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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G7 정상회담 공동선언을 비난하며 '뒤통수'를 쳤다

회담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 허완
  • 입력 2018.06.10 15:25
ⓒYves Herman / Reuters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먼저 회담장을 떠난 뒤, G7 국가가 합의한 공동선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해 회담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미국과 G6(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로 나뉜 ‘무역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G7 정상회담 이튿날인 9일, 캐나다 퀘벡주에 모인 정상들은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채택해 자유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후 올해 의장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7개국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면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 보조금을 줄여나가겠다”,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이 성장과 일자리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G7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뜬 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트위터 글을 올려 G6 정상의 뒤통수를 쳤다. 그는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농민과 노동자, 기업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장벽을 세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의 제품은 세금이 면제된 상태로 수출됐고, 우리는 수십년간 ‘무역 남용’을 참아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Christinne Muschi / Reuters

 

그는 이어 기자회견에서 트뤼도 총리가 읽은 것을 “거짓 선언”이라고 비판한 뒤, “캐나다는 미국 농민과 노동자, 회사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범람하는 자동차에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 대표단에 공동성명을 지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이어 트뤼도 총리를 두고 “정상회의에선 온화하고 부드럽게 행동해놓고 내가 떠난 뒤 기자회견을 했다”면서 “아주 부정직하고 나약한 인물”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G6의 이번 충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했다. 회담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나머지 6개국 정상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미국의 ‘관세 폭탄’ 사안을 두고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뤼도 총리는 이런 우려를 인식한 듯, 경제·외교 정책 등 다양한 목표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있었고 “무역에 대해서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협상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미국과 다른 G6 사이의 깊은 골이 극적으로 메워진 듯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를 정면으로 면박주며, G7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Instagram/bundeskanzlerin

 

G6와 미국으로 나뉜 살벌한 회담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는 한장의 사진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오늘날 세계 질서를 보여주는, 가장 놀랍고 역사적이고 중요한 사진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독일 정부에서 공개한 9일 회담장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팔짱을 끼고 ‘배째라’는 표정을 지은 채 유럽연합(EU)의 실질적 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테이블에 기대어 굳은 얼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뭔가를 따져 묻는 모습이다.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야스토시 니시무라 관방장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로런스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장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들도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Handout . / Reuters
ⓒHandout . / Reuters

 

한편, G7은 공동선언을 통해 미국의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 후 대응책과 관련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러시아에 대해선 서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참석하는 G8이 G7보다 낫다”면서 “나는 G8이 더 의미 있는 공동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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