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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구의원, 어떻게 고를까?

몇 가지 원칙을 세우니 쉬웠다

세상에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구의원들 가운데 한 명을 찍었던가, 아님 내가 찍은 사람은 떨어졌던가. 3년여 전, 내가 사는 지역 구의회 의정감시단 활동을 잠깐 할 때 첫 느낌은 뭐랄까, 당혹감이었다. 어떤 구의원을 뽑았는지 한참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흔들어버렸다.

 

 

‘대략난감’의 첫 기분과 달리 감시단 활동은 흥미로웠다. 어느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들어서면 좋을지, 놀이터를 어떻게 바꿀지, 동네 작은 음악회를 얼마나 더 지원할 수 있을지, 골목 주차난은 어떻게 풀고, 이쪽 동네 저쪽 동네 사이 지역 발전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래서 돈을 어디에 더 쓰면 나을지 등, 내가 살거나 내가 아는 동네의 구체적인 문제들이 구의회에서 논의됐다. 나는 감시단 보고서에 주요 내용을 적으며, ‘그쪽 동네에 그런 게 필요하겠군. 맞아, 우리 동네는 이게 문제였는데’, 혼잣말을 하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국회에서 예산·입법 취재를 하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과 부닥치곤 했던 것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아마도 내가 걷고, 생활하는 동네와 밀착된 문제들이 다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한 구청 직원이 내게 말했다.

“구의원이요? 주민을 대신해 우리 동네 구청의 행정·예산을 감시하잖아요. 중요하죠. 근데 제대로만 한다면요.”

그는 마지막 말에 가시박힌 단서를 달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공천받으려고 지역 국회의원만 쳐다보는 사람말고, 주민을 바라보는 사람을 구의회에 보내야죠. 잘 고르는 게 어렵긴해도.”

맞다. 나는 다시 쉽지 않은 선거 앞에 놓였다. 6·13 지방선거에선 1인 7표(제주도 5표, 세종시 4표)를 찍는다. 광역단체장(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광역의원(특별시의원·광역시의원, 도의원), 기초의원(시·군·구의원), 교육감 등 출마 후보에게 찍는 5표에다, 지지정당에 투표해 기초의원·광역의원 비례대표를 뽑는 2표 등 총 7표를 찍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은 1표가 더 추가된다.

솔직히 가장 고민은 인물 인지도가 거의 없는 기초·광역의원 후보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다. 주변에도 구의원 등이 뭘 하는지 모르겠고, 이들이 꼭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기초·광역의원 투표만 빈칸으로 두고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의 한 구의원은 이런 표현을 썼다. “그럼에도 기초의원까지 투표의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그는 “서울만 예를 들면, 1개 자치구 예산이 4000~5000억, 많게는 8000억원이 넘는다. 구청장 1명이 관리하는 공무원이 1500명 되는 곳도 있다. 주민을 대신해 이들을 상시 견제할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초·광역의원은 해당 지역 주민에게 적용되는 법인 ‘조례’도 만든다. 그간 친환경 무상급식, 청년수당, 층간소음 예방 지원, 생활비를 보장하는 생활임금 지원 등을 위한 조례들이 기초·광역의회에서 의결됐다. 한 시민활동가는 “기초·광역의원을 잘 뽑으면 1년 생활비를 아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현직 구의원, 시민활동가들은 조금이라도 괜찮은 기초·광역의원 후보를 고를 때 참고할 몇 가지를 나에게 조언했다.

ㅡ물론 후보의 정당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겠죠. 그래도 선거 공보물을 통해 어떤 후보가 동네 생활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했는지 잘 살펴보세요.

ㅡ특히 공보물에서 전과 기록을 발견했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서 후보자 전과 내용을 꼭 추가 확인해봐요. 폭행·음주운전 전력을 가진 후보들이 숨어있거든요.

ㅡ동네 정치의 나쁜 관행을 깰 의지를 보이는 사람, 동네 정치의 새 대안을 만들어보려는 사람을 눈여겨 봐요. 그 사람은 지역 국회의원보다 주민을 바라보고 일할 가능성이 높죠. 이왕이면 이런 사람을 가장 가까운 동네 정치인으로 두면 좋잖아요.

이 말을 듣고, 책상 위에 던져둔 선거 공보물을 집어들어 모두 훑는데 4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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