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6월 07일 12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07일 12시 03분 KST

지금 세계가 심각하게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말하는 이유

여름에 특히 많이 쓰는 일회용품

PATRICK PLEUL via Getty Images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훨씬 더 많이 쓰는 일회용품이 있다. 바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다. 이 빨대를 두고 세계적으로 ‘퇴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비싸고 빨리 젖어버리는 등의 단점 때문에 그다지 주목 받지는 못 했다. 최근 들어 일회용 빨대 퇴출이 다시 화두가 된 이유는 뭘까?

■ 미국, 유럽서 정책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금지

미국의 하루 빨대 사용량은 약 5억개다. 올해 초 말리부, 시애틀 등 일부 도시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고, 지난 5월에는 뉴욕시의회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나 금속으로 대체하도록 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와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저지 등 주 차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추진하는 곳들도 있다. 하루 약 2천3백만개의 빨대를 쓰고 버리는 영국에서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경쟁적으로 종이 빨대 시험 사용 방침을 올 3월과 5월에 각각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연합도 향후 3년 내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 면봉 등의 일회용 제품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닐봉투에 이어 빨대가 퇴출해야 할 플라스틱 일회용품 1순위가 된 데 대해, 미국 매체 〈쿼츠〉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가장 일상적인 물건이라는 점, 그리고 당장 쓰지 않아도 큰 불편이 없다는 점이다. 장애가 있거나 아이, 노인 등 일부 인구를 제외하면 빨대는 손닿는 데 있는 물건들 중 가장 포기하기 쉬운 일회용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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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의 모습. 

■ 3년 전 빨대가 콧구멍에 꽂힌 바다거북 영상 이후 인터넷서 화제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는 곳은 바다다. 흔히 쓰고 버리는 빨대가 퇴출 우선순위로 지목 받게 된 데는 2015년 여름, 해양학자들이 바다거북의 콧구멍에서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일이 한 몫 했다. 코스타리카 연안을 탐사 중이던 이들은 콧구멍에 이물질이 끼어 호흡곤란을 겪는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이들이 거북의 콧구멍에서 빼낸 것은 길고 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였다. 유튜브에 게재된 8분 가량의 영상에는 빨대를 뽑는 내내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고,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당시 영상을 찍은 크리스틴 피그너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바다거북이 바다에 떠돌던 빨대를 삼키게 됐고, 속이 안 좋아 다시 뱉어내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 보기)

전 세계 서퍼들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의 주역 중 하나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에서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찾은 것’(#surfriderfound)라는 해시태그가 한동안 등장한 바 있다. 서핑 중 바다에서 발견하는 쓰레기를 주워 사진으로 기록하고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소셜 캠페인이었다. 슬리퍼, 유리병을 제외하면 사진 속 쓰레기 중에는 압도적으로 플라스틱이 많았다. 일회용 컵, 일회용 접시, 음료수 병, 자외선 차단제 등 각종 피부 제품 용기와 과자 봉지, 빨대 등이었다.

/surfrider tctrashart

바다 쓰레기의 피해를 직접 보는 유명 휴양지들도 일회용품 줄이기에 대해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이탈리아의 휴양지 트레미티섬과, 그리스의 휴양지 시키노스섬은 지난 5월부터 섬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완전 금지는 아니지만 필리핀, 마다가스카르 등 세계 다른 지역의 섬 관광지들도 리조트나 서핑샵, 다이빙샵들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제한을 홍보하고 있다.

■ 비(非)플라스틱은 비싸거나 세척 어려운 한계...대안 제품들도 등장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당장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량으로 구매해도 플라스틱 빨대의 가격은 종이 빨대의 1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와 같다. 얇으면서도 적당한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빨대의 특성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컵, 먹을 수 있는 식기처럼 식용 소재로 만드는 것도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퇴출 우선순위에 오른 비닐봉투와 다르게 위생 문제도 있다. 깨끗하게 보관하거나 세척하기가 어려워 금속, 유리, 대나무로 만든 다회용 빨대를 쓰기를 꺼리는 이들도 많다.

최근 시중에 소개되는 다회용 빨대들은 이런 단점들을 보완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만든 휴대용 빨대 ‘파이널 스트로’(FinalStraw)는 접이식 빨대와 세척 솔을 자동차 키 크기의 케이스에 넣었다. 태국의 한 비건 패스트푸드 식당은 속이 넓은 금속, 유리, 대나무 소재 빨대를 자체 제작해 세척용 솔, 보관 주머니와 함께 한 묶음으로 판매한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피하기 위해 주로 유아용으로 제작되는 다회용 친환경 실리콘 빨대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서울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선보인 대나무 빨대.

■ ”당장 재활용 개선 어렵다면 ‘덜 쓰기’부터 하자” 움직임

2015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미국, 일본, 중국 등을 크게 웃돈다. 동시에 재활용과 환경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높다. 2016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설문에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한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전체 평균 약 90%정도였다. 비용 효율을 최우선으로 운영되는 재활용 산업의 구조 개선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 줄이기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텀블러 쓰기’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줄이기’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익숙해진 지금, 다른 나라의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법과 대안 제품들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