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신명여고 교장의 성차별 발언에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인천 남동구 신명여고에서 생긴 일

ⓒ신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제공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여성은 당할 만하니깐 당하는 것이다.”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신명여자고등학교 교장이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성차별 발언을 해 학생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각계각층에서 일어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통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큰 상황에서 해당 교장의 성차별적인 발언에 학생들이 적극 저항하고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또 평소 일부 교사들이 수업 중 내뱉은 인종 차별 등 부적절한 발언까지 포스트잇에 적어 학교 곳곳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폭로했다. 아울러 사과와 재발방지도 요구하고 있다.

1일 신명여고 학생들의 이야기 종합해보면, 이 학교 권아무개 교장은 최근 3학년 학생들의 교실에서 인생 강연을 했다. 학생들은 강연 중 교장이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여성은 당할 만하니깐 당하는 것이다”, “여자가 지위가 높으면, 미투를 당하지 않는다”, “미투는 여자가 예뻐서 당하는 것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수업을 듣던 일부 학생들이 즉각 반발했고, 권 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교장은 사과 대신 한 학생에게 ‘교장실에 와서 이야기하라’, ‘3학년들이 난리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복수의 신명여고 학생들은 5월31일 권 교장의 발언을 비롯해 평소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았던 교사들의 발언을 포스트잇에 적어 학교 곳곳에 부착했다. 학생들이 포스트잇 통해 폭로한 교사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얼굴이 예쁘면 술집 여자가 됩니까?”, “여자는 꼭 돈 많은 남자를 꾀어서 성공해야 하나요?”, “여성은 왜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편하게 살 거라 생각하세요?” 라는 등 교장과 교사들의 성차별 발언에 대해 묻는 내용이 담겨있다.

학생들 주장에 의하면, 한 교사는 수업 중 다리를 꼬고 앉은 학생을 향해 “술집 여자 같다”고 지적했다. 또 한 윤리 교사는 수업 중 “한국 여성들이 낙태를 많이 한다. 낙태 천국·김밥천국이다”라며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낙태 문제를 조롱했다.

신명여고 학생들은 교사들의 사과를 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권과 존엄성을 보장받고 싶다.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선생님이 이제껏 (자신들이) 한 말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학생들을 성숙한 생각과 사고를 지니고 있는 여성으로 존중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명여고 교장은 1일 오전 교내 방송을 통해 전교생에게 사과 방송을 했다. 권 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생들이 포스트잇에 메모한 것은 정확한 내용이 아니다”라면서 “여고 교장으로서 여학생들에게 미투 피해를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이야기가 오해를 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투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하고, 한편으로 개인도 방심하면 미투 피해를 볼 수 있어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 얘기였다”고 덧붙였다. 권 교장은 “하지만 학생들에게 의도와 달리 전해졌다면, 현명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진솔하게 사과하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신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제공
ⓒ신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제공
ⓒ신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제공
ⓒ신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제공

최근 중·고등학교에서 이어지고 있는 ‘스쿨 미투’ 운동으로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지난 4월 발표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4명이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교사들이 위계를 이용해 제자들에게 가하는 성희롱이 매우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인권위 조사 결과, 고등학생의 40.9%는 “교사들이 성희롱을 저지른다”고 답했고, 27.7%는 “교사가 나를 성희롱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는 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고교 1~3학년 학생 1014명(여학생 814명, 남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자의 62.7%는 교사의 학생 성희롱을 방지하려면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성희롱 예방교육 강화와 피해자 보호조처 강화 등도 제시됐다.

인권위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위계 구조에서 학생이 진학 등에 권한을 행사하는 교사를 신고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학교의 상담역량 강화, 재발방지 대책 마련, 성희롱 관련 교육 강화, 학생 인권법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성차별 #교육 #학교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