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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해 온 러시아 기자가 우크라이나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또 하나의 죽음.

  • 허완
  • 입력 2018.05.30 11:08
ⓒStringer . / Reuters

러시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해 왔던 유명 러시아 기자가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 소속으로 체첸 전쟁에 참전했던 아카디 바브첸코(41)는 29일(현지시각) 빵을 사러 나갔다가 자택 인근에 은신하고 있던 용의자가 쏜 여러 발의 총에 맞아 부상을 입고 구급차로 이송 도중 숨졌다.

그는 여러 러시아 언론에서 종군 기자로 일하면서 주요 군사 분쟁을 취재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등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 BBC 등에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개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민간 용병’ 시리아 내전 투입,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격추 사건 등을 보도했다.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MH17편 여객기는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 러시아의 미사일에 피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2월 흑해에서 추락한 러시아 군용기에 대한 글에서는 러시아를 ”침략자”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후 전방위적인 신변의 위협을 느낀 바브첸코는 지난해 2월 고국 러시아를 떠났다. 그가 러시아를 떠나며 페이스북에 쓴 글은 영어로도 번역돼 가디언에 실렸다.

이 글에서 그는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비판한 자신의 글이 ‘비애국적’이라는 이유로 정치인과 정부기관, 관영언론의 집중 공격과 위협을 받았다고 적었다.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전쟁에서) 두 번이나 싸웠다. 내가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나라를 위해서.”  

ⓒValentyn Ogirenko / Reuters

 

쫓기듯 고국을 떠난 그는 체코 프라하를 거쳐 가족과 함께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정착한 이후 우크라이나 방송사 ATR TV에서 일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경찰은 40대로 추정되는 용의자를 쫓고 있다. 키예프 경찰청장은 TV로 생중계된 브리핑에서 바브첸코의 ”직업적 활동”을 유력한 살해 동기로 꼽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리는 지체없는 수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줄 것을 우크라이나 당국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해왔거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지목된 인물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시리아로 보내진 러시아 용병들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던 러시아 기자가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 사건을 규탄하며 ”당국은 이 사건을 언론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페이스북 글에서 4년 전 벌어졌던 사건을 회상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헬리콥터에 탑승하려고 했으나 탑승인원 초과로 거부당했다. 이 헬기는 친러 반군에 의해 피격됐고, 탑승객 14명은 모두 숨졌다.

″나는 운이 좋았다. 두 번째 생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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