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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진정성을 어떻게 믿냐'는 주장에 대한 정세현 전 장관의 반박

"서로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협상을 하는 겁니다."

  • 허완
  • 입력 2018.05.31 15:28
  • 수정 2018.05.31 15:29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뉴스1

″북한의 핵문제는 지난 25년 동안 8번의 거짓말을 했다. 속였다가 핵개발하고, 속였다가 핵개발하고 (...) 내가 보기에는 절대 북은 핵을 폐기하지 않는다. 폐기 하는 척만하고 일부 폐기만 할 거다. 북이 핵을 포기하는 순간 김정은은 체제가 무너진다. (...)그런데 그걸 지금 왜 핵 폐기 선언을 하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5월30일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어겨온 북한은 CVID를 하기보다는, 축소 신고하거나 은폐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 사설 5월29일)

비핵화 협상에 나선 북한의 ‘진정성‘을 두고 국내 보수 진영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북한 문제를 오래 연구해 왔던 미국 전문가들도 대부분 ‘북한을 못 믿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생각은 다르다.

 

29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정 전 장관은 ”북한도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북한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의 최근 저서 ‘선을 넘어 생각한다’를 인용하며 근거를 들었다. 

″(... ) 그 책의 메시지는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해서 우리 한국사람들도 자기가 그려놓은 북한의 모습을 생각하고 정책을 생각하고 무슨 분석을 했다(는 거예요). 북한의 모습이 지금 계속 변하는데 70년대 북한을 상대했던 경험, 남북대화에서도, 그 사람들은 지금도 70년대 북한을 놓고 얘기합니다. 80년대 남북대화 했던 사람들은 80년대 북한 모습을 가지고 얘기를 해요. 그래서 내가 ‘아니 70년대, 80년대, 2000년대까지 쭉 내가 현장에 있으면서 봤는데 (북한이) 쭉 변하던데’ 그렇게 얘기해도 안 믿으려고 그래요. ‘에이, 변할 리가 없지.’ 사람이 10대 때 하는 짓이 다르고, 20대 때 하는 짓이 다르고 30대 생각이 다르고 40대, 50대 다르지 않습니까? 북한도 변해요.”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체제 보장해주고, 군사적 시위 안하겠다고 보장해주고, 경제적으로 밖에서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조건만 갖춰진다면 얼마든지 (핵무기를) 버리겠다는 얘기를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했는데도 안 믿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도 지금 미국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서로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상대방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신뢰를 쌓은 뒤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해야 되는데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처음부터 진정성을 입증하고 시작하자’ 이러니까 이게 참...”

ⓒHandout via Getty Images

 

한편 정 전 장관이 이날 토론에서 언급한 박 교수는 지난해 7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때만 해도 대화는 커녕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심상치 않게 거론되던 시절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야 한다는 게 김정은의 생각”이라며 ”동북아에 평화체제가 만들어지고 북·미간에 군사적 협력관계가 맺어지면 북한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하루아침에 180도 바뀔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북한을 ‘악마화’해서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무기를 많이 사들이도록 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다. 북한도 미국에 얼마나 득이 되느냐는 관점에서 사고한다는 말이다. 북한의 지하자원, 유전, 지정학적 활용성, 원산·함흥 등 동해안 항구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지금 상황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북한 정책은 하루아침에 180도 바뀔 수 있다. 한 다리 건너 전해 들은 바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다고는 식으로 주변에서 트럼프에게 진언한다. 그는 영웅심리가 강하다.” (월간중앙 2017년 7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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