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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이 북미회담 깨려고 일부러 북한을 자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

ⓒFOX NEWS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은 북-미 정상회담을 좌초시키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이 발언에 격노해 그를 북한 문제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국무부 관리들은 볼턴 보좌관이 북한과의 대화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려고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자극적 발언을 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시엔엔(CNN)이 6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북한의 격렬한 반발을 사서 북-미 정상회담의 좌초 위기를 부른 볼턴의 ‘리비아 모델’은 정상회담을 방해하려는 계획적인 시도였다고 국무부 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4월29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리비아는)북한과 차이가 있다”면서도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먼저 핵무기 등 핵 관련 시설과 물질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도 강조하며, 북한이 하루 빨리 미국 오크리지기지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반출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이 제시한 ‘리비아 모델’에 대해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성명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볼턴의 발언을 이어받아 “북한이 미국과 합의하지 않으면 반란으로 숨진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타도된 리비아 모델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펜스 부통령은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며 격렬한 인신 공격을 퍼부었다.

북한의 이런 반발과 비난에 트럼프 대통령은 5월24일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서한을 발표해 회담이 좌초 위기로 빠지기도 했다.

시엔엔은 볼턴 보좌관은 자신의 발언이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알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에 긍정적인 결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발언했다고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리는 볼턴 보좌관이 “진행 중인 회담 준비를 큰 망치로 때려서 회담 진행을 날려버리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국무부 관리들은 볼턴 보좌관의 이런 발언이 분명히 판을 흔들려는 의도적 시도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격노시켰고, 이에 두 사람은 백악관에서 이 문제를 놓고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북-미 정상회담 진행 준비뿐만 아니라 북한과 관련된 문제 전반에 관해서도 ‘잘랐다’”고 한다.

실제로 볼턴 보좌관은 그 후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미국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도 배석하지 않았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중요한 안보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외국 인사 면담을 하는 데 불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볼턴 보좌관은 2003년에도 북한을 비난했다가, 북한의 반발로 북핵 6자회담의 미국 대표단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던 그는 서울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적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북한 주민들이 그 치하에서 시달린다는 내용의 강연을 했다. 이에 북한은 볼턴 보좌관을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고 비난했다. 또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결정한 회담의 중요성이나, 인간 존엄을 고려할 때 참가할 자격이 없다”며, 곧 시작되는 6자회담에서 그를 배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한이 볼턴 보좌관을 문제 삼아 6자회담 예비회담을 공전시키자, 부시 행정부도 결국 6자회담 미국 대표로 사실상 내정된 그를 배제하는 조처를 내렸다. 이를 계기로 볼턴 보좌관은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 분야에서 영향력 쇠락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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