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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누구 말이 맞을까?

양쪽 다 하고싶은 말이 있다

  • 백승호
  • 입력 2018.06.05 17:06
  • 수정 2018.06.05 17:5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이야기했다. 이 부분만 특별히 강조한 것은 아니고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소득주도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1/4분기 가구소득 1분위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다.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다’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에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 쪽의 임금이 크게 늘었다. 상용직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하였다. 이런 부분은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이다.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 긍정적인 효과가 90%다. 최저임금을 완벽하게 설계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나 미흡한 부분은 보완을 해 가면서 당과 정부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불이 붙었다. ”긍정적 효과 90%”의 진위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가계소득은 1년 전보다 8.0% 줄었다. 통계는 소득이 줄었다고 말하는데 대통령은 ‘긍정적‘이라고 말한 데 대해 ‘산출된 근거가 뭐냐’는 물음이 이어졌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청와대사진기자단

결국 지난 3일, 청와대 홍장표 경제수석은 ”통계청 발표 내용의 근거가 되는 원자료를 가지고 국책연구기관으로 하여금 보다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라며 ”근로소득 증가율은 하위 10%를 제외하고 작년보다 높아졌고, 저소득층일수록 근로소득 증가율이 높아졌고,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전부 늘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청와대는 통계청이 가공하기 전 자료를 받아 이를 재가공했다. 통계청은 조사한 자료를 통해 가구 단위(가구주+배우자+기타 가구원)의 데이터를 산출했는데 청와대는 이를 다시 개인별로 산출했다.

 

이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근로소득 증가율은 하위 10%인 1분위가 8.9% 증가했고 2분위 13.45%, 3분위 10.8%. 4분위 9.9%, 5분위 5.3%, 6분위 5.1%, 7분위 3.05, 8분위 4.8%, 9분위 5.1% 상승했다. 1분위 소득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분기 10.8% 오른 데 반해 올해 8.9%로 소폭 감소하긴 했다. 청와대는 이를 고려해 ”긍정 효과 90%라고 말했다. 게다가 아무리 1분위(저소득층)의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꺾였다고 하지만 8.9%로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다. 청와대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온 것 같다. 홍장표 수석도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증가율이 높고 지난해보다 높은 소득증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야당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왜 근로자 가구주만 통계로 산출하였냐”는 점이다. 실제 가구주가 자영업자거나 무직자인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증감률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3.8%나 감소했다. 2분위와 3분위도 각각 6.1%와 3.6%가 감소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자영업자, 은퇴자 등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며 ‘근로자 가구’만 통계에 산출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영업 부진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영향을 제거하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도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근로자 가구에 한정해서 90%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거짓말이란 주장은 과하다. 다만 근로자 가구와 비근로자 가구를 분리해서 설명하는 게 타당한지는 따져볼 문제”라며 ”최저임금이 인상에 따라 기존에 일자리가 있는 사람의 소득만 늘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이 외에도 청와대가 원자료를 여러 차례 ‘가공’했다며 자신들이 살펴본 바로는 소득 상위 27.6%에 속한 가구를 제외하고는 총소득이 모두 감소했고 근로자인 가구주만 비교해도 상위 23.0%만 급여가 늘고 나머지 77.0%는 줄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분석이 통계 처리 방법론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1

 

정리하자면, 이번 ‘통계 논란’의 진실은 크게 두 주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근로자의 소득은 늘었다” vs.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은 왜 고려하지 않냐”

