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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에서 나올 '싱가포르 합의'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는 신호.

  • 허완
  • 입력 2018.06.04 09:35
ⓒBloomberg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일(현지시각)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백악관 접견을 계기로, 북-미가 오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올릴 비핵화 및 상응 조처와 관련한 이견 차이를 점점 좁혀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내용의 그림이 대략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의 예방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한 내용 가운데,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중대한 전환을 명시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싱가포르 12일 회담)은 시작이다. 한 번에 (비핵화가) 될 거라고 얘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게 얘기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제 그것(비핵화)은 과정일 것”이라며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될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하지만 관계가 구축될 것이고, 그것은 아주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미국 정부가 요구해온 ‘일괄 합의, 일괄 이행’이라는 ‘단칼 해결’ 방식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는 북-미 간 신뢰 구축이 없는 상황이므로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해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측면이 있다. 또한 비핵화의 기술적 복잡성 및 평화협정 등 체제안전 보장 절차의 까다로움 때문에 ‘단칼 해결’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9차례나 ‘과정’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여러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비록 ‘단계적’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과정’이라는 용어로 북-미 간 절충 가능성이 생겨난 셈이다. 

ⓒSAUL LOEB via Getty Images

 

미국이 주장해왔던 신속하고 압축적인 ‘비핵화의 속도’와 ‘2년 안팎의 비핵화 시한’에 대해선 북한의 결단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부위원장에게 “서두르지 마라. 우리는 빨리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신중하게 하기를 원한다. 달려가듯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속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처도 신속하게 담보받을 수 있는지 우려하는 북한 쪽의 설명을 듣고 일견 이해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제재를 부과하고 있고, 그건 아주 강력한 제재다. 그들이 그걸(비핵화) 하지 않으면 제재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김 부위원장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속한 제재 해제를 원한다면 비핵화 조처도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북한의 선택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시한을 못박지는 않겠지만 ‘조속한 비핵화’ 정도로 양쪽이 타협할 수 있어 보인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미국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달라며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반출’이라는 ‘과감한 초기 조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김 부위원장 접견에서도 확실한 답변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북한)이 뭔가를 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도 할 것”이라고 말한 점을 보면, 북한이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초기 조처의 내용에 대해 최소한 간접적으로 언질을 줬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과정으로서의 비핵화’를 강조하며 기대 수준을 낮추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반출·폐기보다는 신고·봉인 정도가 예상 가능한 합의의 최대치로 보인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상응 조처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시점엔 대북 제재를 거두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점이 눈에 띈다. 제재 해제의 시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겠지만, ‘비핵화가 완료될 때’와 같은 비현실적인 시점을 고려하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6·12 담판’ 내용은 합의문 형식보다는 비핵화 및 상응 조처의 원칙과 방향성만을 담은 공동선언문이나 코뮈니케 형식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은 12일 있을 것”이라면서도 “12일 뭔가를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날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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