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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일가 효과'...국외 여행자 고가품 자진 신고 급증

지금은 털리는 계절

  • 박세회
  • 입력 2018.06.05 16:54
  • 수정 2018.06.05 16:56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

최근 이탈리아 로마로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김세영(가명·33)씨는 지난 1일 입국하면서 여행 중 산 명품 가방을 자진신고했다. 면세 한도인 600달러를 넘는 제품이었다. 신고 여부를 고민하던 김씨가 결국 자진신고를 선택하게 된 것은 최근 관세청이 벌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밀수 의혹 수사의 영향이 컸다. “방송 뉴스에서 계속 ‘밀수’라는 얘기가 나오니까 범죄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신고서를 작성하다가 차라리 가방을 자진신고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 사례처럼 국외 여행자가 공항 출국장을 나올 때 세관 당국에 제출하는 여행자 휴대품 자진신고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고가 명품 밀수 의혹 수사가 여행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겨레‘가 입수한 관세청의 ‘여행자 휴대품 과세통과 자진신고 건수’(이하 자진신고) 자료를 보면, 지난해 1~5월 사이 5만1675건이었던 자진신고 건수는 올해 같은 기간에는 7만9784건으로 54.3%나 늘었다. 한 해 사이에 자진신고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게 관세청 쪽의 설명이다.

관세청은 지난 4월부터 외국서 신용카드로 600달러 이상 물품을 사거나 현금을 인출할 때 관세청으로 정보가 자동 전달되는 제도를 시행한 탓도 있지만, 조 회장 일가의 밀수 의혹 수사가 여행자들의 ‘자발적 신고 정신’을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면세구입 한도가 기존과 같아 자동통보 제도만으로는 폭발적으로 신고 건수가 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자진신고 건수가 이 정도 폭으로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관세청의 밀수 의혹 수사가 진행되자 국외 여행자들 사이에서 밀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4일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로 인천본부세관에 소환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5시간의 조사를 받고 5일 새벽 0시50분께 집으로 돌아갔다. 관세청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밤샘 조사를 추진했으나 조 전 부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소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추가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의 국외 카드사용 내역을 입수해 압수품과 일일이 대조하며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베테랑 수사관들이 밤낮없이 수사에 임하고 있다. 수사 진행이 난항인 것은 맞지만, 결국 수사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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