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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31일 17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31일 18시 20분 KST

트럼프가 북핵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쩌면 오바마 때문일 수 있다

만약 오바마 정권이 실제와는 정반대로 이란 핵문제를 방치하고 북한 핵 이슈를 해결하고 정권을 넘겨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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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은 이미 협상 타결되어 완료된 이란 핵 협상은 파기하고 되려 모두가 협상을 통한 해결에 부정적이던 북한 핵 협상 타결에는 올인 하고 있다. 트럼프가 왜 이러는지 설명 중 하나는 대충 이렇다.

중동에는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 정권과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이 이란과의 적대적 긴장을 원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역시 동맹인 한국의 정권이 평화적 해결과 타협을 원하기 때문에 딱히 특정한 외교 노선이나 특정 정책에 대한 이념적 성향이 없는 트럼프가 각 지역 동맹국들의 강한 정책 방향성에 이끌린다는 이야기다. 설득력 있는 분석이지만 의외로 구멍이 있다.

이란 핵 이슈에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영국을 포함하여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핵심 동맹 모두가 이란 핵 협상 유지를 간절히 원했다. 반대로 북한 핵 이슈에서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핵심 동맹인 일본은 북한과 지속적인 적대적 긴장을 원했다. 이런 걸 보면 지역 동맹국 외교 정책 방향의 영향이 트럼프 정권의 현재 행태를 모두 설명해 주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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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바마가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오바마의 공개 모욕이 트럼프 대선 출마의 결정적 동기로 작용했다는 소문이 있었을 정도로 두 사람 감정이 좋지 않다. 특히 트럼프 입장에서 오바마는 자기가 그 보다 더 잘났고 위대하다는 걸 증명하는 데 목숨 걸고 매달릴 정도로 콤플렉스 자극과 타도의 대상이었다.

그에게 오바마가 이룬 업적은 파괴의 대상이며 오바마가 방치하고 실패한 이슈는 자신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업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극도의 나르시즘 관종과인 트럼프란 인간 특성상 세계 평화와 지역 분쟁 해결 같은 거창한 대의명분 또는 미국의 국익 같은 무형의 공익적 가치는 충동적 자기과시 욕구에 비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전자 같은 공익적 가치를 더 따졌으면 중동이나 동아시아에 동일한 외교 노선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곳에 전혀 상반되는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란 인간 특성을 고려해 보면 ”무조건 오바마 반대로”가 굉장히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다가온다.

물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협상이 이 정도까지 진행된 것에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매우 영리한 평화적 중재 역할, 그리고 김정은의 극적인 방향전환 결정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마침 오바마가 북핵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한 채로 정권을 넘겨줘서 북한 핵문제가 트럼프 입장에서 전임 오바마에 비해 자기의 우월함과 위대함을 어필할 매우 매력적인 이슈로 보였다는 것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마지막 퍼즐을 풀어줄 결정적 행운으로 작용한듯 싶다.

만약 오바마 정권이 실제와는 정반대로 이란 핵문제를 방치하고 북한 핵 이슈를 해결하고 정권을 넘겨줬다면 어떠했을까? 상상해 보면 굉장히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어쩌면 지금 환호하고 안도하는 건 이란 국민들과 유럽 동맹국들이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극도의 좌절과 공포, 불안에 떨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새옹지마나 전화위복 같은 말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고사성어인지 이럴때 마다 새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