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5월 30일 17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30일 17시 08분 KST

'북한은 절대 비핵화 안할 것'이라는 CIA 보고서 보도는 좀 의문스럽다

'비핵화는 안 하고 버거 체인점은 열 것'...?

KCNA KCNA / Reuters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결론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정확한 판단 근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30일 NBC뉴스는 CIA의 정보분석 보고서를 열람한 미국 정부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발표하기 며칠 전에 관계자들 사이에서 돌았다.

이 매체가 보고서 전문을 입수하거나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주요 내용은 익명의 관계자들이 전한, 맥락을 알 수 없는 파편적 정보가 대부분이다.

Larry Downing / Reuters

 

일례로 NBC는 이 보고서에서 CIA가 ”북한이 핵무기를 가까운 시일 내에 포기할 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하면서도 CIA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소개하지는 않았다. 이 보고서를 열람했다는 한 정보기관 관계자가 ”그들(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 게 전부다.

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이 언급되어야 할 부분을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이나 전언으로 ‘대체’한 부분은 또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을 브리핑 받아왔던 또다른 전직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CIA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늘 의문을 가져왔다. (트럼프) 정부는 그 불가능한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NBC가 전한 전직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NSphotostudio via Getty Images

 

NBC는 또 ”이 보고서는 김정은이 패스트푸드 버거를 좋아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유화적 제스처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호의를 보이기 위해” 평양에 서구식 햄버거 프랜차이즈 점포를 개설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NBC는 이같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CIA 보고서는 북한이 비핵화는 하지 않겠지만 버거 체인은 열 수도 있다고 말한다’는 제목을 뽑았다. (물론 트위터 이용자들이 이를 그냥 지나칠리 없었다.) 그러나 ‘햄버거 체인’ 관련 내용이 어떤 맥락에서, 얼만큼의 비중으로 보고서에 언급된 것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 보도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CIA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목표는 핵 개발 프로그램의 최근 진척 사항을 되돌리도록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NBC는 전했다. ‘한꺼번에 전부다 내놓으라’는 식의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NBC는 별도의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은 핵 프로그램의 모든 내역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한편 핵무기 연료 물질 처리와 일부 시설 폐쇄를 우선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음 단계로 국제기구를 통한 검증과 점진적 핵무기제거를 압박한다는 것.

이는 ‘단계적 비핵화‘에 가까운 구상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시간표는 보도에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최단시간 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CIA는 북한이 사전 접촉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향후 열릴 회담에서도 이를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고 NBC는 덧붙였다.

KCNA KCNA / Reuters

 

한편 CIA 보고서에는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CIA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한국과 미국이 인프라 건설과 농업 분야원조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유엔을 통한 식량 지원과 농업 분야 발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여기에 더해 미국은 경제제재 해제 등과 같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북한에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자본의 투자를 허용할 뜻을 밝힐 수 있다고 CIA는 내다봤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