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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은 세월호 재판 배당에도 관여한 듯하다

문건 410건 중 3건만 공개했는데, 그것만해도 내용이 엄청나다

‘(150905) BH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 25일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찾아 공개한 문건 제목이다. 2015년 9월5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은, BH(청와대)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사법부가 직접 검토했다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문건이 만들어지기 40여일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걸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선개입 사건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건 작성 한달 뒤 파기환송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는 원 전 원장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앞서 사법부 자체 조사 과정에서 원 전 원장 재판을 둘러싸고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긴밀히 교감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특별조사단은 이 문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특조단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있는 410개 문건 중 단 3건만 부분 공개하자 모든 문건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조단은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이 없는 문서여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법원 내부의 비판이 커지자 향후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전체 문서 열람을 허용하겠다고 28일 밝혔다.

특조단은 지난 25일 조사보고서를 공개하며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2016년 3월10일) ‘전교조 법원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년 12월3일) ‘현안 관련 말씀자료’(2015년 7월27일) 등 문건 3건의 일부 내용만 공개했다. 187쪽짜리 조사보고서에도 이를 포함해 전체 410건 2중 174건(중복되거나 업데이트된 파일 포함)이 ‘문장’ 수준으로 일부 인용되는 데 그쳤다.

일선 판사들의 전면 공개 요구는 조사단이 열거한 문건 제목만으로도 사법부 독립이나 재판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개연성이 있는 내용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5년 8월6일 양승태 대법원장의 박근혜 대통령 면담 전후로 작성된 ‘VIP(대통령) 보고서’(2015년 8월3일)와 ‘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2015년 8월16일, 8월20일) 문건은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관심 재판을 고리로 상고법원 도입 동력을 확보하려 했기 때문에 해당 내용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양 대법원장이 청와대에 들고 간 ‘VIP 보고서’에 ‘재판을 통한 국정운영 뒷받침’ 등의 내용이 실제 확인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조단은 28일 뒤늦게 보고서 목차만 공개했는데, 상고법원 관련 항목 외에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법원’ ‘노동문제 해결 프로세스 혁신’ 등이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20일 뒤인 2014년 5월5일 작성된 ‘세월호 사건 관련 적정 관할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문건은, 과거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집회 사건 배당 논란처럼 법원행정처가 재판부 배당에 개입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한다. ‘한명숙 판결 이후 정국 전망 및 대응전략’(2015년 8월23일)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할 법한 문건이라는 점에서 내용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특조단이 보고서에서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보수언론을 통해 대응 논리 유포→고립화 전략 추진.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돌출성 언행 전략 등 부각” 따위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힌 대목도 눈에 띈다. 실제 비공개 문건 중에는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2015년 9월20일) 등의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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