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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성분 분석이 이상한 이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 박세회
  • 입력 2018.06.07 16:42
  • 수정 2018.06.07 16:49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 ‘담배 타르, 일반 담배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더 많아‘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보도자료를 인용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입증”…‘타르’ 1.5배 더 많아”(뉴스1), ”식약처 “전자담배, 연초보다 타르 많고 발암물질도 확인””(KBS)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식약처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타르를 측정해 비교한 방법을 보면, 수분의 비율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담배의 ‘타르(TAR)’는 ‘Total Aerosol Residue’의 약자로 흔히 생각하는 역청이 아니라 연무 잔여물의 총량을 말한다. 측정 방법은 소거법을 사용한다. 담배를 태운 후 니코틴·수분을 제외하고 남은 물질의 총량이 곧 타르의 함량이 된다. 일반적으로 캠브리지 필터 패드에 담배의 연기를 통과시킨 후 증가한 전체 무게에서 니코틴과 수분의 무게를 빼 측정한다.

그러나 수분의 함량이 높으면 이 과정에서 캠브리지 필터 패드의 수분이 증발해 오차가 생긴다. 필립모리스 사가 2017년 발표한 성분 분석 결과를 보면 궐련의 연기에서 수분은 11.0%, 아이코스의 연기에서는 수분이 81.5%를 차지한다. 수분의 비율이 높을수록 증발하는 양이 많아 이를 바로잡아주지 않을 경우 타르의 함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

식약처에서 발표한 해외 연구기관의 성분 분석 결과를 보면 포집 방법에 따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식약처가 발표한 위의 표에서 같은 헬스 캐나다(HC) 방식을 사용한 궐련형 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본은 9.8~13.4인데 반해 독일은 19.8~21.6, 중국은 16.60에 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수분 증가를 보정하는 방법을 사용해 타르의 양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쪽이 타르 측정시 수분 함유량 때문에 생기는 오차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타르 일반 담배보다 더 많아’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래는 이번 연구에서 시험분석평가위원장으로 참여한 신호상 공주대 교수의 발언이다. 

신 교수 : 필립모리스 시험법을 보면 가열형이기 때문에 수분이 증기화돼 그 증기가 실험하는 그 과정에서 손실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타르를 계산할 때 모든 찌꺼기에서 니코틴의 함양과 수분의 함량을 빼준 것을 타르라고 정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수분을 빼줄 때 수분 측정 과정에서 상당한 로스가 생긴다. 필립모리스는 분해하기 전 수분을 측정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 뉴시스(6월 7일)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독성평가연구부 첨단분석팀이 지난 2017년 8월 21일 2박 3일간 일본으로 다녀온 출장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분석 방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 보고서에서 발췌한 부분은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NIPH)에 가 봤더니 수분이 많이 포함된 아이코스의 특성상 타르 측정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카트리지를 쓰고 있더라는 내용이다.

식약처의 해외 출장 보고서.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 연기 중 유해성분 분석법 관련 기술협의'.
식약처의 해외 출장 보고서.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 연기 중 유해성분 분석법 관련 기술협의'.

궐련형 담배의 경우 흡입하지 않을 때는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보고서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일반 담배의 연기는 흡연 시 직접 구강으로 빨려 들어오는 주류연과 타고 있는 담배 끝에서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부류연으로 나뉜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비교했을 때 흡연자와 주변인에게 끼치는 긍정적 영향은 흡입하지 않을 때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주류연을 포집한 결과만을 비교해 실제 흡연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타르의 성분 자체가 달라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는 비판도 있다. 아래 사진은 필립 모리스에서 궐련 연기  아이코스 증기를 각각 3회씩 포집한 캠브리지 패드의 색상을 대비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궐련을 태울 때는 온도가 900℃ 이상이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300℃ 이하로 가열해 증기로 찐다”라며 ”궐련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아이코스·릴·글로 등에서 발생하는 증기의 구성성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해석 역시 의문투성이다. 식약처는 ‘타르가 1.5배’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 2개 제품의 경우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 담배 보다 높게 검출되었다는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벤조피렌,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등 WHO 저감화 권고 9개 성분이 현저하게 낮은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벤조피렌, 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어,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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