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2018년 06월 11일 12시 07분 KST

안소니 부르댕과 ‘모든 걸 가졌다’는 잘못된 믿음의 위험함

그래서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은 특히 충격적이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안소니 부르댕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질렀지만 꿈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며, 실패를 통해 위로 올라갔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그는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음식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돈을 받았다. 그래서 그가 6월 8일에 자살했다는 소식은 특히 충격적이었다.

 

지난 주에 자살한 부르댕과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는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이고 ‘모든 것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삶의 모든 것이 너무나 좋아보였던 이 셀러브리티들이 어쩌다 그렇게 상황이 안 좋아졌는지 밖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어쩌다 이런 비극이 벌어졌는지 내가 멋대로 짐작하는 것은 무례다. 하지만 모든 걸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다.

 

거의 14년 동안 나는 엔터테인먼트 저널리스트, 전문가, 텔레비전 호스트를 직업으로 삼았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매력적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온갖 음식을 맛보고, 끊임없이 모험을 하는 일로 돈을 벌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내내 죽고 싶었다.

 

안소니 부르댕은 키 자체가 나보다 컸고, 내가 마음속으로도 늘 우러러 보던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졌다. 그는 너그럽게 시간을 내주었고, 2007년에 인터뷰하며 그를 처음 만났을 때 함께 술을 한 잔 하자며 초대해 주었다. 당시 그는 트래블 채널에서 ‘No Reservations’를 진행하며 관련된 책을 내고 홍보하던 중이었다.

 

NHAC NGUYEN via Getty Images

우리는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가 트래블 채널에서 CNN으로 옮겨 ‘Parts Unknown’을 시작하던 2012년에 나는 트래블 채널의 프로그램에 호스트 겸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가 일했던 브라서리 레알에서 열린 그의 그래픽 노블 ‘Get Jiro!’ 홍보 행사에서 우리는 골수를 먹었고, 그는 트래블 채널과의 작업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

 

시간이 흘러갔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하며 커리어를 쌓아간다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가족은 여행할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곳의 도장들로 여권을 채워나간다는 건 내 삶이 한 단계 올라감을 의미했다. 슈퍼히어로, SF, 민담,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내 직업이 되었다. 나는 영웅들과 함께 무대에 섰고, 얼음 동굴 탐험, 머슬 카 레이싱, 귀신이 나온다는 건물 잠입, 방금 딴 술통에서 엄청나게 오래된 술을 떠마시는 것 등을 촬영했다. 아담 웨스트의 배트 모빌과 드로리안을 타보기도 했다. 즐거운 생활이었다.

 

그러나 12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결혼 생활이 파탄났고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사를 해야했고 대규모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다. 내가 보기에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직장을 잃었다. 그전에는 우울증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런 일들 때문에 임상우울증이 생겼다.

 

나는 매일 나의 죽음을 생각했다. 심한 날에는 단호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했고, 실행 가능한 계획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고 내가 믿지도 않는 신을 향해 고함을 치며, 심한 심장마비나 통제불능의 뉴욕 버스 등의 방식으로 내게 죽음을 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우울증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올렸던 이미지는 조지 A. 로메로의 영화에 나오는 좀비였다. 나는 재앙 속에서 좀비들을 따돌릴 수 없는 걸음이 느린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 그들이 나를 따라잡고 덮쳐서 썩은 손가락을 내 뱃속에 쑤셔넣고, 내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내 몸을 찢어발겼다. 그들이 날 산 채로 잡아먹는 걸 지켜보았지만 마비된듯한 무력감이 너무 강해 맞서 싸울 수 없었다. 어머니나 전처를 부르고 싶어졌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울음 소리를 낸다 해도 아무도 나를 좀비들로부터 구해주러 오지 않을까봐 두려웠다.

 

내가 이런 감정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 감정은 늘 나를 조종하거나 내 옆에 바싹 붙어다녔다. 내가 속으로 되뇌이던 독백은 이런 식이었다. “여기 있고 싶지 않아, 난 여기 있을 가치가 없어, 난 내 자신이 싫어, 내 상태가 싫어, 지금의 내가 싫어, 하지만 런던에서 일 관계로 먹는 비싼 저녁 식사는 꽤 멋지군.”

 

가끔은 살고 싶지 않다고 소리내어 말하기도 했다. 남들에게 내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대놓고 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더 이상 존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그냥 속으로만 품고 있었다.

 

일은 계속 했다. 하지만 내가 무대 위와 카메라 앞에서 관객들을 신나게 하거나 셀러브리티들과 바보 같은 짓을 하느라 발휘한 에너지는 공허했다. 일하며 진정 즐기는 ‘나’는 가면이 되었다. 모험을 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일들을 계속할 때 친구와 팬들은 소셜 미디어에 좋은 의미로 ‘질투 난다’, ‘넌 정말 행운아다’, ‘너 미워’, ‘너처럼 살고 싶다’는 글들을 남겼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나도 내가 싫어’, ‘제발 내 삶을 가져 가’라고 생각했다.

 

 

Tommaso Boddi via Getty Images

좋은 날들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날들, 일을 잘 해서 기분이 좋아진 날들도 있었다. 제대로 해냈다, 비법을 알아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드디어 떨쳐내고 과거의 나로 돌아갔다는 기분이 드는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날에도 결국 나는 집으로, 또는 내 돈으로는 묵을 수 없었을 호텔 방으로 돌아가 그 ‘나’는 얼터 에고였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가면이 벗겨지고, 그로테스크한 외양이 드러났다.

 

남들이 기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멋지게 살며 남들이 무슨 수를 써서도 갖고 싶어할 직업과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압박은 가면을 더 단단히 굳혔다. 나는 멀쩡해 보여야 한다고 느꼈고, 성공을 감사히 여긴다면 이렇게 낙담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내 ‘브랜드’가 망가질 위험이 있어서, 이런 고통과 ‘나약함’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오명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호텔 소파에서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내, 몸이 축 처진 상태로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똑바로 앉은 시체 같은 사내를 누가 고용하고 싶겠는가?

 

나는 침묵을 지키다, 벼랑 끝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도움을 구했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내가 싸워왔던 우울증이 아닌 내 자신과 다시 익숙해졌다.

 

안소니 부르댕이나 케이트 스페이드, 그외 자살 충동과 싸우는 사람들이 무엇을 겪는지 내가 정확히 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도 자기 자신의 마음, 감정과 싸우며 지고 있다는 느낌을 원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자기 자신에게 “난 성공했는데 왜 이런 걸 겪고 있지?”, “난 멋진 직업, 혹은 나를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이들이 있어.”, “난 모든 걸 가졌어.” 등을 스스로에게 말한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이런 생각들이 특히 유해했다. 그래서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울증이 심할 때는 내 스스로가 구원받을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 나는 당신이 꼭 친구에게 연락하고 핫라인에 전화를 걸길 바란다. 도움을 구하라. 제발 부탁이다.

 

그리고 당신이 친구에게 그런 연락을 받는다면 아주 잘 살고 있어 보인다 해도 얼른 손을 내밀라. 우울증이라는 악마가 누군가의 내면을 긁어댈 때면 팔로워가 몇 명이 있든, 여권에 도장이 몇 개나 찍혔든, 은행 잔고가 얼마나 되든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아 보이는 사람도 가진 것이 부족하다는 느낌, 죽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걸 다 가지는 게 가능하다는 것조차 잘못된, 위험한 믿음이다. 하지만 도움을 구할수는 있고, 그건 결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자살·우울증 관련 상담: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다음 전화번호로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생명의 전화 홈페이지에서 우울 및 스트레스 척도를 자가진단 해볼 수 있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