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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500만원 노동자는 최저임금 개편해도 영향 없다는 주장은 의문투성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라도 임금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는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새롭게 산입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의 월급 명세서에 찍히는 기본급과 상여금·식대·교통비 등 여러 임금 항목 가운데 지금까지는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따질 때 주로 기본급을 기준으로 봤다. 앞으로는 노동자가 받는 상여금과 식대 등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에 여야는 저임금 노동자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임금이 오르지 않거나 덜 오르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최저임금 25% 이하의 정기 상여금(올해 기준 월 39만3천원)과 7% 이하의 복리후생비(월 11만원)는 산입 대상에서 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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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월 157만여원)과 월 39만3천원 이하의 상여금, 월 11만원 이하 복리후생비를 받는 저소득 노동자(연소득 2493만원 이하)는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권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여야의 설명이다.

노동계의 판단은 다르다. 연소득 2493만원 이하인 노동자도 임금체계에 따라 얼마든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으면서 각종 복리후생비로 부족한 임금을 ‘그럭저럭’ 맞춰온 이들이 그렇다. 지난해 말 최저임금위원회가 낸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에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을 받은 노동자 161만5천명 가운데 정기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더한 금액이 최저임금을 넘는 노동자는 32만3천명(2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여금 등이 산입되면, 법정 최저임금이 올라도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한국노총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올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시급 7530원×209시간=157만원)에 식대 11만원과 교통비 10만원 등을 더해 월 178만원(연 2136만원)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복리후생비 가운데 최저임금의 7%인 11만원을 초과하는 10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이 노동자는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천원으로 올라도 임금 인상 효과를 전혀 얻을 수 없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여야가 연소득 2500만원 이하 노동자한테 산입범위 확대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개악 법안 날치기에 대한 면피용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이 아니라 격월이나 분기별로 나오는 상여금을 월 단위로 나눠 지급해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도록 한 것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사용자가 상여금 지급 주기만 바꿔도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관계법상 단체협약이 취업규칙에 우선 적용되기에 이 조항은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한테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미조직·저임금 노동자의 피해를 막았다’는 여야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게 된 것이다.

또 여야가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면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를 그대로 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빠지면 초과근로수당 등을 계산할 때 노동자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번 산입범위 개편으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상여금 쪼개기’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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