우왕좌왕하나.

  • 김원철
  • 입력 2018.06.11 17:04
  • 수정 2018.06.11 17:09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와 밀양 765㎸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밀양 대책위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검찰에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강정마을 주민회는 향후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와 밀양 765㎸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밀양 대책위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검찰에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강정마을 주민회는 향후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해 사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행정처가 몇몇 재판 결과를 청와대 입맛에 맞도록 유도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3권 분립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의혹이, 사법부 자체 조사 결과 모습을 드러내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내부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전국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소집됐고, 대부분 ‘수사를 요구한다’는 결론을 냈다.

반면 며칠 전 열린 전국법원장 간담회는 다른 결론을 냈다. 고위 법관들인 이들은 ‘합리적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이라며 일선 판사들의 고발 요구를 일축했다. 

ⓒ뉴스1

보다 못해 변호사들이 나섰다. 전국의 변호사 2000여명은 11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비상모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사법부는 전혀 합일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 갈등과 분열만 가중되고 있다. 이제는 결코 법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즉각 수사를 개시하고 법원은 적극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라며 ”특별조사단 스스로가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판단한 만큼 직권남용에 대한 의견은 다르더라도 당연히 관련자들을 고발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이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이날 시국선언을 마치고 대법원까지 “검찰은 즉각 수사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행정처에 회원들의 연명이 담긴 시국선언문 등을 전달했다.

사실 청와대와 재판 결과를 두고 흥정했다는 ‘재판거래‘는 아직 의혹이다. 물론 뒷받침하는 문건이 수백건이지만, 어쨌든 그렇다. 하지만 ‘재판관여’는 이미 확인된 팩트다.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을 맡은 재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게 한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연수원 동기인 (법원행정처)심의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국정감사와 관련해 선고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응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먼저 얘기하게 되었다.”

행정처 요청을 받고 재판장이 선고 일정을 연기했다는 뜻이다. 

모든 의혹이 끝내 실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오직 이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도 사법부는 우왕좌왕이다. ‘의혹‘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아직 명확히 드러난 건 없다’고 외치고 있다.

법원에 남은 마지막 기회는 11일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법원의 대표판사 119명이 모여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었다. 전국 법원에서 잇따라 열린 판사회의의 마지막 수순이다. 다수결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선언’이라는 입장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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