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의문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된 러시아 기자가 멀쩡히 살아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바로 전날 그의 피살 소식을 발표했던 우크라이나 정부는 암살 계획을 차단하기 위한 ‘특수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SBU는 3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아카디 바브첸코의 생존 소식을 알렸다. 전날 그의 사망 소식을 긴급하게 전했던 전 세계 언론들은 이날 회견 도중 그가 등장하자 일제히 충격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경찰 당국은 29일 그의 사망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가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왔던 탓에 이번에도 러시아 정부가 암살의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날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총에 맞아 피를 흘린 채 앞으로 쓰러져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바브첸코의 아내가 쓰러져있는 그를 발견했고, 구급차로 이송되는 도중 숨졌다는 게 우크라이나 당국의 발표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총리 볼로디미르 흐로이스만는 그의 ”죽음”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고, 수사당국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스케치’도 공개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연출’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SBU는 이날 회견에서 바브첸코에 대한 러시아 측의 암살 계획을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바브첸코는 두달 전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한달 전쯤 자신에게도 이를 알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계획이 러시아 ”정부 보안당국”에 의해 수립됐다고 말했다. ”SBU는 나에게 증거를 제시했고 나는 이 시도가 러시아에서, 아마도 국가 보안당국의 소행일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바실리 그리착 SBU국장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G’라고만 신원이 공개된 중년남성에게 접근해 바브첸코 암살 대가로 4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 중년남성은 우크라이나 내전에 참전했던 의용군 출신 인물에게 ‘일’을 맡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착 국장은 이 중년남성이 체포됐으며, 전화통화 감청 내역에 따르면 그가 러시아와의 접촉 사실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번 작전으로 여러 건의 암살 시도가 차단됐다며 살해될 뻔한 인물이 3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바브첸코는 ”악몽”을 겪어야 했던 자신의 아내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며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