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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25일 15시 04분 KST

논란 끝에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논란이다

복잡한 임금체계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5일 새벽 2시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해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법을 합의했다. 개정안은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매년 최저임금(올해의 경우 157만원)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40만원을 넘는 액수)과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10만원을 넘는 액수)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기본급 150만원에 상여금 50만원, 복리후생비 20만원씩 받는 노동자의 경우 기존에는 기본급이 157만원에 미달해 최저임금법에 맞게 임금을 인상해야 했지만 개정법에서는 상여금 50만원에서 최저임금 25%에 해당하는 40만원을 제외한 10만원과 복리후생비 20만원중 최저임금 7%에 해당하는 10만원을 제외한 복리후생비 10만원이 각각 최저임금에 산입돼 총임금이 170만원으로 계산되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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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환노위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합의가 묘연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의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이디어를 낸 결과물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일부 확대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일종의 중재안이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중재안에 대해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안으로 졸속이 아니라 깊이있게 논의해서 나온 창의적인 대안”이라며 추켜세웠다.

하지만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합의를 위한 합의의 방식으로 새벽 1시에 30분만에 만들어진 급조된 법안을 검토 없이 통과시키려 했다”며 ”노사정위원회로 넘겨서 이해당사자 간의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고 이후에 정부의 시행규칙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달라”며 비판했다.

노동계도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25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저임금 노동자를 헬 조선 지옥문으로 내모는 법안”이라며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괴이한 내용으로 뒤범벅 된 누더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2024년까지 모든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하는 개정안 부칙에 대해 ”최저임금이 매년 인상될 때마다 최저임금 무력화 정도도 비례하여 커지도록 만든 법안”이라고 언급하며 ”최저임금 개악법안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hotons_in_action via Getty Images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작년부터였다. 한국 노동자의 임금체계는 기본급과 상여금, 각종 수당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었고 특별한 기준도 없었다. 이 때문에 같은 액수의 급여를 받는 사람들도 기본급과 성과급의 비율이 다 달랐다.

문제는 최저임금법이 기본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추가로 받는 수당이나 상여금의 액수가 넉넉하더라도 기본급만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면 바로 법 위반이 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이 가능한 임금의 하한선을 만들자’는 최저임금의 입법목적을 왜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따라서 최저임금 액수의 현실화와 동시에 최저임금법의 대상인 임금의 범위도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여기에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도 한몫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민주노총은 작년 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주장에 대해 ”현행 낮은 기본급과 복잡한 수당이라는 왜곡된 임금체계를 사후적으로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반대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의 실효성이 낮아지는, 바꾸어 말하면 큰 폭의 임금인상이 산입범위에 의해 무력화된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노동계의 주장을 일부 반영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제한적으로만 확대하면서 동시에 재계의 주장을 고려해 최저임금 상승 폭도 어느 정도 완화하려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런 절충안으로 인해 최저임금 계산에 있어서 안그래도 복잡한 임금체계는 더욱더 복잡한 계산을 거치게 되었다. 

25%와 7%의 숫자가 별다른 근거 없이 제시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원칙과 개념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산입범위가 설정됐어야 했는데, 이번 개정안은 입법기술적 흠이 아쉽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개정안 초안을 손에 든 한 여당 관계자는“이런 법안은 또 처음 보네”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개정법은 일단 환노위의 손을 떠나 본회의로 가게 되었지만, 산입범위 확대를 둘러싼 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