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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11일 16시 36분 KST

자살로 죽는 남성이 너무 많다

남성들이여, 계속 이렇게 지낼 필요는 없다.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가 6월 7일에 내놓은 자살에 대한 새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에서는 단 한 개 주를 제외하고 모든 주에서 자살률이 증가했다. 이중 25개 주에서는 30% 이상 상승했다. 2016년에 미국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45000명에 육박하는데, 이는 시카고의 야구장 리글리 필드의 최대 수용 가능 인원보다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한 주 동안은 자살이 애매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6월 5일에는 패션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가, 8일에는 ‘Parts Unknown’ 촬영차 프랑스에 가 있던 셰프 안소니 부르댕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갑자기 우리 모두가 알게 되었다. 셀러브리티의 자살이 미국 전체의 자살 위기에 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자살학회는 스페이드의 죽음에 대해 낸 성명에서 미국에서 매일 28명의 여성이 자살로 세상을 떠나며 중년 여성의 경우 가장 흔한 사인 10가지 중 하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8일에 낸 다른 성명에서는 부르댕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오늘 미국에서 자살로 세상을 떠날 남성 95명의 죽음도 애도한다”고 했다(한국 역시 남성의 자살율은 여성보다 2배 정도 높다).

 

정신 건강을 다루는 저널리스트로서, 또한 오랫동안 불안과 우울증과 씨름해온 사람으로서,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자살하는 남성의 84%는 알려진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수많은 남성들이 말없이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2018년 5월 Task & Purpose에 해병대 출신의 한 남성은 익명으로 쓴 글에서 이러한 경우를 “내 삶을 지배하는 고통, 공포, 증오에서 해방”되는 것이라 칭했다.

 

남성들이여, 계속 이렇게 지낼 필요는 없다. 나는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정확히 1년 전, 나는 온갖 사건들을 겪으며 휘청거렸다. 이별, 두 달 동안 세 번의 장례식, 워커홀릭 성향 때문에 더욱 심해진 1년 동안 쌓인 직업상의 스트레스였다.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자살을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5월 29일에 나는 일기에 ‘완전히 엉망진창인 사람’이 되었다고 썼다. 6월 1일에는 언론 데드라인을 맞추기가 ‘사실상 참을 수 없다’고 썼다. 이틀 뒤 나는 ‘매일매일이 전쟁같이 느껴지는 시기이다’라고 썼다.

 

나는 내가 유해한 남성성에 지나치게 영향 받지 않은, 제법 섬세하고 아는 게 많고 진보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울증을 겪던 시기로 이어진 일들을 되돌아 보면 몇 년 동안이나 도움을 구한다는 게 무척 괴로울 거라 느껴졌다. 세라피를 받는 것도(그 우울증이 찾아오기 몇 달 전부터 받았다), 친구와 동료에게 부탁하거나 누군가에게 내가 힘들다고 말을 하는 작은 일도 괴로웠다. 정신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자살로 세상을 뜨는 남성들도 비슷한 사고방식 때문에 힘들었을까? 이런 남성들은 정신 질환 치료에 대한 기본적 사실들이라도 알긴 알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남성들에게 보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내가 이런 권유를 하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남성들이여, 정신 질환 치료는 추상적이고 낯선 남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이 세라피스트를 찾아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해도,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당신이 네바다의 트럭 기사든, 시카고의 주식 브로커든, 플로리다의 요리사든, 토피카의 경찰이든, 댈러스의 무직이든, 시애틀의 백만장자든 상관없다. 당신이 누구든,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큰 업계가 존재한다.

 

당신을 돕기 위해 몇 년 동안 공부와 수련을 거치고, 학회에 가고 책을 읽고 논문을 쓴 수많은 똑똑하고 연민을 품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당신을 위해 시간을 내줄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할 경우 믿을 만한 동료를 추천해 줄 것이다. 그들의 사무실은 울고, 감정을 터뜨리고,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들도 할 수 있는 안전하고 비밀스런 곳이다.

 

내 경우 세라피, 자기 성찰, 자기 관리를 계속하자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남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이해 역시 달라졌다. 내가 너무나 오랫동안 필사적으로 피해왔던 취약함을 이제 나는 강함의 한 형태로 본다. 도움을 구하는 것은 힘의 징후라고 본다. 두 가지 모두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계속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 결과 더 좋은 남성이 되었다고 느낀다.

 

최근 비극적 소식이 있었지만, 미국 국립 정신건강 연구소에 의하면 자살은 예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방에서 중요한 단계는 교육이다. 내가 접한 가장 좋은 자료들은 두꺼운 심리학 교재가 아니라 우울증에 대한 앤드류 솔로몬의 TED 토크, 매트 헤이그의 책 ‘Reasons to Stay Alive’  등이었다. 보다 공식적인 자료를 원한다면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의 주우울증 장애 항목도 좋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 보고서에도 자살 위험 징후 감별법 등 귀한 실용적 정보들이 들어있다. 정신 질환에 대해 남성들이 겪는 오명과 싸울 때 정보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오늘 나는 옛 일기를 읽으며 경이로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내 불안이나 부정적인 생각들이 ‘치료’된 것은 아니지만 훨씬 나아졌다. 몇 달 동안 멍하게 지냈던 내게 감정의 스펙트럼 전체가 되돌아왔다. 우울증에 의해 빼앗길 수 있는 에너지, 목적의식, 호기심, 분노, 정신적 명징함 등 많은 것들이 다시 새로워졌다.

 

8일에 부르댕의 죽음이 알려진 뒤, 복스의 잭 보샹은 자신의 정신 건강 위기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내 감정을 숨기기를 그만두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린 것’이 중요했다고 한다. NPR에서 ’Wait Wait... Don’t Tell Me!를 진행하는 피터 세이걸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있어 항우울제가 중심적이었다고 한다. 앞서 인용한 Task & Purpose의 글을 쓴 남성의 경우 자신이 존경했던 중사가 했던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의료적 응급 상태의 신호다”라는 말을 떠올렸던 게 주효했다. 내 경우 우울증과 번아웃이 너무나 강력해 견딜 수 없었던 것이 터닝 포인트였다.

 

회복과 치료의 이야기는 사람마다 다 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어느 시점부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출발이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 보고서에서도 지적하듯, 이것이 순전히 고생하고 있는 사람의 몫이선 안 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5단계’에서는 간단한 제안을 한다.

 

“물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