홍 수석도 이 부분에 문제가 있음을 의식했는지 “소득분배 악화의 주된 원인은 근로자 이외 가구의 소득 격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날인 4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처음부터 90% 효과라고 하는 것이 전체 가구나 전체 우리 국민들 상대로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발을 뺐다. 즉 청와대 측은 이 통계 자료에 대한 의미를 노동자만으로 한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한정하면 현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가계소득의 계층별 격차가 왜 크게 벌어졌는지 면밀히 살펴야 하는데, 근로소득의 증감만 봐서는 (또 다른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나 영세 자영업자 등이 포함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근로소득 최하위 계층은 노인 등도 있어 사실상 최저임금 정책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이들이 아닌데, 이들의 소득 증가가 부진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통계가 ‘최저임금’과 관련된 논란인 만큼 ”근로자 이외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는 최근의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근로자 이외의 소득에 악영향을 끼쳤는지 의심한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은 통계청의 원자료를 다시 분석해 여기에 근거를 보탰는데 이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1분기 가계동항조사 자료에서 소득 하위 20%(1분위) 2인 이상 무직자 가구 비중은 57.0%로 전년(49.1%)보다 7.9%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증가율 2.6%포인트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이들 무직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1만5,000원으로 가구주가 일자리를 가진 취업자 가구 (151만4,000원)보다 40만원가량 낮았다. 서울경제신문은 이에 대해 ”소득기반이 취약한 무직자 가구 비중이 늘면서 1분위 근로소득과 총소득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국책 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하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가 대략적으로 3.6만명을 하한으로, 8.4만명을 상한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은 “2018년 4월까지의 고용동향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감소 효과는 이 정도도 되어 보이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정부가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의 효과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정부가 월 보수 190만원 미만의 상용노동자, 주 40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 일용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고용)보조금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상쇄하는 정책이다. 2018년 5월 16일 현재 대상자의 90%인 195만명이 신청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어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가 추정치보다 작은 이유가 일자리안정자금의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인지 혹은 최저임금의 효과가 실제로는 추정치보다도 작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며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내외 사례를 보더라도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사업주가 고용감축이나 사업중단 대신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KDI 보고서의 요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감소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보일 수 있지만 현 정부는 여기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그에 대한 효과를 보인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최저임금의 완만한 인상 자체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인용한 언론들은 KDI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경고했다며 대량의 해고가 우려되니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3만6천여명에서 8만4천명까지의 고용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자 이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노컷뉴스와 인터뷰하며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먼저 “해외 사례를 분석할 때 올해 최대 8만 4천명 고용감소가 가능하다는 추정”에 대해 “말 그대로 최대한 잡아서 그렇다는 것이지, 한국에서 8만 4천명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가장 크게 효과가 나올 가정을 할 때이고, 한국은 이론적으로 3만 6천명에서 8만 4천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나타난 데이터를 분석하면 그보다도 더 아래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최경수 부장은 5일 인터뷰에서도 8만명에 이르는 고용감소 효과가 이론상 가능한 최대치라며 “현실적으로 일어난 것을 보면 3만명도 안된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여러 보완조치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우려되는 것으로 향후 9만명, 14만명 (고용 감소 효과를) 얘기했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왜냐하면 이미 산입범위를 넓힌 데다 각종 보완조치가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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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핵심을 이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책의 긍정적 효과만을 기대할 수 없다. 그건 어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왜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우리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로는 부정적인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책 자체, 즉 최저임금의 인상률을 조정하는 방법. 두번째로는 부정적인 효과를 감쇄하기 위한 추가적인 정책을 내놓는 방법.

정부는 일단 두번째 정책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산입범위를 넓혀 충격을 완화했고 또 ‘보완조치’라고 불리는 일자리안정자금 등의 예산을 투입했다. KDI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의 부정적인 ‘일반론’을 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올해가 지나고 구체적인 데이터가 산출되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KDI보고서에도 ‘근거가 필요하다’며 여러 번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느 순간에는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KDI는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사례를 설명했다.

“프랑스는 최저임금 근로자의 사회보험 기여금을 정부가 부담하였으나 그 액수가 GDP 1% (한국의 경우 17조원)에 도달하자 최저임금을 추가적으로 인상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최저임금이 2005년 임금중간값 60%에 도달한 이후 정부가 추가 인상을 멈춘 이유도 임금질서의 교란에 있었다. 최저임금이 계속 인상되면 득보다 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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