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의 한 빌라 입주민들은 24일, 빌라 여기저기에 ‘장애인 입주를 결사(決死) 반대한다‘는 문구가 담긴 서명지가 붙어있다. 이 빌라 2층부터 6층까지 입주민 전원이 서명했다. 조금은 민망했는지 ‘장애인 입주’ 글귀에 손글씨로 ‘시설’이라는 단어를 덧붙였지만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빌라 입주민들이 이같은 서명지를 붙인 이유는 대구시가 이 빌라 중 하나를 매입해 장애인자립생활주택으로 활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중증장애인 3인이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시는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현관에 경사로를 놓고 화장실에 안전바도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은 이에 반대하기 위해 출입구를 차량으로 가로막고 엘리베이터 작동도 멈춰놓았다. 언론 보도 등을 의식했는지 이 빌라 입주민들은 27일, 차량을 치우고 서명지는 떼었다.
주민 반대에 부딪혀 장애인 시설 건립이 가로막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대구시는 올해 말까지 시비 20억원을 들여 장애인 센터를 건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건축 후보지였던 대구 달서구 죽전동 주민들의 반대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시설물 설치를 보류했다. 이들은 아동, 여성, 노인, 다문화가정 등 비장애인을 위한 복지 문화시설이 더 급하다는 이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